침묵 속 균열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밥을 먹고 회사 근처 커피숍을 향해 갔다.
동기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고동욱 대리님이 지민 씨랑 친해지라고 조언해 주시더라고요.”
“아 그래요? 왜요?”
“업무적으로 엮일 일이 많아서 친해지면 좋을 거라고요.”
“아..”
“다음에 저녁 드실래요?”
“네 좋아요.”
동기와 친해져야 한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자는 제안에 알겠다고 답했다.
굉장히 어색하겠지만, 이것도 친해지는 과정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다.
커피숍에 들어가자마자 자리에 먼저 앉았다.
이번에도 역시 주문을 빠르게 끝냈다.
“뭐 드실래요?”
“뜨아”
“나도”
”전 라떼”
“자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먹겠습니다.”
“자네도?”
“네 저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다 골랐어?”
“저 안 골랐어요. 전 블루베리 스무디”
젊은 편에 속하는 손창원 과장이 블루베리 스무디를 먹는다고 했다.
이용호 부장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손창원 과장에게 내밀었다.
손창원 과장이 카운터로 가서 결제를 하고 돌아왔다.
주문을 끝내자 박현철 차장이 나에게 궁금했던 걸 참았다는 듯이 물어오기 시작했다.
“어디 살아요?”
“남주요.”
“아니. 남주는 알지. 어디”
“임암동이요”
“임암동? 거기 이종민 부장이 여기 근처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곳이잖아”
“아 그래요?”
그러고 보니까 이종민 부장한테 처음 전화를 했을 때,
이종민 부장이 임암동 사냐고 하면서 자신도 거기 오래 살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박현철 차장이 웃으며 말을 했다.
“이종민 부장이 이사 안 왔으면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죠?”
옆에 앉아있던 이용호 부장, 박재익 부장도 따라 웃었다.
‘왜 이종민 부장이 이사를 안 갔으면 편하게 출퇴근을 하지?’
속으로 ‘왜?’라는 의문은 가득했지만, 옆에 있는 분들이 다 웃길래 그냥 따라 웃었다.
“무슨 말하는지도 모르고 지금 따라 웃는 것 같은데?”
“하하 네..”
멋쩍게 따라 웃었다.
무슨 뜻인지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이유가 있겠지’라며 넘겼다.
마침 진동벨이 울려서 카운터로 음료를 가지러 갔다.
동기도 일어서서 카운터로 같이 간 다음,
빨대를 챙기고 음료를 나눠서 자리로 들고 왔다.
이후엔 주고받는 대화에 끼진 못하고
열심히 ‘아, 오, 정말요?’라는 리액션을 하면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티를 냈다.
20여분 정도 커피숍에 앉아있다가 사무실로 다시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서 노트북을 바라보는데
정인영 대리님이 말했던 “고생해요”가 어떤 의미에서 나왔는지 그제야 이해했다.
‘굉장히.. 쉽지 않네. 이야기를 따라가려면 집중을 많이 해야 하네..’
잠깐 점심을 먹고 왔는데 등산을 하고 온 듯한 느낌이었다.
또다시 무료한 시간이 흘러갔다.
아직 부서원들 이름을 다 못 외워서
사내 메신저를 켜서 조직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밥 잘 먹고 왔어요?”
정인영 대리님이 말을 걸어왔다.
심심해서 눈이 반쯤 감겨가고 있었는데,
마침 누가 말을 걸어줘서 반가운 마음에 몸을 확 돌리며 대답했다.
“아 네. 잘 먹고 왔습니다.”
“잠깐 쉬러 가요.”
“네”
탕비실에서 이야기하러 가자고 하면서 대리님이 먼저 일어났다.
따라가니까 이동윤 대리님도 이미 소파에 앉아있었다.
이동윤 대리님이 농담을 건넸다.
“지민 씨. 이종민 부장님이랑 무슨 사이예요.”
“이종민 부장님이요?”
“민자 돌림이에요?”
“네?”
“아 저희끼리 지민 씨 오기 전에 이종민 부장님 사촌 아니냐고 농담했었거든요.”
“아닌데요?”
“한번 물어봐요. 혹시 종친일 수도 있잖아요”
“네. 하하 종친일 수도 있을 거예요”
“지민 씨가 알고 봤더니 고모 아냐?”
가볍게 웃으면서 건네는 농담에 나도 종친일 수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