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8시 반까지 출근하면 된다는 말을 들었었기 때문에 7시 반에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가는데 40분 정도면 되니까 시간은 딱 적당했다.
에어팟을 끼고 정류장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살짝 긴장 됐지만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긴장을 떨쳐내려고 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가운데 나도 무언가 역할을 하러 간다는 점이 신기했다.
타야 하는 버스가 다가왔고, 사람들이 자연스레 줄을 섰다.
줄 맨 끝에 서있는데 혹시 자리가 다 차면 어떡하지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뒤꿈치를 들고, 고개를 빼꼼 내밀면서 몇 명이 내 앞에 있는지 파악해보려고 했다.
다행히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버스에 올라타 카드를 대자 들리는 소리가 유독 컸다.
카드를 지갑에 넣으며 자리를 둘러보았다.
창가 자리가 남아있었다.
메고 있던 가방을 내리며 자리에 앉았다.
무릎에 가방을 올려 둔 채로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
출근 전에 저장해 두었던 연락처를 다시 한번 훑었다.
부서 배치 이후 부서장에게 전화를 한 번 하라는 인사팀 차장님의 조언을 듣고 부장님한테 전화했었다.
‘안녕하세요. 이번에 배치받은 이지민입니다.'라고 말을 시작하면 된다고 속으로 몇 번 연습한 후에.
전화를 받은 부장님은 환영한다는 말과 함께 첫날에 8시 반까지 오면 된다는 말을 했었다.
어색한 통화를 겨우 마무리하고 부서원 연락처를 모두 저장했었다.
내려서 누구에게 연락할지 정하고 나서 핸드폰을 덮고 창가 너머를 바라봤다.
빨간색 신호등에 걸려서 느리게 멈추는 버스 창가 너머에는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보였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고 버스는 천천히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회사 앞에 거의 도착해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내릴 거라는 신호를 줄 겸
무릎에 두었던 가방을 바로 세웠다.
그리고 다리도 몇 번씩 들썩였다.
신호를 알아차리고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다리를 비켜주었다.
정류장에 버스가 멈추자 바로 일어서 내렸다.
핸드폰 화면 속 방향을 보면서 회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건물 앞에 도착해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을 터치한 다음 정인영 대리님에게 문자를 했다.
‘안녕하세요. 대리님.
이지민입니다.
혹시 지금 회사 앞에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면 될까요?’
‘벌써 오셨어요? 지금 내려갈게요.’
‘이른 시간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확인해 보니 8시 15분이었다.
정인영 대리님이 닫혀있던 문을 열면서 건물을 나왔다.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더 늦게 와도 돼요.”
“아 그래요? 8시 반까지 오라고 하셔서 조금 더 일찍 왔어요.”
“우선 사원증 등록하러 갈까요?”
“네”
건물 안쪽에 있는 관리실을 향해 같이 걸어갔다.
“차는 있어요?”
“아니요. 없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면서 걸어가자 금방 관리실에 도착했다.
문 옆에 달린 벨을 누르자, 안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어떤 거 때문에 오셨어요?”
“사원증 등록 하려고요.”
한 걸음 뒤에 서서 정인영 대리님과 관리실 직원분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눈을 굴리면서 관리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다 보니까 벌써 등록이 끝나있었다.
“갈까요?”
“네”
관리실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해 가면서 건네받은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정인영 대리님이 자연스럽게 층을 눌렀다.
8F
“아는 사람 있어요? 같은 학교던데”
“네. 몇 명 알아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설렘과 두려움을 느끼며 선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