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균열
정인영 대리님이 출입문 카드 리더기에 사원증을 대고 문을 열어주었다.
작게 감사하다며 중얼거리고 먼저 들어갔다.
“신발장은 아무 곳이나 쓰시면 돼요. 오늘은 여분 슬리퍼 신고 다음에 하나 가져오세요.”
“네. 여기 써도 되나요?”
손을 편하게 뻗어서 신발을 넣을 수 있는 신발장 칸은 이미 다 이름이 써져 있었다.
가장 아래와 가장 높은 곳 사이, 중간보다 살짝 높은 곳에 하나가 비어있었다.
비어있는 신발장 칸을 열면서 물어봤고 써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 나서 신발을 바로 넣었다.
“그럼 들어갈까요?”라는 말을 듣고 사무실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아직 대부분이 출근을 하지 않아서 빈자리가 가득했다.
먼저 부장님한테 가서 인사를 하라는 말을 듣고 자리를 향해 갔다.
“안녕하세요. 이지민입니다.”
“어 그래! 왔어. 환영해! 일찍 왔네.”
모니터를 바라보며 굳어있던 이종민 부장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풀어졌다.
웃으며 내가 건넨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뻗었다.
‘악수하는 건가..?’
눈을 잠깐 굴렸다가, 내밀어진 손을 향해 내 손도 바로 뻗어 악수를 했다.
“잘 부탁해.”
“네”
“그래. 이지민 사원 자리는 저기야.”
“네. 감사합니다.”
이종민 부장이 가리키는 자리를 향해 뒤를 돌았다.
정인영 대리 옆자리였다.
“옆자리셨네요.”라고 정인영 대리에게 말을 걸며 자리에 앉았다.
“네. 제가 멘토예요.”
“멘토요?”
“형식적인 거죠. 뭐”
“아.. 네”
메고 있던 가방을 벗어 책상 위에 올리고, 가방 속 노트북을 꺼냈다.
책상마다 이름표가 꽂혀 있었다.
정인영 대리의 모니터를 보니, 내 이름표를 인쇄하고 있었다.
대충 찍은 사진을 입사 지원서에 넣었었는데,
이름과 함께 그 사진이 그대로 인쇄되어 책상 한가운데에 꽂히게 생겼다.
‘어쩔 수 없지.’
누군가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사무실을 향해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다가오는 타이밍을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가,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일어서서 한 인사가 살짝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최형민 과장이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후에도 부서원들의 출근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일어서서 인사하기를 반복했다.
최정욱 대리가 자리에 가방을 두고 다른 부서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기 전에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같은 동아리 출신이라던데?”
“아 네 맞아요.”
그리고 뒤에 ‘저는 나왔어요.’라는 말을 해야 했지만,
최정욱 대리가 이미 걸음을 옮긴 뒤여서 말을 삼켰다.
회의를 하러 부서원들이 회의실을 향해 가길래 따라나섰다.
회의실에 도착해 끝에 위치한 자리에 앉았다.
이종민 부장이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인사를 시켰다.
“우리 팀에 신입이 왔습니다. 다들 환영의 의미로 박수 한번 칩시다.
자, 지민 씨 인사해”
“안녕하세요. 이번에 배치받게 된 이지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시선이 집중되자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그리고 회의가 이어졌지만 업무 관련 이야기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외계어를 듣는 것만 같았다.
조용히 회의실 책상에 있는 조화를 멍하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