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조각 6화

침묵 속 균열

by 동그리

굉장히 길었던 오전 시간이 지나갔고, 점심시간이 됐다.

"밥 먹으러 갑시다"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구내식당으로 가자며 이종민 부장이 나에게 식권을 건넸다.


“지민 씨는 식권 없지? 내 거 하나 줄게.”

“감사합니다. 제가 다음에 하나 드릴게요.”

“그냥 받아”

“네. 감사합니다.”


건네준 식권을 손에 쥐고 이종민 부장의 뒤를 따라갔다.

사무실을 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 있는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이미 밥을 먹고 있었다.


학식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구내식당 구조에 신기함이 느껴졌다.

급식 식판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수저와 젓가락을 챙겼고,

식판에 순서대로 밥과 반찬을 담았다.


자리에 가자 칸막이가 다 설치되어 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옆 사람과 대화하지 않고 밥을 먹으라는 용도로.


“맛있게 드세요.”


서로에게 말을 건네며, 다들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핸드폰을 하면서 천천히 밥을 먹었다.


잠깐씩 곁눈질로 옆 사람이 어느 정도 밥을 먹었는지 확인했다.

밥을 다 먹었지만, 아직 다른 사람들이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기다리면서 유튜브 영상을 봤다.


“지민 씨. 다 먹었었어?”

“아 네. 다 먹었어요.”

“우리는 다들 지민 씨가 먹고 있는 줄 알고 기다리고 있었네. 칸막이에 가려 가지고 안보였어. 가자!”

“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며 일어났다.

‘다들 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먹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앞선 사람들을 따라 하며 식판을 정리하고 구내식당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자연스럽게 정광호 대리가 1층을 눌렀다.


"커피 마시러 가게? 역시 밥 먹고 나면 무조건 커피를 마신다니까”

“네. 저희는 커피 한잔은 무조건 마셔야 합니다.”


1층에 도착해서 건물을 나가는데

이종민 부장 혼자 다른 방향으로 가면서 뒤돌아 손을 흔들며 말을 했다.


“난 산책하고 올게. 커피 잘 마시고”


다른 방향으로 가는 이종민 부장을 뒤로하고

부서원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갔다.


“지민 씨. 기억나요? 면접 대기실에서 봤는데”

“저를요?”


정광호 대리가 말을 걸어왔다.


“음.. 기억이 안 나요. 면접 대기실에 계셨나요?”

“지민 씨 면접 대기실 들어와서 핸드폰 냈죠?”

“네. 핸드폰 내고 물을 받았던 것 같아요.”


“핸드폰 내가 받았어요.”

“대리님이 거기 앉아 있으셨어요? 몰랐어요”

“기억을 못 하네”

“긴장을 해서 그런가,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기억 못 할 수 있죠.”


면접 대기실에 정광호 대리가 앉아있었던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날 봤었나 보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커피숍을 향해 걸어갔다.


“스타벅스로 가시죠”

“네. 그래요.”


“사이렌 오더 할게요”

“저는 아아 그란데요.”

“저는 라떼 그란데요.”

“저는 바닐라 크림 콜드 브루 톨이요.”


“지민 씨는 뭐 마실래요?”

“아.. 저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사이즈는요?”

“어…. 라지로 해주세요.”


“그란데요?”

“아 네네. 그란데요”


갑자기 스타벅스 음료 사이즈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레귤러, 라지, 엑스트라만 생각이 났다.

‘라지라고 말하다니.’ 눈을 꽉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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