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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사회의 음과 양

by 신아르케

인생에는 언제나 음(陰)과 양(陽)이 공존한다.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에서는 장점으로 여겨지는 것이 다른 쪽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키가 큰 사람은 농구에서는 유리하지만, 좁은 광도를 따라 들어가는 광산에서는 불리하다. 어느 조건이든 빛과 그림자가 함께 따른다.

사회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를 두고 ‘헬조선’이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다. 어린 나이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고, 공부와 성취의 압박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실을 불행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판에 앞서, 우리는 한 가지 비교를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사회는 아이들이 공부 스트레스 없이 자란다. 놀고 싶으면 놀고, 쉬고 싶으면 쉰다.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압박도 없다. 그러나 그 결과, 개인은 복잡한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일은 단순하며, 생활은 부모 세대가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문다. 구조적 제도와 안전망이 약하기에, 재난이나 가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삶은 단순할 수 있으나, 대가는 늘 경제적 취약성과 빈곤의 악순환이다.

반대로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집중적인 교육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인적 자본과 산업 역량을 빠르게 축적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압박 속에 놓이고, 청년들은 늘 극심한 경쟁에 시달린다. 그러나 바로 그 강도 높은 훈련과 자기 계발의 압력이 한국 사회를 오늘의 위치로 끌어올린 동력이기도 하다. 땅은 좁고 자원은 없지만, 한국은 군사력·경제력·문화력 모든 면에서 세계적 위치에 올라섰다. K-팝, 영화, 드라마, IT, 자동차, 조선, 철강에 이르기까지, “K”라는 접두사만 붙어도 세계적 경쟁력을 의미하는 상징이 되었다.

그렇다면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행복하지만 가난한 사회를 원하는가, 아니면 힘들지만 부유한 사회를 원하는가? 사실 선택은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다. 인생과 사회는 언제나 트레이드오프의 곡선을 따라 움직인다. 경쟁의 장점을 살리되, 과잉 경쟁의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성장과 품위, 효율과 연대, 성취와 휴식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물론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부정과 불평등, 차별과 폭력 같은 부분은 결코 감내의 대상이 아니다. 다만, 한국 사회의 긍정적 결과를 누리고 있다면, 그 이면에 있는 구조적 부담과 모순 역시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동시에, 개선이 가능한 부분은 꾸준히 시민적 노력과 제도의 보완을 통해 바꾸어 가야 한다.

결국 인생도, 사회도 빛과 그림자가 함께 간다. 우리는 한국 사회의 성취를 자부심으로 받아들이되, 그늘을 외면하지 않고 끊임없이 조정하고 보완해 나가야 한다. 양을 지키면서 음을 줄여가는 것, 그 균형의 길 위에 성숙한 시민의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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