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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by 신아르케

사랑은 거창한 감정이나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사랑은 함께 살아가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견디고 받아들이는 일상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내가 좋든 싫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서로 얽히며 살아야 한다. 그럴 때 중요한 것은 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부족과 모순이 드러나도 함께 살아내려는 자세다.

나의 존재는 홀로 규정되지 않는다. 나는 언제나 세상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정의되고 형성된다. 부버가 말한 나-너의 만남처럼, 나의 정체성은 고정되거나 고립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창조된다. 레비나스가 강조했듯, 타자의 얼굴을 마주할 때 비로소 도덕과 책임이 시작된다. 우리의 모든 윤리적·영적 가치는 추상적 관념으로서가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라는 장 안에서만 살아 있는 힘을 얻는다.

사랑의 핵심은 세 가지 태도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내다. 충동적으로 평가하기보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간이다. 둘째는 경계다. 사랑은 무조건적인 방임이 아니라, 서로의 존엄을 지키는 건강한 거리 두기를 포함한다. 셋째는 변용이다. 상대의 모순을 인정하면서도, 그 관계 속에서 함께 조금씩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사랑은 감정의 소유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길러야 하는 삶의 기술이다.

나는 거짓과 위선을 싫어한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나는 그러한 사람들과도 마주하며 살아야 한다. 그럴 때 사랑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타인의 존재를 억지로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견뎌 주는 힘이다. 부족해도, 모순이 보여도, 감정에 거슬리더라도 그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우리는 고립된 섬에서 살아갈 수 없다. 울고 웃고, 다투고 화해하며, 때로는 미워하고 때로는 용서하는 과정 속에서만 인간다운 삶이 드러난다. 이 모든 복잡한 감정과 경험이 뒤엉켜 우리의 인생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어 간다. 성경이 말하듯, 사랑은 “모든 것을 덮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딘다.” 바로 이 인내와 용납 속에서 공동체가 세워지고, 존재는 풍성해진다.

나는 이것이 신이 우리를 세상 속에 던지신 이유라고 믿는다. 고독 속에서 홀로 완결되는 삶은 선이 아니다. 진정한 삶은 관계 속에서만 드러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숙한 수용과 용납의 자세를 길러야 한다. 그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더욱 아름답고 개성 있게 빚어진다. 이것이 내가 믿는 사랑의 본질이며, 동시에 인간 존재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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