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아내에게서 참으로 큰 울림을 받았다.
오늘 아침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의 치과 치료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치료 기간은 약 1년, 비용은 500만 원가량이 든다고 했다. 아버지는 성격상 “나이 들어 무슨 큰돈을 쓰냐”며 치료를 미루실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어머니께 “그 돈 아껴 누구에게 주시려 하십니까. 아버지 치통으로 고생 마시고, 맛있는 음식 드시며 지내시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라 말씀드리며, 동생과 상의해 일부라도 돕겠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고 바로 아내와 이 일을 상의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비용이 크니 일부만 도와드리자”는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아내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내 말을 끊었다.
“전액을 도와드리자. 부모님 건강인데 왜 아끼려고 해? 전부 보태드려.”
나는 순간 놀랐다. 금액이 적지 않아 ‘일부’만이라도 동의해 주면 고맙겠다 생각했는데, 아내는 오히려 나에게 반문했다. “도와드릴 거면 제대로 돕는 게 맞지 않겠어?”
그 말 앞에서 내 계산은 부끄러워졌다. 아내는 결혼 후 두 번의 출산을 겪으면서도 길게 쉬어본 적 없이 나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물려받은 재산 하나 없이, 우리의 삶은 온전히 땀 흘린 노동의 대가였다. 그렇기에 경조사나 부모님을 돕는 일에 인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언제나 넉넉하고 후했다.
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자식으로서 부모님께 당당히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치료 전액을 지원할 테니, 망설이지 마시고 당장 시작하세요. 병원이 정해지면 제 번호를 알려주셔서 제가 직접 과정과 비용을 듣고 입금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어 동생에게도 “형이 전액 부담해도 되지만, 네가 원한다면 함께 힘을 보태자”고 전했다. 동생은 놀라면서도 감동한 듯했고, 아내와 상의해 돕겠다고 했다.
일은 이렇게 아름답게 흘러갔다. 부모님은 치료를 받으실 용기를 얻으셨고, 동생과 나는 함께 마음을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 번, 내 아내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확인했다.
오늘 나는 배웠다. 후함은 생활의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것, 그리고 계산보다 먼저 사랑을 선택할 때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를. 그 한마디, “전액을 도와드리자”는 말이 내 마음의 잔잔한 파문으로 오래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