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학습의 영역에서 개인적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순수직관(純粹直觀)이라 부르는 영역을 의식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이 훈련의 목적은 단순하다.
나의 전문 분야에서 정보 처리 속도와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전문가의 영역이란, 이미 지식의 습득과 숙달이 오랜 경력 속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정돈된 상태를 뜻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쌓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쌓은 지식을 어떻게 더 빠르고 정확하게 호출하고 적용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즉, 새로운 디테일의 축적이 아니라, 내면의 신뢰와 판단 속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순수직관’이란 것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오랜 경험이 몸에 새겨져 형성된 무의식적 지식의 회로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그 회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결심이 필요하다.
의심을 줄이고 신뢰를 늘리는 것.
우리는 학습할 때 흔히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끊임없이 확인하려는 강박에 사로잡힌다.
“내가 정말 이해했을까? 이 부분은 다시 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태도는 몰입의 흐름을 끊고, 속도를 떨어뜨린다.
이미 이해한 것은 ‘이해했다’고 믿어야 한다.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필요할 때 다시 떠올릴 수 있다는 자기 신뢰가 직관의 출발점이다.
모든 것을 다 확인하려는 완벽주의는 속도를 방해한다.
핵심만 이해했다면, 나머지는 무의식이 정리할 수 있도록 여유를 주어야 한다.
직관은 의식의 영역보다 빠르다.
따라서 때로는 그 속도를 믿고 맡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오차는 속도의 비용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순수직관의 핵심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을 즉시 구분하는 능력”이다.
한눈에 보았을 때, 그것이 내 경험의 데이터 속에 존재하는지,
아직 낯선 영역인지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모른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에만 잠시 멈추어 분석적으로 사고하고,
나머지는 빠르게 흘려보내야 한다.
이런 리듬이 정보처리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직관을 훈련한다는 것은 단순히 ‘느낌에 의존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피드백 속에서 오차를 교정하며 정밀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즉, ‘빠르게 판단하고, 나중에 짧게 복기하는 루프’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 반복은 점차 의식의 부담을 덜고, 뇌의 반응속도를 높인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균형이다.
속도와 정확성 사이의 균형, 분석과 신뢰 사이의 균형.
나는 이러한 훈련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더 짧은 시간 안에, 덜 피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몰입의 깊이가 달라졌다.
의심을 줄이니, 집중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직관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다듬어지는 지성이다.
그리고 진정한 학습의 완성은 새로운 지식을 더 쌓는 것이 아니라,
이미 쌓인 지식을 신뢰하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