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나 자신을 단련하는 도구에 가깝다.
오르테가의 철학적 비유를 빌리자면, 나는 이 시대의 ‘귀족적 인간’이 되고자 한다.
그가 말한 귀족이란 혈통이나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정신적 구조를 가진 사람을 뜻한다.
이들은 자유를 소중히 여기며, 사고와 판단을 타인에게 맡기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남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항상 자신의 한계를 넘어 서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들은 늘 이상을 품고,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람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신적 리더가 되고, 문화의 계승자가 된다.
그들은 이전 세대가 남긴 유산을 계승해 다음 세대로 전하며, 문명의 지속을 가능케 한다.
만약 이러한 자기요구의 정신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편의와 쾌락의 이름 아래 평준화된다면,
문명은 방향을 잃고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오르테가가 경고한 대로, 자기요구 없는 대중의 시대는 문명의 퇴행을 낳는다.
나는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일회적 구원을 넘어 성화의 여정을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윤리적·도덕적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의 직업적 사명 안에서도, 나는 전문성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자유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거룩하고도 인간적인 이상들을 이루기 위해, 나는 날마다 글쓰기라는 도구를 붙든다.
글쓰기는 나에게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영적인 수련이다.
매일의 경험, 내 안에 쌓인 사유와 통찰, 신이 주신 영감과 지혜가
한 편의 글 안에서 서로 결합하며 구체화된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조금씩 변하고, 단단해지고,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확인한다.
그 변화의 순간을 목도할 때마다, 나는 신이 내게 주신 가장 소박하고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결국 글쓰기란 나를 초월로 이끄는 사다리다.
문명 속에서 스스로에게 가장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인간,
신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
그 두 길은 다르지 않다.
하루의 문장 하나하나가 나의 믿음이자 나의 수련이며,
그 글들이 쌓여 내 삶의 형체를 빚어간다.
나는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그 사다리를 한 칸씩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