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게소년 이야기
선생님이 “누가 이거 발표해 볼 사람?” 하면 저요! 저요! 저요!
애들 팔이 번쩍 번쩍 날아다니는데
여름이니까 다들 민소매를 입었고
해산물 냄새에
이십여 개의 겨드랑이들에는 각자의 성게가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나만 없어서
손을 들지 못했고
선생님은 부모님 모셔 오라 하고
나도 성게 사주면 안 돼?
산다는 건 돈이 필요하고 숨이 필요한데
엄마도 있고
그 삼촌도 있고
지원이도 있는데
지원이는 내가 뽀뽀를 해보고 싶은 여자 앤 데
이빨에 철길을 심어서
비싸고
나도 이빨이 빠졌다가 다시 다 났고
빠진 이빨은 지붕 위에 까치한테 던져 줘야 하는데
팔을 들 수가 없어
그래서 엄마는 새 이빨이 아직도 나지 않은 거야
어항 속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는 거야
왜 나만 없는 건데
짖어도 마땅한 대답은 나지 않고
손을 들어 질문하지 않은 탓인가? 하다가
오늘은 주말이라
아빠를 만나는 날인데
오늘의 아빠는
엄마가 꽥 소리 지르면
막 울면서
손을 번쩍 드는데
우주만큼 검고 거대한 성게를 키우고 있었고
나는 부러워서 눈을 감았는데
오늘의 아빠는
“참새를 회 처먹으면 맛있단다”
그런데 참새는
비싸서
차가운 엽총을 내 손에 쥐여주고
참새 사냥을 나서서
참새 두 마리가 전신주에 앉아있다
가늠쇠와 가늠자와 표적이 일직선상에 놓여야 하고
숨을 멈춰야 해
세상이 멈춰야 해
쉽게 설명을 해주자면
마들빠
그런데 난 솔직히 모르겠는 게
저 참새들이 어떤 관계인지
만약 아들과 엄마라면
엄마참새인지 참새엄마인지
새끼참새인지 참새새끼인지
어떻게 불러야 할까 손들어 질문하고 싶지만
성게가 없어서
팔을 들지 못해
엽총을 들지 못해 이빨을 들지 못해 참새를 들지 못해
빵!
을 들지 못해 을 들지 못해를 들지 못해를
닮은 참새 깃털이 성게 알처럼 나풀거리고
난 보이지도 않는데
아빠는 빗맞았다고 하고
그럼 그렇게 결정되는 것이고
오늘의 아빠는
집에 가는 길에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그럼 나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까먹은 척하고
끄덕 끄덕
그럼 나는 오늘의 아빠를 또 사는 것이고
이번에는 아끼지 않고 바로 꿀꺽 삼키는 것이고
부자처럼
그런데 두렵기도 했고
오늘의 아빠는 지원이보다도 작은 볼품없는 성게
하나도 안 비싸 보여
나는 그제야 팔을 한번 쭉 뻗어 볼 수 있었고
쥐꼬리 같은 엄마가 한 가닥 자라 있었다.
멍멍!
찍찍찍!
똑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세요?"
문 앞에는 동그랗고 흉측한 점박이 아저씨가 땀 흘리며 서있었고, 강아지 흉내를 내는 아이가 옆에서 연신 헥헥대고 있었다. 아저씨가 주둥이를 열었다. 쥐새끼같이 찍찍대는 목소리였다.
"네가 여기 사는 애지? 아저씨 기부금이 다 여기로 갔다고 하더라고. 내가 돈이 급하게 필요하거든? 다시 돌려받아야겠다."
아저씨는 아빠냄새가 난다.
아이는 성게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마들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