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듣던 단어입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 선생님, 주위 어른들로부터 현재에는 다양한 대중매체, 강의, 직장에서까지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고 현재도 듣고 있죠.
또 최근에는 원영적 사고라 하여 유명 아이돌인 장원영 씨만의 고유한 긍정 방법이 유행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낙관적이라고 표현해야 맞긴 하겠지만요.)
많이 산 건 아니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고,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던 저에겐 긍정이란 단어가 늘 어려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철학 서적이나 심리학 서적을 따로 찾아보는 노력 따윈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경험을 하면서는 경험하는 것에 집중하느라 바빠서, 성공을 하면 성공한 것에 기뻐서, 실패를 하면 실패한 것에 슬프고 분해서 등등 다양한 이유로 딱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한결같은 경우는 있었습니다.
바로 주변에서 보기에 제가 실패하는 과정에 있거나 실제로 실패한 경우에는 꼭 주위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도 한창 운동하는 것에 빠져 몸을 만들던 도중 허리를 다쳤습니다.
물론 목표로 하던 몸도 만들지 못했고, 허리 통증 때문에 한동안은 눕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힘들 정도였죠.
그때 친구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긍정적으로 생각해. 잠깐 쉬면 되는 거지.’
이 말이 저에게 도움이 되었을까요?
전혀 안 됐습니다.
이 망할 허리 통증 때문에 일상도 힘들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집에만 있다 보니 세상만사에 부정적이게 되고 우울해지던 찰나에 문득 물음표가 찍혔습니다.
'도대체 그놈의 긍정적인 사고가 무엇이길래 힘들 때마다 날 괴롭히지?' 하고 말입니다.
긍정
긍정은 한자어로 즐길 긍(肯) 정할 정(定)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정한 것을 즐기다'라는 뜻입니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즐길 긍의 한자 어원은 '뼈 사이의 살'이란 뜻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여기에서 파생되어 '당연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뼈 사이에 살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이 당연하다는 것이 '옳게 여기다'라는 뜻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옳게 여긴다는 뜻을 가진 글자가 왜 즐긴다는 뜻으로 자리 잡게 됐을까? 물음표가 마구 찍히더군요.
물론 답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당연하다 생각하고 그것이 옳다고 여기는 순간 즐기지 못하면 불행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한 것을 제가 부정하고 아니라고 한들 당연한 것이 변하진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당연한 것을 두고 부정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즐기면 끝입니다.
그렇기에 '옳게 여기다'는 뜻을 가진 한자가 '즐긴다'는 뜻까지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음으로는 정할 정(定)의 한자 어원은 宀 집 면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와 正 바를 정이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 이루어진 형성자로 뜻은 '결정한다, 선택한다'라고 합니다.
집과 바르다는 글자가 모여 결정, 선택한다는 뜻을 가진 이유도 궁금하기에 조금 상상해 봤습니다.
집, 즉 거주할 곳 장소(집을 짓기에 좋은 장소라든가, 주변환경이 좋다든가, 집 자체)가 바르다면 다른 곳을 찾을 수고를 더 하진 않을 겁니다. 그 장소를 거주지로, 집으로 결정하고 선택할 겁니다. 아마 이러한 뜻으로 집 면과 바를 정을 합쳐 정할 정을 만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한자의 어원을 찾아보고 상상까지 해보는 게 무슨 상관인가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긍정
내가 바르다고 생각하여 결정하고 선택한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옳게 여겨서 즐기는 것
이것이 바로 어원을 찾아보고 상상을 더해 제가 내린 긍정의 뜻입니다.
위에 예시로 든 운동을 하고 다친 저를 두고 제가 해석한 긍정을 기준으로 다시 살펴보면,
저는 운동하는 것이 건강하고 멋있어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운동 도중에 제 생각에 조금 무리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 생각하고 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로 인해 벌어진 결과는 당연히 부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는 제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벌어진 당연한 결과를 부정한 겁니다. 부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매사에 부정적이게 되며 우울해지기까지 했으니까요.
물론 조금 무리를 할 때 큰 부상을 예측하기보단 조금 더 나은 운동효과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큰 부상이었고, 이것은 다양하게 발생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이며 이미 일어난 현실입니다.
즉, 뼈 사이의 살처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바로 제가 부정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지점이었습니다.
부정
아닐 부(否) 정할 정(定)
단순히 뜻만 놓고 보면 '정한 게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아닐 부는 아닐 불(不)과 입 구(口) 한자가 합쳐진 글자입니다.
여기서 아닐 부(否)가 가진 부정의 의미는 그 행위를 제2자, 제3자 입장에서 서술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을 했습니다.
즉, 부정적인 사고의 근원지는 바로 내가 한 일에 의해 발생한 결과임에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현실 부정'에 있다고 보는 것이죠.
모두 다 알고 있듯, 결과는 미래이기에 확정 지을 수 없습니다. 무수히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무수히 많은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내가 예측한 결과 또한 확정이 아닌 희망하는 미래일 뿐입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저 또한 무리한 그 날 운동을 하기로 선택하고 결정한 것은, 멋진 몸이라는 희망하는 미래가 은연중에 당연히 실현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것은 ’무리한 운동을 한다‘라는 현재입니다.
일어나지 않은 더 나은 운동 효과, 더 커진 근육이란 것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겁니다. 이것은 운동을 함으로써 미래에 발생 가능한 결과 중 하나일 뿐인 거죠.
그리고 실제로 발생한 결과는, 당연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은 선택으로 인한 결과는 큰 부상일뿐입니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사안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는 현실이며 실제로 존재하고 당연한(이미 일어난 일이기에) 것임에도 마치 내가 한 게 아니라고 하는 것이 바로 부정적인 사고입니다.
되길 바란 것, 즉 꿈꾸던 미래는 현재가 아니고 미래이기에 희망 사항일 뿐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현실을, 제가 선택하고 결정해서 일어난 결과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죠.
물론 여기서 끝나면 우울할 겁니다. 내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결과만 남으니까요.
그렇기에 아까 정할 정(定)이라는 한자의 어원에서 제 상상을 더한 해석이 필요한 겁니다.
벌어진 결과, 스스로가 한 선택에 대한 실패를 당연하고 옳게 여기고 즐기면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제가 제일 못하던, 긍정적일 수 없게 만들던 부분입니다.
실패한 결과를 어떻게 즐겨?
실패라고 생각했기에 즐기지를 못한 겁니다.
실패의 한자는 '잃고 패한다'는 뜻입니다.
수렵하던 먼 고대 시절부터 중세까지 '잃고 패한다'는 뜻은 '죽는다'는 뜻입니다.
즉, 반대로 말하자면 죽지 않는다면 실패한 게 아니란 뜻입니다.
유명한 철학자 니체도 이렇게 얘기했죠.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 뿐이다’
이처럼 우리가 실패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실패가 아닌 강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결과가 내 예상과 틀렸다면 실패라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성공을 위한 과정 중 일부라고 생각해야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결과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죠.
이를 저에게 적용하자면 허리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운동을 못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다고 현재 운동을 못한다는 것이 실패, 죽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 과정의 일부분이라면 잠깐 쉬는 것도, 그 사이에 운동 지식을 더 쌓는 것도, 또는 다양하고 무수한 선택지를 고르는 것을 즐기면 된다는 뜻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실패는 원하는 결과물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발견한 오답지일뿐입니다.
삶에서의 실패 또한 동일합니다. 실패로 인해 죽지 않고 지금 살아있다면, 이 또한 삶이라는 여정에서 오답지일뿐이죠.
그러나 이 오답지를 얻었다는 것 자체를 즐기기만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낙관적인 것입니다.
즐기고, 그 다음의 정답을 향해 또다시 여정을 떠나는 것이 긍정입니다.
물론 오답지를 확인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찾아보는, 스스로의 삶을 복습한다면 그 여정이 성공이라는 도착지에 도달하는 시간이 조금은 빨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