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조카 셋은 학교 가는 시간, 학원가는 시간을 빼고는 늘 붙어 있다.아침에 일어날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잘 때도 대부분의 시간을 같은 공간,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 셋이 같이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사이가 좋네! 심심할 틈도 없겠다라는 말을 하자마자 “ 엄마!! 이모!!! 언니가 안놀아죠. 동생이 내 물건 자꾸 만지자나 “ 한명은 꼭 삐지거나, 다치거나, 울음보가 터진다.
어느 날 6살 둘째에게 물었다. “그만 좀 싸워! 너네는 왜 이렇게 싸워?” “이모 싸울 수도 있지! 우린 이렇게 노는 거야” 이들만의 세계가 있는 말이었다. 다투더라도 결국 다시 웃으며 하나로 이어지는 단단한 세명의 세계였다.
수학에서 3은 불완전한 숫자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이름도 even 한 짝수가 아닌 odd한 홀수로 정의되어 있다. 어릴 적 유학을 가 혼자 남은 나에게 엄마는 동생 낳아줄걸 언니가 없어도 동생이랑 놀았으면 덜 심심했을텐데 라는 말을 입버릇 처럼 했다. 언니가 사라지면 나 혼자 남아 외롭게 같이 놀 누군가를 찾았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놀이터에 가도, 집에서도 혼자 노는 날 보다 누군가랑 같이 노는 날이 많은 아이들은 한 명이 없으면 나머지 두명이 자연스럽게 오순도순 논다. 그래서 나에게는 2보다 3이 더 완전한 숫자다.
사실 문화적으로 3은 완전한 균형을 뜻하는 경우도 많다. 세 개의 점이 연결될 때 가장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는 삼각형은 기본적인 기하학적 도형 중 가장 견고한 형태라 한다. 또한 동양 철학에는 하늘, 땅, 사람 세 개의 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세상을 구성하는 삼재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이야기 속에서도 아기 돼지는 세 마리가 등장하고, 요정 할머니도 램프 속 지니도 소원은 항상 세 개만 들어 준다. 과학적으로도 우리 머릿속에서 3은 가장 듣기 좋고 기억하기 쉬운 구성이라 한다.
셋이 뭉치면 때로는 더 시끄럽고, 갈등도 끝이 없다. 하지만 셋은 함께 있어야 한다. 동시에 셋이 있으면 한 명이 빠져도 균형이 유지된다. 누군가 잠시 떨어져 있어도 나머지 둘이 남아 있어 외롭지 않다. 내 어린 시절에는 혼자 남는 것에 익숙했지만, 조카 셋이 함께 웃고 울고 싸우는 모습이 부럽기도하다. 어쩌면 완전함이란 완벽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3’이라는 숫자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