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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난 엄마가 될 수 있을까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올해 32살을 맞이했다. 어릴 적 내가 상상했던 32살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매우 다르다. 나는 분명 결혼과 거리가 먼 사람이 아닌데 물 흐르듯이 살아가니 남편도 없고, 아이도 없는 ‘혼자’인 32살이 되었다. 엄마는 언니를 24살, 둘째인 나를 7년이 지난 31살에 낳았다. 터울이 많이 나는 우리 자매를 보고 항상 엄마는 언니를 빨리 낳았고, 넌 늦게 낳았어. 했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한 ‘늦은 나이’에는 나와 다르게 아이가 2명이었다.


어린이들과 즐거워하는 모습, 조카들을 잘 돌보는 나를 보면 사람들은 ‘너는 나중에 너 아이 정말 잘 키울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확실히 어깨너머 배운 건 많다. 쉽게는 아이 기저귀를 가는 법부터 아이들이 좋아하는 저녁을 차려주는 능력까지. 하지만 나는 부모가 아닌 언제까지나 이모, 선생님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나와의 만남은 시간이라는 제약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부모님 품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금쪽같은 내 새끼가 있다.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어린 자녀들을 부모와 함께 관찰하여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를 같이 찾고, 해결법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다. 대부분 문제점은 아이가 아닌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아이가 잘하고 있음에도 문제라고 인식하거나, 자신의 성향과 아이의 성향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그중 아이에게는 사랑과 최선이라고 한 부모님의 행동이 아이의 문제점으로 이어질 때 가장 안타깝다. 이런 육아 앞에서는 내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들은 종이처럼 가벼워진다. 그만큼 한 아이를 키우는 건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 부모님도 부모가 처음이지만, 모든 방법으로 좌로, 우로 아이들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나 또한 아이들에게 모범이 되려고 한다. 저녁에는 과자는 안된다고라고 규칙을 정했으니, 아이들 앞에서는 먹고 싶은 홈런볼도 꾹 참는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같이 불렀으니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선물을 못 받으면 안 되니 있어 아이들 앞에서는 눈물도 꾹 참는다. 나름 좋은 엄마가 되려는 이모, 선생님 어른으로서의 조그마한 노력이다.


난 분명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내가 엄마가 되지 않은 건 아직 자격이 없어서도 아니고 좋은 남편을 못 만나서도 아니다. 아직은 엄마의 역할 보다 이모, 선생님의 역할이 남은 운명 같다. 더 많은 아이를 만나 부모가 줄 수 없는 사랑을 맘껏 전달하고, 부모님에게는 좋은 양육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따뜻한 다리가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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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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