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길음동 이모가 돌아가셨다. 엄마는 8남매 중 막내다. 사랑 듬뿍 받고 자란 막내는 유난히 언니 오빠를 따랐다.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엄마가 내 동생을 낳는 것까지 보고 가셨다고 한다. 운전면허를 땄을 때 엄마를 따라 이모와 외삼촌네 외가 투어(?)를 다녔다. 김치, 장아찌, 나물 반찬을 해 나르는 게 엄마의 낙이었다. 그렇게 엄마는 부지런히 사랑을 날랐다. 캐나다에 있는 동생이 첫 손주를 낳아 엄마가 한 달 동안 서울에 없을 때 이모가 떠났다.
’ 눈 뜨면 이제 50인데.‘ ‘그럼 눈감으면 죽는 거야?’ 아직 30대인 선배가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선배는 호주, 일본 출장을 갈 때마다 좋은 호텔을 예약해 주고 분기에 한 번 2주 이상 휴가를 주는 멋진 회사에 다닌다. 그렇게 탄탄한 회사에서 전 세계적으로 8% 인원을 감축했다고 한다. 선배 팀도 예외는 아니었고 미국에 있는 자기 상사는 잘리고 다른 나라 팀원은 파견직으로 대체되었다고 한다. 권고사식 선배로서(난 재작년에 권고사직을 당했다) 당분간은 괜찮을 거라 선배를 달래며 생각한다. 아, 눈 떴다 감으면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
퇴근 후 엄마 몫을 안고 이모에게 간다. 이모는 꽃사이에서 수줍게 웃고 있었다. 이모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다. 아! 엄마와 너무 닮았다. 마치 우리 엄마 장례식장 같달까. 가족들에게 엄마가 오지 못해 많이 속상해하신다고 전한다. 이모 딸은 자신 보다 우리 엄마가 이모를 더 딸같이 챙겼다고 했다. 이모 어렸을 적 엄마가 학교에서 100점 받은 시험지를 들고 뛰어오면 그런 막내가 대견해 빨간 구두를 사줬다고 한다. 엄마와 이모의 어린 시절이 그려진다. 아, 엄마도 이모도 소녀였던 때가 있었지.
선배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불안해했다. 외국계 회사엔 40대 은퇴자가 많다며 자신의 50대까지 걱정한다. ‘회사에서 잘려도 절대 굶어 죽진 않을 거야. 이유는 누구보다 잘 알잖아.‘ 그가 누구보다 삶에 최선인걸 알기에 용기를 더한다. ’안 잘린걸 감사하며 악착같이 회사에 붙어있자.’ 너무나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매일같이 그만두고 싶다를 달고 살고 있는 난데. 선배는 내말에 맞장구를치며 감사하며 살겠다고 한다. 회사 밖은 무섭고 그만둘 용기는 없는 난 현재에 충실한 삶인가. 다닐 직장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는가. 눈 깜빡하면 사라지는 게 인생인데 회사에서 매일은 영원한 세월 같다. 아 퇴근하고 싶다.
[요마카세] 월요일 : 퇴사할 수 있을까
작가 : 흐름
소개 : 모든 것이 되고파 나 조차도 못 된 10년 차 직장인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