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I do love my job.
내 일을 ‘너무’ 사랑한다니. 꿈만 같은 말이다. J가 인스타에 올린 글에 생각이 많아진다. 스페인어 한마디도 못하는 J는 스페인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다. 스페인 가기 직전 다닌 회사에서는 상사의 지독한 가스라이팅에 매일을 울며 지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회사에서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고 마침 워킹 비자 승인이 떨어져 바로 떠날 수 있었다. 나만의 브랜드를 갖는 꿈을 안고 경력을 살려 일자리를 찾았고 운 좋게 몇몇 인터뷰도 진행한다. Hola 밖에 모르는 외국인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은 회사는 많지 않았다. 몇 번의 낙방 끝에 가죽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취업했지만, 이내 회사 사정이 어러워져 그마저도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매일 좌절과 싸우다 들어간 회사는 매 순간 적응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웃고 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매번 감사하며 지냈다. J가 만든 의상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그녀의 뿌듯함이 여기까지 느껴졌다.
언제 이렇게 성장했을까. J가 디자이너로서 무대에서 피날레를 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녀가 만든 옷을 입고 걷는 모델들을 보니 내가 다 벅차올랐다. 모델이 입은 건 옷이 아니라 J의 자부심이었다. J가 23살 내가 30살에 우린 처음 만났다. 호기심이 참 많은 친구였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묻고 또 물었다. 자기가 추구하는 방향이 확실했고 타협하지 않았다. 막내임에도 언니들을 알뜰하게 챙기는 고운 심성까지 가진 아이였다. 그때 막연하게 그녀가 성공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5년 전 J는 알고 있었을까. 낯선 나라 무대 위 활짝 웃고 있을 자신의 모습을.
No matter how many times I feel frustrated and fail, going through ups and downs, I do love my job.
’수없이 좌절하고 실패하며, 끝없이 오르내려도, 나는 여전히 내 일을 사랑한다.‘ J가 함께 올린 글을 보며 누구보다 축하를 보내는 동시에 부끄럽고 부러웠다. 나는 내 일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당당히 내 일을 사랑한다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어떻게 하면 빨리 일을 그만둘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는 난데. 단 하루를 살아도 나로 살아야 한다는데 하루에 몇 시간이나 나로 존재할까. 매일을 떳떳하게 채우고 싶지만 삶 앞에 한없이 작아지기만 한다. 멋지게 살자 매일 다짐하지만 언제나 1일 차다. 떳떳해질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는 친구가 생각난다. 계속 뛰면 당당해질 수 있을까. 물음표만 가득한 인생이다. 최고의 J가 되고 있는 J를 응원하며 I do want to love my job.
[요마카세] 월요일 : 퇴사할 수 있을까
작가 : 흐름
소개 : 모든 것이 되고파 나 조차도 못 된 10년 차 직장인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