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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선생님 감정은 누가 돌봐줘요?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선생님 감정은 누가 돌봐줘요?”


작년 첫 심리 상담을 시작한 날, 상담 선생님에게 가장 먼저 물어본 질문이다.


난생처음 보는 상담 선생님께 하염없이 나의 이야기를 30분 한 후, 갑자기 내 감정을 일방적으로 받는 상담 선생님의 마음이 걱정되었다. 내담자가 상담 선생님을 걱정하다니, 질문하면서도 스스로가 웃긴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또 수업을 마치면 대학원으로 향해 아이들의 심리, 발달에 대해 이론적으로 공부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을 온몸으로 경험할수록 내 어린 시절의 잔상이 떠오른다.


어린 시절 나는 혼자 있던 시절이 많았고, 헤어짐이 잦았다. 이제는 그 외로움이 익숙할 법한데 세월이 지나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 중 하나다.


그때 엄마가 조금 더 내 마음에 공감해 주었으면 내 불안은 지금쯤 잠잠했을까.


늘 일과 사람에 치여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우리 아빠, 딸을 어떻게 대할지 조금이라도 배웠으면 아빠와 나의 관계가 조금 나아졌을까. 금쪽같은 내 새끼에 출연 신청을 하여 아이의 마음을 어떻게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부모님을 둔 아이가 부럽기도 하다.


그때 나는 오은영 박사님을 만나지 못해서일까.


여전히 원하는 걸 놓치고선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아빠의 따뜻한 손길 속에 담긴 노력을 알면서도 자꾸만 뿌리친다.


속상한 엄마의 마음을 어루만지기는커녕, 오히려 화를 낸다. 연인에게 사랑받음을 눈으로 귀로 확인하는 내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11화에 나오는 그 다섯 살 아이처럼 느껴진다.


속으로는 ‘그게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돌아보면 ‘그 말이 아니었는데’라는 후회가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내 마음조차 돌보지 못하는 내가, 과연 누구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 매주 아이들에 대해 배워 갈수록 원망과 죄책감이 물 밀려오듯 채워진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어린 시절 만나지 못했던 오은영 박사님 같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따뜻한 이해와 지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다시 용기를 내본다.


지금 나의 외로움은 나를 항상 반겨주고 찾아주는 조카들, 매주 만나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돌봐준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성장하며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처럼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부족함이 평생의 불안으로 남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분명 내 이름, 존재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그저 어른이 되었을 때 그 튼튼한 마음속 한자리에 남아있는 따뜻한 공기 정도로 충분하다.


불안을 잠재우는 스트레스볼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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