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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디스코 팡팡은 들어봤어도, 디스코 요가?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최근 요가를 시작했는데, 직접 해보니 떠오르는 음악들이 생각나서 믹셋을 하나 녹음해봤다. 내가 요즘 배우는 요가는 깊은 호흡으로 시작해 다양한 동작들을 이어가며 몸의 균형을 찾아가고, 수련을 통해 수고한 나자신을 되돌아보며 마무리한다.


디스코 팡팡은 들어봤어도, 디스코 요가?

지난주 글에 친구와 함께 시도했던 첫 Disco Yoga 세션에서 틀었던 믹셋을 공유했었다.

오늘은 디스코 요가/테크노 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작년 2월, 친구와 함께 스페인, 프랑스를 여행했다. 파리에 내가 좋아하는 DJ Marco Carola가 온다길래 티켓을 구매하던 중 ‘Techno Yoga’라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보자마자 드는 생각, “뭐야 너무 궁금한데?”.

모든건 직접 해봐야하는 체험주의인 나는 친구와 함께 테크노 요가 세션을 예약했다. 게다가 클럽에서 한다니. 호기심을 안고 일단 갔다. 입장하는데 클럽처럼 조명이 어둡고 파란 라이트가 번쩍번쩍하고 있었다. 안내 해주시는 분이 요가복을 입고 우리를 반겨주었다. 그러더니 형광색으로 빛나는 물감을 자유롭게 사용하라고 한다. 체험 온 사람들이 몸에 물감을 막 바르고 있다. 우리도 얼굴과 팔에 점을 찍고 선을 그어 화려하게 꾸며본다.


요가매트에 앉아서 호흡을 고르며 시작되었다. 무대에 선생님이 마이크를 차고 수업을 진행하고, 뒤에서는 DJ가 음악을 플레이한다. 비트를 따라 호흡을 하고 멜로디 흐름과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동작을 이어간다. 의외의 조합이었다. 요가는 잔잔한 음악만 들으며 했었지 테크노/하우스 음악은 처음이었다. 너무나 신선했고, 나는 이걸 꼭 한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


‘테크노’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한국 친구들에게는 너무 쎌 것 같아 ‘디스코 요가’로 이름을 지어 해보기로 했다. 클럽은 아니지만 루프탑, 요가/PT 스튜디오, 고강도 운동 스튜디오에서 진행해보았다. 사람들의 피드백은 내가 처음 테크노 요가를 체험했을 때와 비슷했다. “신선해요!”, “어울릴 줄 몰랐는데, 너무 집중이 잘되고 신기했어요”.


‘요가’와 ‘테크노/하우스 음악’,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른데 왜 잘 어울릴까?

하우스 음악은 일정한 킥 드럼과 함께 4/4박자에 맞춰 흘러간다. 그 중에서도 멜로딕 테크노, 오가닉 하우스, 아프로 하우스 등의 장르는 대체적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지만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루프, 패드, 아르페지오 등을 사용한다. 그렇다보니 요가의 호흡과 동작이 끊기지 않도록 흐름을 유지시켜주는데 딱이다.

우리가 흔이 전자음악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극적인 드랍(Drop)’보다는 시간을 두고 묵직하게 감정선을 서서히 끌어올리다보니 요가 중에 감정을 방해하기 보다는 몰입과 감정 정화를 도와준다.


뿐만 아니라 튀는 보컬이나 복잡한 가사보다는 우리 몸이 느끼고 반응할 수 있는 반복적이고 감각적인 사운드 중심이다 보니 요가 동작을 하며 호흡과 함께 몸에 자극을 느끼고 흐름에 따라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디스코 요가는 단순히 요가&음악이 아니라, 몸과 감각, 리듬,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요가 할 때 음악은 집중을 돕고, 몸은 음악에 반응하고, 그 안에서 나 자신과 훨씬 더 가까워지는 느낌을 준다.

현대인에게 빠르게 흐르는 일상 속에서 리듬에 몸을 맡기고 호흡을 느끼며 나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는건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믿는다.


앞으로도 디스코 요가라는 이름 아래 조금은 낯설지만 기분 좋은 흐름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밤 나가 놀고 싶어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듣다 보니 틀고 있고 틀다 보니 어느새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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