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마음먹고 버리기란 불가능하다. 할 줄 알았으면 물건을 쌓아두지도 않았을 테다. 치워야지 마음먹는 순간 귀찮아지고 다음으로 미룬다. 급한일도 아니고 지금도 문제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먹지 않고 버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다. 마음먹고 버리기 어렵다면 하루에 1개씩 버리자. 마음 따위 먹지 않아도 된다. 매일 1개씩은 버릴 수 있지 않는가. 작은방부터 시작한다. 옷과 잡동사니가 있는 공간이다. 잡동사니로 뭉개버릴 있는지 조차 몰랐던 물건이 나온다. 버릴려니 제 마다 사연이 있다. 하나하나 들어주고 있노라면 버릴 수 있는 물건이 없다.
사연 1. 생일선물로 받은 가방. 가방에 욕심이 없는 난 회사에서 나눠준 에코백만 들고 다닌다. 노트북에 운동복에 꾸역꾸역 넣은 게 안타까웠는지 회사를 통해 알게 된 지인들이 사준다. 받자마자 마음에 쏙 들진 않는다. 크기도 너무 크고 검은색이라 싫다. 선물해 준 마음이 있으니 연신 마음이 든다며 호들갑을 떤다. 출근하는 내내 열심히 들고 다니며 고마움을 표한다. 날이 더워지면서 점점 매고 나가는 날이 줄었고, 다시 날씨가 추워졌지만 쓰지 않는데 익숙해져 버린다. 그렇게 잊고 지낸 지 3년. 작은 방에서 화석처럼 발견된다. 선물 받고 1년간은 잘 썼으니 친구들도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한다.
사연 2. 속초 소영이네 포장마차를 아는가. 나와 짝꿍은 속초 포장마차 거리를 자주 간다. 바다가 하나도 보이지 않지만 바다 바로 옆이라 좋고 맛있어서 좋고 포장마차 특유의 분위기도 좋다. 지난겨울에 또 방문한 소영이네. 우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매운탕과 고갈비를 시킨다. 고갈비는 사이드 메뉴로 메인 메뉴를 주문해야 시킬 수 있는 메뉴다. 고갈비를 먹으러 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촉촉한 고등어를 숯불에 구워주신다. 술도 빠질 수 없다. 매운탕엔 소주다. 술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시스템이다. 맥주에 판촉 상품으로 머리끈이 걸려있다. 귀여워 사진 찍으려 빼온다. 그걸 보고 이모가 그냥 가지라고 주신다. 감사하다며 이모 최고를 외친다. 그날도 분명 짝꿍과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했겠지만 소영이네만 가면 기분이 좋다. 머리끈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만 간직하고 쓰지 않는 머리끈은 보내준다.
저마다 사연 짙은 물건을 보내준다. 이렇게 물건마다 사연을 쓰니 더욱 미련이 없어진다. 오히려 보내길 잘했지 생각 든다. 버린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있는지도 몰랐을 물건이니까.
내가 가진 물건 개수를 셀 수 있을까?
궁극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유목민(유투버) 가장 멋진 점 중 하나는 본인이 가진 물건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단 하나도 쓰임이 없는 물건이 없다. 물건을 산 이유와 처분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그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엔 신념이 깃들어있다. 예뻐서, 갖고 싶어서, 유행이라서, 선물로 받아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 그는 주머니 없는 옷을 구매하지 않는다. 양손을 편하게 쓰고 가방을 들고 다니지 않기 위함이다. 또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을 때까지 물건을 사지 않는다.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물건을 살 때 나만의 기준이 있었던가. 남들 다 가지고 있으니까, 세일하니까 별생각 없이 쉽게 들인다. 물건 버리기를 마음먹은 순간부터 이 물건이 꼭 필요한지 생각해 본다. 이미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어떤 물건 몇 개를 가졌는지 세지도 못하는 마당에 새로운 물건을 들일 순 없다.
나만의 기준을 정해야 하는구나
그가 멋진 이유는 단순히 소유한 물건 개수를 셀 수 있다는 점이 아니라(물론 이것도 너무 대단하지만) 물건 하나를 사도 자신의 신념을 담는 모습이다. 인생에서 닮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자신만의 뚜렷한 신념이 가진 이들이다. 하고 싶은 일 10%를 위해 하기 싫은 일 90%를 해야 한다는 말에 절로 끄덕였는데, 이 말을 듣고 하기 싫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 평론가 이동진. 지금 그가 서있는 위치가 하고 싶은 일만 지독하게 해왔음을 증명한다. 자기가 세운 기준과 타협하지 않는 삶이라니. 건강하게 먹자 다짐하지만 짜파게티 끓이려고 물 올리는 내겐 너무 먼 일 같다.
[요마카세] 월요일 : 비워야 산다
작가: 흐름
소개 : 가볍게 살고 싶다. 뼈마저 비어있는 새처럼. 하루에 한 개씩 물건을 버리기로 결심한다. 매일 물건과 이별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