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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멀다 멀어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8월 무더운 어느 여름날, 브라질 친구로부터 장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Hi Jinny, We are happy to invite you to share one of the most important day of our lives - our wedding!”


11월에 결혼을 한다고 했다. 프러포즈를 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자기 3개월 전에 초대를 할 줄이야. 스페인에서 만나 모로코 여행, 프랑스, 샌프란시스코 로드트립을 함께한 친한 친구라 당연히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 퇴사가 예정되어있었기도 하고, 멀리 남미 대륙을 가는데 브라질만 찍먹 하기엔 아까워서 이참에 남미를 좀 구경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얘기를 친구에게 했더니 본인도 리프래쉬 휴가를 쓰고 오고 싶다 했다. 그렇게 결정된 “짥고 굵은 남미 여행”.


브라질 친구는 내가 출발하기 전날까지도 내가 온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다고 했다. 지구반대편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장소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3시간 비행기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가서 버스를 또 두 시간 타고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었다.


비행기는 밤 12:30분 출발, 13시간 15분을 날아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해 2시간 경유 후에 상파울루까지 다시 12시간 10분을 비행하는 스케줄이었다. 씻고 나와서 장시간 비행을 대비해 폼롤러로 허리를 문질문질 해주었다. 잠깐 허리 아래 폼롤러를 고정해 두고 핸드폰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허리가 굳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허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들어서 폼롤러를 뺄 수도, 다리를 움직일 수도. 너무 놀랬지만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는 당황을 하며 나를 도와주었고, 가까스로 폼롤러를 허리밑에서 뺐으나 나는 일어설 수가 없었다. 장요근, 고관절 여기저기를 마사지해주고 나니 몸이 조금씩 움직였다. 빨리 공항으로 출발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급하게 짐을 챙겨 언니가 우선 내 배낭을 메고 차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진통제를 사기 위해 약국을 찾았으나, 다 문을 닫았었다.


결국 나는 아픈 허리를 이끌고 게이트로 들어갔고, 언니는 불쌍한 눈으로 나를 떠나보내야 했다. 설렘반 걱정반 일단 비행기를 탔다. 중간중간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계속해주었다. 에티오피아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나는 챗지피티에게 에티오피아 공항애서 살 수 있는 진통제가 있는지 물어보았고, 다행히 공항 약국에서 지피티가 알려준 소염진통제를 살 수 있었다. 지피티 없었으면 어쩔 뻔했는가… 커피가 맛있는 에티오피아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쉬다가 다음 비행기에 탑승했다. 비행기에서 꿀잠을 자고, 밥도 잘 먹고 상파울루에 잘 도착했다. 원래 비행이 체질이다.


공항 근처에 잡아둔 숙소에 짐을 풀고 호텔 1층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이피리냐(브라질 칵테일)를 한잔 마시고 올라와 씻고 바로 기절했다.


집을 나선 지 약 30시간이 지났다. 아직 결혼식장 근처에도 못 갔다.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 밤 나가 놀고 싶어 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직접 틀고 만드는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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