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정확히 내 생일이 오기 바로 며칠 전이었다.
“생일도 챙겨주지 못하는 못난 남자친구라서 미안해.
나 같은 사람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나.
사랑했어.”
한때 인생의 전부였던 남자친구로부터 갑작스럽게 헤어짐을 통보받았다. 그날, 가장 서러웠던 건 생일을 안 챙겨준 것도, 더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뻔한 말도 아니었다. ‘사랑해’가 아닌 ‘사랑했어’라는 과거형의 고백이었다.
18년도 10월, 첫 번째 이별을 겪었다. 그 후로 지옥과도 같은 5개월을 보냈다.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니 열심히 살아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그러다 생각해 낸 게 수영이었다. 그 시절의 생각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가장 멋지다고 생각해서 선택했거니 추측해 본다.
2019년도 3월 25일, 그렇게 처음 수영장을 등록했다. 등록하고 나서 받은 회원카드와 수영장 신규 회원 이용 안내 설명서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안내 설명서에는 아래의 항목들이 적혀 있었다.
1. 수영장 준비물
2. 수영장에 입장 전
3. 수영 후 퇴장 시
4. 수영장 에티켓
준비물 중 하나인 수영복은 집 근처 ‘배럴(Barrel)’ 매장에서 구입했다. 한 가지 이유는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이라 바로 입어보고 구매할 수 있어서였고, 또 다른 이유는 이때 당시 배럴이 ‘Better’인 줄 알고, 더 나은 나를 꿈꾸는 나와 딱 맞는군- 하면서 만족스러운 이름 때문에 구매했었다. (훗날 스펠링이 다른 ‘Barrel’인 걸 알고 혼자 숨죽여 웃었던,,)
*참고로 ’Barrel‘은 파도가 완전히 말려서 속이 텅 빈 통(Barrel)처럼 형성될 때, 그 안으로 서퍼가 들어가 타는 것을 말하는데, 서핑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지만 가장 환상적인 순간으로 여겨진다고 한다.
만물이 소생하는 4월의 어느 봄, 차가운 계절이 지나가고 따스한 바람이 스며들 무렵, 나는 처음으로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낯설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산 수영복을 입고, 처음 들어선 수영장. 첫 발을 내디딜 때의 물의 온도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나에게도 봄이 왔다.
어쩌다 수영이다.
[요마카세] 월요일 : 어쩌다 수영
작가: 도니
소개 : 무언가 하나를 진득하게 못 하던 나. 그런데, 진득하게 하게 된 무언가가 생겨버렸다. 어쨌거나, 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