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나의 자랑거리를 하나 꼽자면, 어릴 적부터 이모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는 점이다.
엄마는 네 자매 중 맏언니였고, 나는 그 첫째 딸로 태어났다. 자연스럽게 ‘첫 조카’는 내 차지가 됐다. 무엇이든 처음은 특별하니까. 적어도 내 동생이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모들의 유난스러운 애정이 온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이모들이 중심에 있는 장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막내 이모는 조금 더 선명하다. 정말로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주 들은 이야기가 뒤섞여 만들어진 이미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모랑, 당시엔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이모부와 이집트 미라 전시를 보러 갔다가 겁에 질려 울던 기억, 제대로 인사 안 했다고 이모에게 눈물 콧물 쏙 빠지게 혼났던 기억, 이모의 옷과 신발, 선글라스를 한껏 걸치고 사진을 찍었던 기억까지. 나는 한글도 이모에게 배웠다.
그렇게 유년기의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막내 이모는 내가 초등학생이던 해, 일본으로 이민을 갔다. 이모의 결혼과 함께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고, 이후로는 몇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했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이모를 다시 만났다. 이모는 여전히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예전처럼, 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대화를 나눌 땐 성인으로 대해주면서도 사랑을 표현할 땐 마치 다섯 살 아이처럼 여전히 유난스러운 사랑을 아낌없이 주었다.
내가 이모 집에 머무는 동안 이모가 내 얘기를 지인에게 했다고 한다. 그분은 내가 아주 어린 줄 알았단다. 이모의 말투나 태도 때문이었겠지. 시간이 멈춘 듯, 이모는 여전히 나를 어린 조카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마음을 지금의 내가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마냥 들뜬 마음으로만 떠난 건 아니었다. 조금 답답한 마음을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떠나온 여행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도 더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고 왔다.
사랑도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 번 크게 충전해두면, 그 힘이 내 안에서 연료처럼 작동한다. 유년기에 받은 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 이모에게 받은 사랑은 무기력한 일상 속을 견디게 해주는 급속 충전기 같다.
감사한 일이다. 그렇게 나를 변함없이 응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요마카세] 일요일 : 간헐적 포토그래퍼의 나고야 기록
작가: 샨샨
소개: 아주 가끔 사진 찍는 사람. 그래도 찍을 땐 나름 진심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