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몸운동, 동반자, 그리고 다른 이야기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들 한다.
요즘은 그게 1년이면 충분하다고도 한다.
그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나는
턱걸이에 처음 도전하던 고등학생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대단하다고 말한다.
나는 고맙다고 웃지만, 속은 복잡하다.
아마도 ‘처음’을 자주 떠올리는 습관 때문일 것이다.
맨몸운동을 시작한 지 벌써 12년이 되었다.
좋아하면 닮는다고들 하지만, 설마 내가 철봉을 닮은 건 아닐까?
다행히도 그렇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내게는 그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랫동안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보니,
잘못했을 때 용서를 구하는 일은 있어도
서로 싸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처음의 설렘은 사라졌더라도
계속 좋은 관계로 갈 수 있다고 믿었다.
마치 처음의 열정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맨몸운동을 좋아하는 나처럼.
10년 넘게 함께한 동반자보다 더 좋아했지만,
결국 우리는 헤어졌다.
이유를 정확히는 모르겠다.
다만 맨몸운동에 빗대 생각해보면,
취향이 달라졌을 수도 있고,
열정의 불씨가 조금 식었을 수도 있으며,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무언가’가 부족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맨몸운동에 비유해봐도
결론은 명확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할 수 있던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끝까지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맨몸운동처럼.
그럼 나는 맨몸운동을 늘 똑같이 좋아했을까?
그건 아니었다.
어떤 때는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듯 즐겼고,
어떤 때는 도피하듯 매달렸으며,
어떤 때는 그것에 집착했다.
그 농도는 매번 달랐지만,
진한 것도, 옅은 것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것을 ‘용액’이라 부르고
리트머스 시험지에 묻혀본다고 상상해본다.
종이를 가만히 바라보니, 색깔이 달라진 적은 없었다.
그 용액은 그 용액으로 계속 거기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용액이 담긴 통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본다.
[요마카세] 목요일 : 맨몸운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
작가 : 종태
소개 : 맨몸운동을 10년 넘게 하며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든 생각이 운동보다 더 커졌고 여기서 좀 더 자세히 나눠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