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낮과 밤을 오가며 즐기는 파티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푹자고 느지막히 일어나 동네 산책을 나가본다. 이비자 여름은 해가 길다. 밤 9시가 다되서야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해를 좋아하는 나는 전날 파티를 하고 아침에 들어와도 푹자고 일어나서 또 해를 즐길 수 있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귀가하며 마트를 들른다. 오늘 저녁은 한국과 스페인 탄수화물 파티다. 한국에서 떠나기 전, 친구가 따뜻한 물만 부으면 되는 누룽지를 여러 팩 주었다. 언젠가는 도움이 될거라며. 그렇게 차려진 밥상에는 누룽지, 미니 스페니쉬 또르띠야 2종, 샐러드 그리고 맥주. 또 밤새 놀아야하기 때문에 잘 먹어준다.


원래 시차적응을 잘하는 편이지만, 이비자 스케줄을 봐선 시차적응이 필요 없는듯하다. 밥을 먹고 씻고 준비하다보니 벌써 새벽 한 시다. 오늘은 이비자 신상클럽 [UNVRS]를 간다. 유명 DJ Jamie Jone의 Paradise 파티가 열리는 날이다. Ushuaïa, Hï Ibiza를 만든 팀이 2025 여름에 새롭게 오픈한 클럽이다.


우연히 지나가던 택시를 잡아 타고 [UNVRS] (유니버스)에 도착한다. 클럽으로 입장하는데 약간의 언덕을 오른다. 아쉽게도 공짜 티켓의 운은 어제까지였다. 하지만 이런 클럽에서 유명 아티스트를 보는데 내는 돈은 전혀 아깝지가 않다. 들어가보면 그 값어치를 한다는걸 깨닫게 된다. 들어가자마자 메인 스테이지가 눈앞에 펼쳐지는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내가 다른 클럽을 소개할 때도 이 말을 했던가?) 층고가 굉장히 높고 박스형으로 트여있어 개방감이 어마어마하다. 유니버스에도 역시나 가든 (The Dome)이 있고, 총 세개의 스테이지가 있다. 놀라운건 버거를 파는 Food court도 있다. 우리는 클럽 구경을 마치고 굿즈샵에 들러 Paradise 파티 티셔츠와 기념품을 산다. 산 걸 들고다니기 힘드니, 나가기 전에 찾아갈 수 있다고 해서 맡겨 두었다.


본격적으로 즐기기 위해 메인 스테이지에 자리를 잡고 선다. Jamie Jones와 Chris Stussy가 백투백으로 틀 예정인데, 그 전에 Rossi.가 워밍업을 해주고 있다. 메인 DJ 이전 타임은 아주 중요하다. 너무 과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의 텐션을 쭉쭉 끌어 올려줘야한다. 어느 DJ나 그리고 싶은 스토리라인이 있을텐데 에너지 레벨을 적절히 조절한다는거는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Rossi.의 신나는 워밍업이 마무리 되고, Jamie Jones와 Chris Stussy가 등장한다. 키가 작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릴 때, 카메라를 켜 줌인을 해보면 알 수 있다. Jamie Jones의 단독 플레이를 보고 싶었으나, 두 DJ의 음악 티키타카를 보는 재미가 또 있기에 기대하며 즐기기 시작한다. 신상 클럽 답게 탁 트인 공간에서 울리는 우퍼가 남다르다. 초반에는 괜찮은가 싶었는데, 두 DJ의 케미가 오늘은 왠지 시너지를 발휘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케미가 잘 맞으면 DJ들도 신이나서 아이들처럼 방방 뛰고 노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트에 맞춰 움직이는 조명과 LED 스크린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댄서들이 공중 그네를 타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시선을 강탈한다. 하지만 눈을 감고 음악을 온전히 느끼기엔 오늘의 셋이 너무나 아쉽다. B2B에서 파트너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밤이다. Jamie Jones도 아쉬웠던걸까, 짧게 손인사만 하고 무대뒤로 사라진다. 조명이 밝아지고 구매한 기념품을 찾으러 샵으로 가본다. 하지만 문은 닫혀있고, 시큐리티 가드가 막고 있다. 우리는 구매한 물건을 찾아야한다고 말했지만 내일 다시 와야 한단다. 이걸 찾으러 티켓을 구매하고 들어와야 한다니. 그러던 중 문을 열고 직원이 나온다. 운이 좋게도 우리가 만났던 직원이다. “어! 우리는 기억하죠?”라며 간절하게 부탁했고, 그 직원은 다시 들어가더니 우리 물건을 찾아 가져다 준다. 큰일날 뻔 했다.

압도적인 규모의 신상클럽 [UNVRS]
쉴 수 있는 공간 ‘The Dome’.


정신없이 잠이 들고 약 7시간이 지났다. 찌뿌둥한 몸을 깨우기 위해 F45 운동을 하러간다. 운동을 하며 파트너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다. 끝나고 좀 더 얘기를 해보니 코치의 친동생이란다. 나랑 일부러 파트너를 했다고 한다. 11월에 한국에 놀러올 계획인데, 인스타를 보다가 우연히 한국에서 F45를 하는 내가 이비자에 온걸 보게 되었다고. 마침 같은 수업을 듣게 되어 코치인 언니에게 파트너를 시켜달라고 했단다. 살다보면 어디서 어떤 인연을 만나게 될지 모른다.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재밌어지고, 인생이 재밌어진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친구, 이비자의 상징 클럽과도 같은 Pacha에서 댄서들을 담당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고 싶은 파티가 있으면 표를 알아봐주겠다며 Pacha에 오면 연락하라고 했다.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와 함께 샌드위치를 사서 귀가한다.


오늘은 오후 5시-11시까지 하는 야외 day 파티를 가는 날이다. 씻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F45에서 있었던 일을 조잘조잘 친구에게 전한다. 빨리 준비한다고 했지만, 결국 또 오후 7시가 되어서야 클럽에 도착한다. destino Five는 Pacha에서 운영하는 5성급 리조트이며, 야외 풀장 옆에서 파티가 열린다. 야외 파티 답게 푸드와 음료 스텐드가 있다. 데이 파티는 분위기가 클럽과 완전 다르다. 사람들도 화이트나 밝은 톤의 옷을 입고 카우보이 모자와 부츠, 선글라스 그리고 각종 악세서리로 한껏 멋을 냈다. 오늘은 테크하우스의 거장 Marco Carola의 파티 Music On의 날이다. 늘 스트리밍으로 듣던 믹셋을 내 눈과 귀로 직접 보고 듣는 날이 올줄이야.


Blond:ish와 MauP가 B2B를 하고 있다. 둘은 데이파티답게 신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고, 우리도 술 한잔에 햇살을 받으며 신나게 춤을 춘다. 햇살, 음악, 술 삼박자가 어우러지니 더할 나위 없이 흥이 오른다. 관객들과 같이 환호하고 상대방 DJ가 믹싱을 할 때, 옆에서 같이 신나게 춤추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그 모습에 관객들도 더 신이 나는 듯 하다. 해가 조금씩 내려갈 즈음, 사람들이 “Marco, Marco, Marco”를 외치기 시작하고, Marco Carola가 등장한다. 생김새만으로도 포스가 어마어마하다. 작년 파리의 한 클럽에서 카롤라를 실제로 처음 봤다.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직접 들었을 때의 느낌은 잊을 수 없었다. Marco Carola의 셋은 듣고 있으면 파도를 타고 가는 느낌이다. 그가 깔아주는 베이스 라인에 올라타 그 위에 얹어주는 멜로디를 즐기며 춤을 춘다. 그 어느 DJ 셋에서도 느껴보지 못하는 바이브다. 선셋과 함께 완벽한 밤을 보낸다. 밤 11시가 다되어 끝났지만 여운이 길게 나마 애프터 파티를 찾아나선다. destino Five의 실내 클럽에 들어가본다. 밖에서 느꼈던 바이브가 강했던걸까, 만족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채 집으로 돌아온다. 괜찮다, 내일은 Pacha에서 또 Music On이 열리니까.


야외에서 하는 데이타임 파티
테크하우스 거장 Marco Carola의 플레이.





[요마카세] 금요일 : 오늘밤 나가 놀고 싶어지는걸?

작가 : DJ Jinnychoo

소개 : 음악 없이 살 수 없어 직접 틀고 만드는 디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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