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이름이 없어도 괜찮아, 빛나고 있으니까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길을 걷다 문득, 흘러나오던 노래 가사말에 마음이 멈춘다. 휴대폰 불빛에 의지해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내디뎌야 했던 캄캄한 밤하늘과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그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떠 있던 강원도 평창의 별들이 떠오른다. 감탄을 연발하며 ‘저긴 북두칠성, 저긴 오리온자리네’ 숨바꼭질하듯 별자리를 찾아보았던 그 밤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내, 내 마음은 열심히 찾던 별자리의 별이 아니라 별자리로 묶이지 않은 별들에 머문다. 그 맑고 찬란한 무수한 별들은 과연 어떤 이름으로 불릴까? 어쩌면 불릴만한 이름조차 없는 걸까. 이름이 없는 별들은 그저 어딘가 우주를 떠돌며 밤하늘을 은밀히 수놓는 존재들일까-

찾아보니, 실제로 망원경으로 관측되는 별은 수조 개. 그중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건 고작 몇 천 개. 그중에서도 별자리에 속한 건 단 88개의 별뿐이란다. 88개의 별이 특별하다 느껴지면서도 동시에 “88개의 별만 특별하면? 나머지 별은 의미 없는 거야?!” 반항심이 씩씩거리며 꿈틀댄다. 어쩌면 내가 88개의 별에서 제외된 별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존재가 되는 걸까? 그럼 너무 슬픈데-

자주 달리는 거리의 가로수 밑에는 단풍잎이 한가득 담긴 봉지들이 보인다. 아마도 모두가 잠든 시간, 혹은 겨우 눈을 비비며 하루를 준비할 때 남들보다 일찍 나와 거리를 쓸던 손길이었겠지. 두 시간 남짓의 영화가 끝나면 까만 화면 위로 수많은 이름들이 흘러간다. 배우, 감독, 작가, 조명, 음향, 미술, 로케이션 등등. 그 역할이 크든 작든 영화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함께한 모든 사람의 이름들. 가로수 아래에 놓인 단풍봉지 너머의 손길, 까만 화면 속 긴 스크롤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의 손길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다채롭고 풍성하고 따뜻해진다는 사실을 때때로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세상은 숨은 존재들로 가득하다. 보이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빛나는 별들과 같은 존재.

별자리는 인간이 선택한 하늘의 일부일 뿐이다. 우주에 가득한 무수한 별들은 이름이 없거나 눈에 띄지 않더라도 살아 있고, 빛나며,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 있는 것 아닐까. 우리들 역시 거창한 이름이 없어도,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발견되지 못해도, 눈부시지 않아도 그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빛을 내며 살아가는 별이 아닐까.

이 세상 수많은 별들이 이름 없는 존재들이지만 결국 밤하늘의 빛으로 존재하듯 우리 모두는 그 자체로 빛나는 별들이다. 이 별들이 모여 세상을 이루고, 저마다의 희망과 감동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신비와 의미를 품은 별들의 세계처럼 우리 또한 서로의 우주 속에서 또 다른 별자리의 한 조각이 될 것이다.



[요마카세] 화요일: 절찬리 기록 중

작가명: 세렌디피티

소개: 쓰고자 하는 마음에 사로 잡히다가, 이제는 쓰고 자 하는 마음을 붙잡아 놓질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버렸습니다. 무엇이든, 어찌 됐든 계속해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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