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2015년 첫째 조카가 태어난 날이 유독 생생하게 기억난다. 대학 축제를 즐기고 있었던 그날, 첫째가 태어난 소식을 들었다.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는 아이 침대 옆 달린 카메라로 그녀의 일상을 라이브 해주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열혈 구독자가 되어 하루 종일 발가락을 움직이고, 하품만 하고 있는 아이를 관찰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그렇게 우리 집에 처음으로 새 생명이 태어났다. 아무것도 아닌 움직임에 미소를 짓고 조금이라도 우는 표정을 하면 어떻게 안절부절못했다. 우리한테는 다이내믹한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버보다 단조로운 아이의 일상이 더 재밌었다. 태어나자마자 골드 버튼을 받았을 정도로 우리 가족은 매일매일 감상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그리면 항상 엄마, 아빠, 언니 딱 네 명뿐이었는데 어느덧 형부가 생기고, 가족이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한 명 더 생기다니. 그 자체가 그냥 너무 신기해서 유독 첫째의 탄생을 내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내 가족이 된 첫째는 어느덧 8살이 되었고, 나의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첫째는 속상한 일이 생기면 나를 먼저 찾는다. 성격도 비슷한 우리, 어느 날은 각자 엄마한테 혼나고 둘이 방에서 끌어안고 엉엉 운 적도 있다. 아파도 꾹꾹 참고 쓰지 않은 휴가라도 첫째에게 속상한 일이 생겼다 하면 고민 없이 휴가를 쓴다. 그러고 둘이 손잡고 롯데월드를 가거나, 캐러멜 팝콘 하나씩 들고 같이 보 러가고, 영화가 끝나면 꼭 콘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올려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단짝 친구와는 좋은 일도 슬픈 일도 모두 다 나누는 것처럼 첫째와 나는 모든 걸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최근 슬픈 일은 겪은 밤 첫째는 내 침대에 누워 나를 꼭 안아주며 같이 참을 청했다.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하게 내 옆에서 잠이 든 첫째 덕분에 나도 생각을 비우고 잠에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주말은 어떻게 보내야 할까 고민했지만 첫째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 친구 A는 그런 나를 보고 단단한 마음으로 첫째까지 챙기는 내가 진짜 대단하다고 말해주었지만 사실은 첫째가 나를 돌봐주고 있는 거라 했다. 무기력함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하루가 될 뻔 한 날 첫째는 나의 하루를 행복으로 채워주었다. 그렇게 23살 차이가 우리는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서로를 보살펴 주고 있다.
엄마가 된 내 친구 B는 아이만 봐도 배부르다 했다.
어릴 때 저 말을 믿지 않았지만 어떤 감정일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