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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이룬 게 뭐야?

by 흐름

이 글은 [요일마다 바뀌는 주인장 : 요마카세] 연재물입니다.


“아빠 나 회사 이제 그만둘 거야 그리고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수업하는 거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게”라고 말했다. 세 번째 퇴사를 맞이한 딸이 이제는 익숙할 줄 알았는데 아빠는 나를 다시 방으로 불렀다. 한 회사를 34년 동안 이끌고 다닌 우리 아빠는 포기와는 정말 거리가 성격과 인생을 살았다.


아빠는 나보고 그동안 이룬 게 뭐냐고 물어봤다. 마치 산속에서 나무를 하다 도끼를 빠트려 이게 금도끼냐 은도끼냐, 열심히 일한 너에게 무슨 상을 줄지 판단하는 산신령이 내 눈앞에 있는 기분이었다. 특별하게 자랑할 건 없다. 부지런히 사는 것 , 밥벌이는 하고 사는 것, 건강한 것,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했지만 우리 집 산신령은 생각보다 냉철한 사람이었다. 어느 하나를 끈기 없는 모습이 정말 답답하다며 아빠는 불편함을 토로했다. 나이가 먹으니 조금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딸이 고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어디 모임에 가서 딸을 심플하게 다니는 회사 이름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모르는 건 어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아빠가 살았던, 살고 있는 세상과 다르게 굴러가기 때문에 아빠의 마음은 이해하는 정도로 충분했다. 나랑은 다른 아빠 세상을 내가 살 이유도 없고, 내 것이 아니었다.


아빠와 대화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펑펑 울었다. 틀린 말은 없었기에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은 새로운 길인 만큼 용기가 필요하다. 당분간은 돈을 포기하고, 모든 인프라를 갖춘 강남 출퇴근 길을 포기해야 하는데 과연 이 길이 맞을까? 그렇다고 돈을 선택하기에는 월급에 찍히는 돈은 커질 기미가 안 보이고, 침묵만 흐르는 사무실 가는 길은 나에겐 지옥이었다. 이도저도 못하는 내 상황이 답답했다.


가장 속상했던 이유는 그다음 날은 나의 첫 도전으로 얻은 키즈요가 수업 이 있는 날이다. 처음 가보는 초등학교 수업, 2회 연속 강의, 15명의 아이와 진행하는 수업이라니 기대도 컸지만, 걱정이 더 많았다. 특히 전날 아빠와의 다툼으로 이 일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긴장감을 아이들에게 줄 선물보다 더 많이 가지고 학교에 들어갔다. 수업 시작 전부터 아이들이 교실 주변으로 찾아왔다.ㅡ“오늘 요가해요? 신난다! 꺅!!”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니 긴장감이 다 사라졌다. 어제 아빠와 울다 퉁퉁 분 눈은 어디 갔는지 밝은 미소가 나도 모르게 교실을 가득 찼다. 다행히 아이들은 수업을 즐거워해 주었고, 나 역시 너무 행복했던 2시간을 보냈다. 선생님 다음에 또 올 거죠? 약속해 줘요!라고 계속 웃어주는 아이들을 보니 나는 왜 고민했을까?


어느 날 내 눈앞에 또 산신령이 나타나 “그래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길을 선택했으니, 네가 찾는 길이 이것이냐? ”라고 물어보면 “모르겠어요.” 라, 대답할 것 같다. 세 번째 퇴사도 계획이 없었던 일인데, 네 번째 퇴사라고 못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주 아이들의 웃음 리에 모든 걱정이 사르르 사라진 나 자신을 알기에 누군가가 “이 길을 선택한 후회 없어?라고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네, 없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다.


아빠, 걱정하지 마! 나 잘해볼게





[요마카세] 목요일 : 어린이의 위로

작가 : 아리

소개 : 어쩌다 조카 3명과 살게 된 싱글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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