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살림, 눈떠보니 어울려 이룬 사랑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 북콘서트

by 변택주

지난 2일, 경기 부천 복사골문화센터 1층에 있는 해피니스카페에서 내가 펴낸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 북 콘서트가 열렸다. 해피니스 꼬마평화도서관(57호) 문 열기와 어울린 잔치 마당은 소피와 그 동무들이 선보인 훌라 ‘Maui No E ka 'oi’로 막이 올랐다.


KakaoTalk_20260202_233745828_18.jpg 훌라 ‘Maui No E ka 'oi’를 추는 소피와 동무들 가운데 선 이가 소피


이어 꼬마평화도서관을 열어가는 까닭을 알리고, 해피니스 꼬마평화도서관 나래 관장이 꼬마평화도서관사람들이 가려 뽑은 2026년 상반기 평화그림책 '전쟁 속에서도 우리는'을 연주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씨동무를 잃은 지은이 잔니 로다리는 전쟁 속에서도 빠짐없이 해야 할 일로 깨끗이 씻고, 배우고 익히며, 골고루 먹고, 밤에는 푹 자는 일을 꼽는다.


KakaoTalk_20260202_233745828_21.jpg <전쟁 속에도 우리는>을 켜는 해피니스 꼬마평화도서관 나래 관장

‘유엔어린이권리협약’에 나오는 말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전쟁 속에서도 남을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흔드는 로다리 뜻을 우리가 제대로 새긴다면 전쟁을 이어갈 수 없을 테다.


KakaoTalk_20260210_081628193.jpg 사랑은 사랑말고는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이어 이화정 피아니스트와 함께 한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 북 콘서트는 에드워드 엘가가 지은 ‘사랑의 인사’로 문을 열었다. 에드워드 엘가는 앨리스와 뜨겁게 사랑했는데, 엘리스네 집에서 막아서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저희끼리 약혼한다. ‘사랑의 인사’는 이때 엘가가 앨리스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담아 지어 올린 곡이다. 감미로운 사랑의 인사로 이어진 곡은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하는 신바람 나는 냇 킹 콜 원곡 ‘L-O-V-E’였다.


KakaoTalk_20260206_103500946.jpg '사랑의 인사' 연주 피아니스트 이화정


이화정 선생이 이토록 사랑 어린 가락들로 문을 연 까닭은 이 책이 사랑을 잇는 책이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은 잇기에 있어 읻다’고 여긴다. 이 말은 ‘잇지 않고는 곱고 좋은 사랑이 있을 수 없다’는 말인데, 낯선 낱말 ‘읻다’는 ‘곱고 좋다’는 우리말이다. 앞선 이들이 펼쳐 보인 결 고운 뜻을 잇지 않고는 사랑이 있을 수 없고, 사랑이 없으면 결 고운 살림살이가 펼쳐질 수 없다.


우리 머릿속에서 잊혀 가는 살림살이는, 너를 살릴 때 비로소 내가 살 수 있다는 마음 밭에서 길러지는 품이다. 살림살이와 사랑은 둘이 아니며, 나는 ‘사랑’이야말로 법정 스님이 이어가기를 그토록 바랐던 뜻이라고 받아들인다.


번거로운 검은 의식 하지 말고
사리를 찾으려고 하지도 말며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며
입던 옷 그대로 다비(화장)하라


오는 3월 14일로 원적 열여섯 돌을 맞는 법정 스님이 남긴 말씀이다. 사리는 부처님을 비롯한 결 고운 뜻을 펼친 스님들이 돌아가셨을 때 다비 하고 나서 나오는 맑은 구슬들이다. 어째서 사리를 찾지 말라고 하셨을까? 사람마다 다 달리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나는 뜻 사리를 이어가라는 말씀으로 새겼다. 뜻 사리, 곧 뜻을 잇는 길이 여럿이겠지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길이 스님이 밥값이나 하고 가야 하겠다면서 만든 시민모임 '맑고 향기롭게'에서 세운 사랑 줄기라고 여긴다.


KakaoTalk_20260206_173355485_01.jpg 묻고 답하는 시간 왼쪽 사회 토리, 오른쪽 택주


그 줄기는 셋인데 마음, 세상, 자연이다. 마음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가지 셋은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기 ▲화내지 말고 웃기 ▲나 혼자만 생각 말고 더불어 살기이고, 세상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가지는 ▲나누어 주기 ▲양보하기 ▲남을 칭찬하기이며, 자연을 맑고 향기롭게 하는 가지는 ▲우리 것을 아끼고 사랑하기 ▲꽃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가꾸기 ▲덜 쓰고 덜 버리며 살기이다.

한마디로 어울려 살림으로 쉽다. 그런데 열에 아홉은 첫 마디 '욕심'에 걸려 넘어진다. 그러나 살림살이 바탕을 찬찬히 짚어, 욕심을 일으켜 쌓으려 하지 않고 살짝 눕혀 섬돌 삼으면 ‘나만’이란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를 이룰 수 있다. 이웃과 한우리가 되면 어울려 살림이 펼쳐진다. 북콘서트 첫 막은 독자가 묻는 마당이다. 한 분이 이런 물음을 던졌다.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것만 누리고 사는 것이

‘맑은 가난’이라고 적혀 있던데, 그런 마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던졌다고 한 까닭은 물음을 종이에 적어 눈 뭉치처럼 뭉쳐 던졌기 때문이다. 무소유는 본디 ‘가질 수 없다’란 말씀으로, 벌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벌되 살아가면서 없어선 안 될 것만 누리며 참답게 쓰라는 말씀이다. 법정 스님은 불자들이 지켜야 하는 다섯 계 첫마디 ‘산목숨 죽이지 않는다’를 잇는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않는다’에 ‘복과 덕을 베풀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주지 않는 것을 가지지 않는 데서 한 걸음씩 나아가 벌어들인 것은 나누라는 말씀이다.


KakaoTalk_20260202_233745828_29.jpg 물음 뭉치, 묻고 싶은 말을 적어 지은이에게 던지다


번 것을 먹고 사는 데 없어선 안 될 것 말고는 다 나누라는 말씀일까? 아니다. 부처님은 벌어들인 걸 넷으로 갈라 4분의1은 집안 살림에 쓰고, 4분의1은 하는 일에 되돌려 쓰며, 4분의1은 갑작스레 닥칠 수 있는 어려운 일을 내다 보고 모아두며, 4분의1은 이웃에 나누라고 했다. 4분의1만 정가름해도 된다는 말씀이다. 먹고 쓰기도 모자랄 판에 어찌 나누냐며 울먹이는 이에게는 이렇게 말씀했다.


만나는 이에게,

①부드럽고 따뜻한 낯빛을 한다.

②사랑 어린 말을 건넨다.

③따뜻한 마음을 나눈다.

④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⑤몸 놀려 힘 보탠다.

⑥자리 내어준다.

⑦어려움을 헤아려 묻지 않고 돕는다.


벌어들인 것은 돈만이 아니라 배워 익힌 모든 것을 아우른다는 말씀이다. 맑은 가난, 이렇게 하면 일으켜 이어갈 수 있다. <법정 스님 결 따라 사랑을 잇다>는 솟구치려는 욕심을 없애려 하기보다 살짝 눕혀만 놓아도 닫힌 나를 열린 나로 나아가게 하는 섬돌이 되더라는, 조그마한 깨달음을 나누면서 ‘나 있음’을 놓치지 않는 책이다.


‘나 있다’는 법정 스님 오두막 정랑(화장실) 어귀에 걸린 조각 글이다. 깊고 깊은 두메산골 오두막에는 아주 드물게 손님이 들기도 하는데 볼일 보려는 이는 ‘나 있다’를 문고리에 걸고 들어가야 한다. 이 글에서 “나는 나이고 싶다”라던 스님 말씀이 떠올라 누구를 닮으려 말고 제 빛깔로 누리를 맑히라는 우레로 받아들였다.

‘나 있다’를 가슴에 새긴 이화정 선생이 고른 곡은 아이브 ‘I am’으로 노랫말은 이렇다.


다른 문을 열어, 따라갈 필요는 없어.

넌 너의 길로, 난 나의 길로… I'm on my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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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am’으로 열린 두 번째 마당은 손님들이 “나는 OO이다!”라고 이름 짓는 시간. 손님들이 가장 뜨겁게 손뼉 친 것은 “나는 매일 자라는 나무이다”로, 올해 환갑을 맞은 이가 지은 이름이다. 뒤따른 이름이 “나는 도움이고 싶다”였는데 지은이는 소방관이었다. “나는 ‘책봄’이다”라고 쓴 사람도 있는데 책 얘기 마당에 이보다 잘 어울릴 말이 없었다.


KakaoTalk_20260202_233838619_04.jpg '나는 도움이고 싶다'라고 이름 지은 소방관


콘서트 마지막 곡은 프랭크 시나트라가 불렀던 ‘My way’였다. 이날은 마침 내가 일 다운 일에 첫발을 내디딘 지 쉰다섯 돌을 맞는 날이라 내가 골라 노래도 불렀다. 노랫가락은 한살이 마무리를 앞두고 이 길 저 길 샛길을 헤매기도 했으나 그래도 힘껏 꿋꿋하게 내 길을 걸었다, 욕심부려 뉘우치기도 하고 때론 두려워도 했으나 사랑하며 울고 웃으며 내 결대로 끝까지 이뤄냈다고 털어놓는 얘기다.


KakaoTalk_20260202_233838619.jpg ‘My way’인 줄 알았는데 ‘Our way’더라~~


노래 끝에 나오는 ‘And did My way’를 ‘And did Our way’로 바꿔 불렀다. 내 코가 석 자라며 나만 바라볼 때는 내 살림은 내가 다 이룬 줄 알았다. 그런데 눈떠보니 이웃이 받쳐주지 않으면 뭐 하나 이룰 수 없는 어리보기인 줄 가까스로나마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이 마당도 오롯이 하루를 내어주겠다는 피아니스트 이화정 선생에 힘입어 펼쳐졌다. 또 사회 봐달라는 말을 마다하지 않은 마흔아홉 번째 꼬마평화도서관장 토리, 꼬마평화도서관 문 여는 잔치 사회를 보고 동무들을 모아 훌라를 추어준 네 번째 부릉부릉그림책도서관장 소피와 동무들, 잔치 마당을 펼쳐준 해피니스 꼬마평화도서관장 나래. 마음과 몸 살림을 제대로 해야 인공지능과 어울릴 힘이 생긴다는 말씀 끝에 나와 태극무를 추어준 복사골문화센터 태극권 강사 박선정, 아울러 바쁜 틈 쪼개어 자리를 빼곡히 메운 손님 여러분이 어울려 닦은 이 길이다. 어찌 내 길이라고만 우길 수 있을까.


KakaoTalk_20260206_111952002_01.jpg 태극권 시범 박선정


나는 그동안 조심스러워서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랑할 힘을 갖추지 못해 이웃과 나 사이에 사랑이 가까스로 어리어 오르도록 애쓸 뿐이었기에. 그런데 나이 일흔을 넘기고 또래 이웃이 하나둘 떠나는 걸 보면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더는 사랑할 힘이 무르익기를 기다리지 않고 던지기로 했다. 이제까지 제 살림살이에 어울려 받쳐 준 모든 이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제 마음 밭에 담아주신 사랑, 사는 날까지 이어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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