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재취
6살?
그때였던 것 같다.
우리 최순례 할머니가 재혼을 하셨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전에 아빠는 '현'가고, 작은 아빠는 '황'가 였다. 글씨를 막 배우던 시절 가족들은 서로 성이 같다는 것을 알았고. 남들과 다른 우리의 성씨에 대해 이유를 묻자, 울 아버지 대답은
"현가와 황가는 같은 ㅎ이니까 가족이야."
였다. 어린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러다 아빠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은 내가 유치원 다니던 6살 때, 고물 계근소에서였다.
당시 우리 집이 고물상, '형제 고물상'을 하고 있었다.
맨날 작은 아빠가 운전하고, 엄마 아빠 사이에 앉아서 고물을 사러 다녔다. 그러다 고물이 모이면 그것을 팔러 계근소에 갔다. 어린 나는 고물상부심이 있었다. 왜냐면 고물과 바꿔주려고 쌓아 놓은 사탕, 아이스크림, 라면이 내 간식이었기에 마음껏 아주 실컷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고물상은 내 자부심이라서, 어린 나이에도 고물 사러 가는 부모님을 따라다니면서 어깨를 으쓱했었다.
'난 형제 고물상 막내딸이요!'
이런 맘으로.
그런데 그날 계근소에서 사장 아저씨가 울 아부지에게 큰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엥? 울 아부지는 혼나는 사람이 아닌데?'
그래서 유심히 들었더니...
"형제 상회라더니? 왜 거짓말 허쇼!
지난번에는 사인이 현가 더니, 오늘은 왜 황가요?"
난 들으면서 울 아부지가 'ㅎ'은 같은 성이라고 말할 것이라 믿고 얼굴을 바라봤다. 근디 아부지 얼굴이 뻘겋게 달라지더니. 아무 말 못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눈빛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당황스럽고 민망하고 난처해하는..
그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성이 달라도 형제입니다."
하시는 것이다.
아...
다른 것은 부끄러운 것이구나.
우리가 'ㅎ'을 같이 써도 남들 눈에는 가족이 아니구나.
그리고 다르면 형제가 못 되는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고물을 팔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린 나도 숙연해져서 눈치를 보고 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날 나는 할머니의 재취가 얼굴 붉어지는 것임을 배웠다.
그 뒤로 고물을 팔러 가면,
나는 작은 아빠를 '말띠 아빠'로 불렀다.
둘 다 내 아빠니까 무시하지 말라는 의미로!
'난 형제 고물상의 막내딸이니까! 내가 내 가족을 지킬 것이다!'
이런 선전포고였다. 우린 다 가족이다!
근데 6살 어린 소견으로 아빠가 둘인 것이 더 이상하게 보이는 것임을 어찌 알았겠는가?
그 덕에 우리 작은 아빠는 어딜 가든 본인이 삼촌임을 설명하고 다녔다. 그래서인지 장가도 늦게 가셨다!
막내의 오지랖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