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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2018년 5월 4일

by 황신혜신

5월 4일,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는다.


그날,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고자 미역국을 끓였고

미역국을 끓이느라 누군가의 죽음 옆을 지키지 못했다.


아직은 온기가 남아있는 야윈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아빠 사랑해요를 수십 번 말했다.

사람은 죽었을 때 가장 늦게 까지 남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이 나

말하고 또 말했다.


걷고 또 걸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차리기까지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며

아니 꿈속을 헤매듯

집에 가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 걷고 또 걸었다.

마치 죽음과 삶의 경계 안에 걸쳐 있듯이

늘 보던 거리는 뿌옇고

나는 살아 있는 가, 그렇다면 왜 살아있는 가

군불 위에 놓여있는 가마솥의 뜨끈함 같던 오월 낮,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여전한 5월 4일,

나는 아침이면 미역국을 끓이고

아빠의 작은 무덤을 찾는다.


나는 내 생일에 죽었으면.

그러면 삶과 죽음이 이어져 완벽한 원을 그리게 되는 것일까?


그렇다. 5월 4일 남편의 생일이 되면

나는 늘 2018년 5월 4일 오전 8시 30분을 기억한다.

미역국 끓여주고 가느라 아빠 요양병원에 가는 시간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임종을 못 봤다는 생각에 정류장서 한없이 울던 그날.


지금은 알고 있다.

사람들은 태어나고 태어난 자리 바로 옆 누군가는 죽고

죽은 자리에서 또 누군가는 태어난다.

누군가는 태어나 바로 죽는다.


태어나 바로 죽은 것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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