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5. 복귀 (2)
복귀 준비를 하며 수도에 있는 카운트 파트 본사 담당자를 찾아갔다.
필요한 서류를 전달하고,
“여기까지 내가 처리하고 난 다음 주에 본사에서 복귀해서 돌아간다.
그동안 고마웠다. mucho gracias por su cooperación.
"히야, 이제 스페인어도 좀 하고, 볼 뽀뽀도 제법 익숙해졌는데, 간다고 하니 아쉽다.“
‘친구야, 나는 지긋지긋하다.
여기서 엉망인 서류들 다 정리해서, 없는 것 재발급받고 챙기고, 일 터지면 막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다. 나도 이제 내 고향 땅 가서 밥에다, 김치 먹고살아야지. 파스타 하고 스파게티 좀 그만 먹고. 안 그래?‘
라는 말 대신,
"너 덕분에 여기서 일 잘 처리한 것 같다.
진심으로 고맙다. 지금은 헤어지지만 우리가 또 같이 일할 날이 있을 거야. “
라고 좋게 말했다.
남미 친구들은 정이 있어서, 울 것 같아서 쿨하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영국이나 미국 친구들. 특히, 독일 친구들은 쿨하게 바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미, 터키, 이태리 친구들은 정이 많다. 그래서 우리와 통하는 면이 많다.
Hasta pronto.
곧 보자.
아마 못 볼 수도 있지만, 이 말로 아쉬움을 대신했다.
즐겨 찾던 한식집에서 가서도 사장님께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
“사장님, 저 한국 갑니다.”
밝게 말했는데,
“아, 휴가 가세요?”
“아니요, 복귀합니다 ㅎㅎ”
“그래요? 좋으시겠네요.”
되돌아오는 답이 뭔가 우울하다.
“그동안 자주 오셔서 저희 가게 애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말 통하는 분이라 저도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좋았는데요. 가신다고 하니 아쉽네요.”
사람의 마음과 정 그리고 인연이란 참.
“저도 사장님 덕분에 잘 먹고 갑니다. 어딜 가든 밥 먹고 사는 게 제일 중요한데, 맛있고 건강한 음식 해주셔서 든든하게 먹고 일 잘하고 생활 잘했습니다.”
“별말씀을요. 잠시만요.”
한참을 있다 ‘탕’을 하나 끓여서 가져오신다.
“이게 뭔가요?”
“광어 지리예요.”
복지리는 먹어 보았는데 광어 지리는 또 처음 들어본다.
“별거 아니에요.
원래 광어회 먹고 남는 뼈하고 머리하고 끓여서 매운탕 해 먹잖아요.
그냥 광어 그대로 넣어서 맑은 국물로 끓인 거예요.
저희 가족들끼리 먹는 음식인데,
국물 따뜻하게 드시고 복귀 잘하시고 잘 지내시라고 대접해드리는 거예요. 이건 제 마음이니 돈 안 받을게요. “
어이쿠, 난생처음 먹어보는 광어 지리를 서비스로 주시다니.
맛있는 것 먹고 돈 내는 게 당연한데 무슨 말씀이시냐고. 돈 받으시라고 해도 한사코 됐다고 하신다.
해외에 나와서 객지 생활하는 동포의 삶과 관계가 이렇다.
그러고 보면 일하고 힘든 날 여기 와서 회에다 소주 한잔 먹기도 하고, 좋은 날엔 문어숙회에 와인 마시며 즐거운 시간 보내고 그랬는데 추억이 많이 있구나.
매번 앉는 자리 창문 너머로 가로등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너도 안녕이구나.
또 볼 날이 있겠지.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속이 든든했다.
잘 도와준 현지 파트너 친구에게도 내 업무 종료와 복귀 그리고 인수인계를 말하니,
“이번 주말에 뭐하냐?”
하고 묻는다.
“별일 없다. 짐이나 싸야지.”
“Cotopaxi 가봤냐?”
“아니”
“그럼 같이 갔다가 밥이나 먹자.”
ㅎㅎ 안 가봤으면 쉴 때 한번 가보라고 정보를 주는
줄 알았더니, 같이 가자고 한다.
아이고, 이놈의 남미 정. 정 때문에 못 산다.
Cotopaxi는 시 외곽에 있는 거의 6000 m 정도 되는 산이다.
2000 미터에 살고, 근교 피친차 산행이 4000 미터니, 좀 밖으로 나가면 6000 미터다. 높이가 남다르다.
남미 안데스 산맥이 실감이 난다.
따뜻하게 옷 입고 오라는 조언을 믿고 따뜻하게 입고 갔다.
대충 갔으면 얼어 죽었을 거다.
역시 현지 친구 말 들어야 한다.
차를 타고 꽤 멀리 가니 저 멀리 산이 보였다.
우와, 날씨 쾌청한 날 보인다는 눈 봉우리 산이 여기구나.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정말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많구나.
차로 한참을 가고, 차를 대고도 한참을 걸어갔는데도 신기하고, 조용한 분위기라 참 좋았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았다.
별말 없이 걷고 또 걷다 눈을 만지는 곳까지 갔다.
높이가 느껴졌다. 올라가는 데 숨이 많이 차기 시작했다.
봉우리까지 올라가려면 장비가 필요해서 어느 산장까지만 가는 걸로 트래킹을 끝냈다.
휴가 때 한국에서 신던 등산화를 가져오길 참 잘했다.
산장에서 현지의 따뜻한 차를 팔았다. 마시면 고산병이 치유된다는. 따뜻한 차를 마시니 몸이 풀리며 정신이 맑아졌다.
“같이 일할 때 좋았는데 간다고 하니 아쉽다.”
“나도 너 덕분에 잘 있다가 간다. 협조도 잘되고, 마지막에 이렇게 좋은 곳까지 같이 와줘서 고맙다.”
“언제 또 올 거냐, 여기?”
’글쎄, 또 올 일이 있을까 여기에.
아마 앞으로 볼 일 없을 것 같은데.‘
라고 매정하게 객관적으로 말하기 싫어서,
“우리 회사가 여기서 일을 계속하면 또 올 일이 있겠지. 다음에 오면 잘 부탁한다.”
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그날 저녁,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거실에 앉아서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는데, 연무가 짙게 깔렸다.
아침 출근길에 연무가 깔린 걸 보고 신기하다고 생각도 했는데, 밤에 이렇게 연무가 깔리니 신비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흐릿한 가로등들 사이로 간간이 지나가는 사람들마저도 달리 보였다.
떠나려고 하니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고 새로이 보이네. 오래 있어서 힘들 때는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 도시의 밤이 깊어갔다.
(사진 출처 : 풀잎님 네이버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