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4. 복귀 (1)
어떤 일들은 내가 죽어라 노력할 때는 잘 안되다, 우연한 기회에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저 복귀 시켜주십시요.”
라고는 말 못 하고,
“이제 여기 일도 거의 끝나가고 여기 나온 지도 꽤 오래되었고...”로 시작하는 읍소 정도나 할 뿐이었다.
사실 그런 말도 쉽사리 꺼내기 힘들어서, 술자리나 정말 편한 자리에서나 겨우 이야기한다.
그러니 복귀시켜달라고 여러 번 말한다는 것은 거의 reputation (명성, 평판)에 금 가기 딱 좋은 행동이다.
즉, 본인 입에서,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
“C 과장, 그동안 고생 많았지? 거기 나간 지 얼마나 되었지? 이제 거기 일도 거의 끝나가는데 슬슬 복귀해야지?“
헐, 자기가 보내 놓고 나간 지 얼마나 되었냐고?
도대체 나에 대해 신경을 쓰는 거냐 마는 거냐.
벌써 2년이 넘었어요. 이 양반아.
두 달만 나갔다 오면 된다고 해서 왔는데, 2년 될 수도 있을지 알았으면 타고 다니던 차도 팔고, 이것 저것 주변 정리도 하고 그랬을 텐데,
남의 일이라고 참 무심하시네요.
대놓고 그런 말은 못 하고, 기다리던 복귀 이야기를 꺼내니 그저 기분이 좋다.
본사 임원과 이따금 인사 및 보고 겸 보이스톡으로 현지 시간 밤 10시에 전화를 하는데,
(한국과 시차를 맞춰서, 당연히 한국 업무 시간에)
업무 보고가 끝나고 나니 기다리던 말이 이어진다.
“A 부장 있잖아.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 그 친구가 하던 일을 C 과장이 본사에 들어와서 좀 해줘야겠어. “
참 묘한 인연이다.
그분 딸내미 대학 수능 시험 본다고 내가 여기에 나왔는데, 그분 회사 그만둔다고 복귀를 하네.
근데, 대학 등록금 받아야 할 텐데 왜 그만두시지?
쓸데없이 이어지는 생각은 접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현지에서 언제 출발할까요?”
“내가 거기 현지 책임자에게 얘기할 테니깐 조정해서 복귀하라고.”
“네, 알겠습니다.”
한국 갈 생각에 신이 나서 잠들었더니, 한국 가서 신나게 노는 꿈까지 꿨다.
“C 과장, 복귀해야 한다고 연락을 받았어. 근데, 여기 일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복귀해야 하나?
어떻게 생각해? “
“당초 여기 두 달 급한 일 처리하러 와서 2년 넘게 이러고 있는데 무슨 말씀이세요.
일도 그동안 잘 대응하고 처리해서 현지에 계신 분들이 잔여 업무는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비행기표 예약해보고 가능하면 다음 주에 복귀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건 싸우자 혹은 더 이상 안 보겠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다시 볼지 회사 일, 사람 일은 어찌 될지 모르니,
“저도 복귀하는 것이 맞나 싶지만,
본사에서 또 처리할 일이 있으니 부르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하고 있는 일 조금만 더 마무리하고 복귀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고 좋게 말했다.
본사 원소속 팀이 원래 나에 대한 resource 회사 인력 자원 관리에 대한 권리가 있으니 현지 책임지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래요. 본사에서 오라고 하면 들어가야지.
여기 일 마무리하는 대로 복귀하는 걸로 합시다.“
보내주겠다는 건데, 당장 내가 빠지면 그 일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마땅치도 않고 불안한지 복귀 시점도 명확히 하지 않고 살짝 얼버무린다.
“네, 그럼 본사에선 빨리 들어오라고 하는데,
일 마무리되는 시점이 다음 달 초면 될 거니깐 그때로 비행기표 예약하고 인수인계서 등 진행하겠습니다.
제가 없어도 일에 문제없도록 인수인계 철저히 하겠고, 본사 가서도 필요시 지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못을 박아버렸다.
“그래요. 그렇게 하세요.”
못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승낙하신다.
야호!
출장과 복귀는 말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복귀 비행기표 예약도 아니고, 발권이 되어야 fix 되는 경우가 많다.
마치 결혼식장 들어가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과 비슷하다. 결혼식장 들어가서도 신혼여행에서 싸우고 헤어지는 일도 있지만, 비행기표를 발권했다는 것은 진짜 그렇게 하겠다는 거고, 일정 변경이 있으면 수수료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큰일이 없으면 거의 original (기존) 일정대로 진행된다.
쿠쿠쿠. 이제부턴 몸조심해야겠군.
불필요한 말 많이 하지 말고. 너무 좋아하는 티 내지 말고.
복귀 일정이 확정된 주재원.
제대를 앞둔 병장이라고 보면 된다.
떨어지는 낙엽 잎도 조심할 정도로,
조용히 있다가 복귀하면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