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o estas? 2-13.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Chapter 2-13.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by 이상

덥다.


한국에선 눈 내리는 추운 화이트 크리스마스 (white chrismas)를 생각하지만,


여긴 12월이 맞나 싶을 정도다.


나이 먹으면 이렇게 겨울에도 춥지 않은 곳에 와서 살아야 하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미국인 은퇴자들이 꾸엔까 Cuenca 라는 곳에 많이 와서 산다고 한다. 날씨 좋고, 물가 싸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여행으로 직접 가보니 과연 그랬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한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노래로 한 번씩 듣던 펠리스 나비닫 (felis navidad)이 스페인어로 merry christmas인 줄 여기 와서 알았다.


해외 생활하면서 가장 기분이 좀 그럴 때가 명절 때와 연말이다. 명절은 가족들과 모여서 맛있는 것 먹고 푹 쉬어야 하는데 여기선 일해야 하니 그렇다.


(보통 한국 휴일을 쉬지 않고, 현지 휴일만 쉰다.

대사관은 한국 휴일과 현지 휴일 다 쉰다. 부럽.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더 열심히 할걸)


아쉬운 대로 합동 차례를 지내거나 체육대회를 하며 한국에 가지 못한 마음을 달랜다. 체육대회는 이제 그만하면 좋겠다. 차라리 그냥 좀 쉬게 해 줘.


크리스마스는 바로 연말인데, 아저씨들끼리 모여서 연말을 보내는 게 꽤나 씁쓸하다.


맛있는 음식에, 와인도 먹고 하지만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같이 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회사에서 해외생활 같이 하는 우리가 가족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그다지 와닿지는 않고 그러려니 한다.


‘내년 연말에도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겠지.’


회사는 직원들에 대해서, 직원들의 마음에 대해서 꽤 많이 알고 있다. 해외생활 2년이 지나면 귀소 본능이 강해진다는 걸 알고 그때부터 해외수당을 조금씩 올려준다.

물론 계속 있어야 할 직원들에 대해서 현지 stay (머물기)를 위해서 그런 것이고, 불필요한 직원은 해외수당을 주는 것이 아깝기 때문에 광속으로 복귀시킨다.


“전 내년에는 꼭 복귀해야겠어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인데, 이 과장님이 먼저 한다.


이분은 시차 때문에, 매일 아침마다 한국 가족들과 화상 전화를 한다. 여기 온 지 3년이 넘었다고 하니 얼마나 가고 싶겠나.


“선입선출 아시죠?

저보다 먼저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


웃으면서 이야기하시는데 빨리 들어가고 싶은 속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뜨끔했다.




연초인데 마 부장님이 화가 많이 나 있다.


머리에 없는 뿔도 보이고, 열받아서 김도 모락모락 나는 것 같았다.


“무슨 일 있으세요?”


“이럴 수 있는 거야? 이 회사?

내가 왜 이 회사를 이렇게 오래 다니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말이야“


“어이쿠, 왜 그러세요?”


술은 많이 드셔도, 술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진짜?)

본인 말처럼 좀처럼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왜 저렇게 뿔이 났을까?


“C 과장, 내가 이렇게 죽어라 해외에서 고생하고 버티고 버텨서 우리 아들 S 대 보낸 거 알지?”


“네”


본인과 와이프가 직접 공부하고 가르치고, 해외 수당으로 월 몇 백씩 들여 사교육 시켜서 S대 들어간 걸 어찌나 술만 마시면 자랑하시는지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근데, 이번에 등록금을 내야 하는데 회사에서 안 내준다는 거야.”


“그럴 리가요. 얼마까지는 회사에서 해주잖아요. 본사 담당자하고 통화해보세요.”


“해봤지. 근데 안된대.”


3년은 다녀야 등록금 지원이 되는데, 마 부장님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있으셨으니 10년 넘으셨으니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당연한 복지를 지원해주지 않을까. 그것 보고 오래 회사 다니는 사람도 많은데.


“그래요? 왜 안 준대요.”


“아니, 우리 아들이 장학금을 받았거든. 그래서 등록금을 실제로 안 낸다고 등록금을 안 준다는 거야, 글쎄


내가 예전에 다니던 회사는 장학금을 받든 말든 상관없니 등록금 지원을 해줬거든.“


캬, 절묘하네.

등록금 지원은 해주는데 장학금을 받으면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


그랬다.

나도 그때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등록금이 500만 원인데, 회사 지원금이 500만 원이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우리 회사나 마 부장님이 다녔다는 회사나 모두 50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만일 장학금을 500만 원 받으면,


우리 회사는 실제로 낸 돈이 없으니 회사 지원금은 없다.

마 부장님이 다녔던 회사는 장학금을 받았든 말든 상관없이 500만 원을 받게 되는 거였다.


‘공부 잘해서 장학금 받았으니 그냥 기분 좋게 넘어가라. 어차피 등록금 한 푼도 안 냈는데.’


하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우리 아이가 노력해서 장학금 받은 건데, 그걸 왜 회사 지원금하고 연결 짓나? 그럼 그냥 열심히 안 해야겠네? 어차피 장학금 받아봐야 의미 없으니까’


하고 서운해 할 수도 있다.


과연 회사 등록금 지원 규정에 대해 이렇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원들을 말만 가족이라고 하고 실제로는 쓰다 불필요해지면 버리는 소모품으로 보는지, 아님 진짜 가족으로 존중해주는지는 첫 번째 연봉을 보면 안다.


‘연봉이 복지’라는 말이 있듯이 특히 동종 업계 대비 연봉 수준이 실질적으로 최상위 수준이냐, 중간도 안되느냐를 보면 직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이 등록금 지원 (장학금 혜택 포함 여부)과 같은 세부 규정을 보면 직원을 존중해주는지 알 수 있다.


그 비슷한 예가 나와 같은 해외 사업에 필요한 인력들인데,


회사를 가족으로 생각하는 회사는, 퇴직이 임박한 직원을 해외에서 일하다 퇴직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그러면 퇴직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3개월 평균 임금을 계산할 때 해외수당이 반영되어 퇴직금이 좀 더 커지게 된다.


반면, 회사를 소모품을 보는 회사는, 해외에 있는 직원도 일을 더 해야 하는데 불러들여서 해외수당이 반영되지 않게 해서 적은 돈이라도 회사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한다.


회사에 입사 지원할 때, 규정이나 보상 practice (관행) 뿐만 아니라 이런 문화나 분위기까지 알고 지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는 사람이 그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언도 구하고 듣는다고 해도 이런 것까지 알고 들어오는 것도 힘들 것이다.


“회사가 직원을 생각해주지 않네요.

열심히 하는 사람 사기를 올려주지 못할 망정,

서운하게 해서 일할 의욕을 꺾어버리네.“


이런 편 들어주는 말 정도 하고, 같이 소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듣고 푸념하는 정도 말고는 할 게 없었다.

나도 결국 돈 받고 일하는 직원이니까.


언제쯤 이런 것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


오늘따라 남미에서 마시는 소주가 더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