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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Dec 01. 2022

2022년 12월 1일

11월 30일 마지막 날의 다음인 첫 날

이제 올해가 한 달 남았다.


거의 올해 내내 주말마다 들었던 수업도 힘들었지만 잘 끝났다. 평일엔 회사 다니고 주말엔 공부하며 꽤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버텼다. 내년엔 이걸 바탕으로 더 좋은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 뿌듯하다.


우연히 좋은 분들을 만나 브런치 작가가 되어, 글을 올린 지도 한 달이 넘었다. 그간 남미 생활을 담은 소설 Como estas? 도 1, 2부로 나눠 잘 마쳐 작품으로 내놓았다. 그리고 회사 생활이나 노래, 야구, 축구 (월드컵) 등 꾸준히 글을 올리며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다.


좋은 기회를 주신 분들, 제 글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고맙습니다^^


그렇게 올해 좋은 일, 어려웠던 일들이 있었지만 큰 탈 없이 한 해를 마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를 먹으니 큰 성과를 얻는 것도 좋지만, 무탈하게 안 아프고 한해를 보내는 것의 감사함을 더 느끼는 것 같다.




오늘 날씨가 춥다.

11월엔 갑자기 너무 더워서 잠바가 불편한 적도 있었는데, 이렇게 추워지니 두꺼운 롱 패딩을 꺼내 입고 모자까지 써야 밖에 돌아다닐 수 있다.


날씨의 변덕일까? 계절의 변화일까?

(혹시 이것도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어제는 지하철 노조의 파업으로 열차가 지연된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오고, 실제로 지연이 일어나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서로 불편하고 힘들어지고. 인상 쓰고 어떤 분은 소리도 지르시고.

(다행히 극적 타결되어 조금 나아지긴 했다.)


뉴스를 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건설 현장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부에서 업무복귀 명령까지 내리고, 화물연대는 따르지 않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 같다. 협상은 앉자마자 결렬되고 다음 일정도 잡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이것이 업무정지의 사유로 활용될까 우려되면 협상, 면담조차 하지 않겠다는 엄포도 있었다. 불법행위는 엄단하겠다는 경고도 함께.


날씨도 추운데, 우리 사회도 서로 서슬 퍼런 눈으로 다투며 싸늘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각자도생을 외치고 서로를 신뢰하지 않고, 불신하는 모습이 보이곤 한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일전에 다른 글에서도 쓴 적 있듯이, 대중교통이 아니라 ‘대중고통’ 이라는 걸 자주 실감한다.


전장연 (전국 장애인연합) 분들이, 지하철 기습 시위를 해서 지하철 운행이 늦어져 지각을 하기도 했다. 이동권 보장 등을 말씀하시는 걸 보면 오죽하면 저럴까 싶기도 하면서도, 나같이 아침부터 밥벌이하겠다고 나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긴 하지만, 나 같은 월급쟁이 직장인이 자기 일 제대로 하느라 내 코가 석자인데, 누가 잘못이고 어떻게 해야 한다는 기가 막힌 해법을 내놓기는 어렵다. 누가 맞다고 섣불리 말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서로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내 입장만 생각하고, 상대방 입장은 모르겠다며, 과도한 욕심을 부리고 무리한 주장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입장을 충분히 생각해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절충점을 찾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관련이 적은 많은 사람들이 피해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말이다.


우리 선조들이 남겨 놓은 좋은 말이 있지 않나. 역지사지. 서로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


나도 회사를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며, 화사 일로 혹은 개인적인 일로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하는데, 이런 말을 들을 때 깜짝깜짝 놀란다.


“저 XX 들은 그냥 밟아야 돼. 말 들어주면 들어줄수록 더 요구해. 초장에 싹을 잘라야 해.“


“누가 우릴 챙겨줘. 우리가 스스로 챙겨야지. 다른 사람들? 신경 쓸 것 없어. 우리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야. 안 그래?”


“처음엔 우리 입장을 쎄게 제시해. 그래야 우리 협상 여력이 생기지. 그러니까 쟤네들 말 신경 쓰지 말고 말려들지도 말고 무조건 크게 질러. 정신 바짝 차리고.“


“저것들 믿지 마. 말만 조곤조곤 잘하지. 약속은 그냥 헌신짝처럼 버리는 애들이니까.”


그래. 백 번 양보해서 기싸움이나 기선 제압 그런 게 필요하다치자. 강경파? 다 좋다. 그런 입장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서로 말도 안 되는 말만 늘어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가 무너지면 무슨 협상이 되고 상호 이해가 되겠나.


이런 말을 듣고 있으면 답답해진다.

심지어 나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하라고 시키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서로 들어주며,

‘아, 넌 그랬구나. 난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들어보니 너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하며,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앉아서 니가 틀렸다, 내가 맞다 답 안 나오는 자존심 내세우며 감정싸움하지 말았으면 한다. 대신, 합리적인 대안, 절충안을 머리 맞대고 모색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등 떠 밀려서 억지 악수 한 다음, 곳곳에 자기 입장만 대변하는 함정만 파놓고 나중에 약속을 어기면 신뢰가 깨지면서 같은 일이 계속 반복된다. 다시 사회적 고통과 손실로 이어진다.


축구선수들도 나라를 대표해서 치열하게 승부를 겨뤄도 상도의라는 게 있다. 경고나 퇴장과 같은 제도도 있지만, 그전에 태클 등으로 선수 생명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고, 그리되면 큰 낭패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공존하고자 하는 동업자 정신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고생했다. 너 잘하더라. 한수 배웠다. 또 보자. 하면서 유니폼도 바꿔서 간직하기도 한다. 치열한 한일전에서도 그러하고, 이번 월드컵에서 이란과 미국 축구 선수들, 그리고 응원단 마저도 경기가 끝나고 함께 하며 그러했다.


이 추운 겨울날, 밖에서 저렇게 고생하지 않으시고, 각자 할 일 하고, 한 만큼 공정한 보상도 받으면서, 나 같은 수많은 소시민들도 피해보지 않도록 서로 양보하며 이해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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