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 contract
“세상 참 많이 좋아졌네”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에 젖은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또는 호기심에 신문물을 접하고, 이를 만든 사람이 생각한 필요성(needs) 혹은 문제점(pain points)의 제거를 맛보면 여지없이 나오는 소리다.
smart contract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어르신이 그랬다. 그냥 하던대로 종이 계약서에, 간지에 도장도 찍고 서명을 해서 한 부는 내가 갖고, 한 부는 상대방에게 전달하면 아, 계약 끝났다. 이제 할 일하고 돈만 받으면 된다고 살아온 영감님에게 smart contract는 처음엔 불편의 대상이었다.
이전처럼 하면 되는데 왜 바꿔야 하지? 문제 하나도 없이 일하고 돈 받고 그랬는데 말이야. 궁시렁 궁시렁.
그런데 돈 주는 사람이 그렇게 하자고 하면 별 수 있나? 해야지. 그래서 울며겨자 먹기로 그냥 해봤다고 한다. 믿을 수 있는 URL 링크를 담당자와 통화 후 확인하고 스마트 폰으로 내용을 읽어 내려가니 이전 계약서 내용과 비슷했다. 그리고 이름 정자를 쓰고 서명하니 끝.
종이를 프린트할 필요도, 심지어 만날 필요도 없는 편리함. 각박한가? 그래도 만난 김에 겸사 겸사 식사도 하고 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그런 것이 사는 것인가. 뭐가 좋은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하지만 business 세계에서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고, 시간을 줄이는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smart contract이다. 확실하게 믿을 수 있고 검증할 수만 있다면.
처음에 그 불만 많았던 어르신이 돈까지 받고 말씀하셨다. 세상 참 좋아졌네. 어디 갈 필요도 없이, 얼굴 한번 안 보고 계약하고 일하고 돈 받고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다니.
최근에 xx pay를 처음 써봤다. 누가 선물로 보내줘서 기분이 좋긴 했는데, 내심 그냥 예전처럼 실물 상품권으로 주면 더 편할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또 무슨 앱(app) 깔고 회원 가입하고 사용처 확인하고 쓰는 방법도 확인해야 하고.
나는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을 써서 인터넷 쇼핑을 해본 적이 없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카드로 결재하는 이 시대의 원시인. 그게 귀찮아서 돈을 적게 쓰게 되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격주 일요일에 마트가 쉴 때는 필요한 것이 있어도 사지 못하는 원시인 22.
그런데 이번에 xx pay를 쓰며 온라인 쇼핑몰에 가입도 하고 써보았다. 사실 로그인도 사실 카카오톡으로 했다. 나 같은 인간들이 얼마나 회원가입 자체도 귀찮아 하는지 UX, UI (User Experience, User Interface : 고객 경험, 고객 사용 편이) 쪽에서는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물 받은 xx pay를 모두 탕진하고 충전을 어떻게 해야 하지 하던 찰나 잠자고 있던 이성이 날 깨웠다. 정신 차려, 인간아.
극단적으로 재래시장에서 현금으로 장만 보던 사람이 xx pay로 온라인 쇼핑몰에 빠져서 쇼핑 중독으로 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세상 참 좋아졌는데, 진짜 나한테 좋아진 것 맞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