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일 하라는 얘기
이런 말이 있다.
대기업 30년 정년 30억 원,
중소기업 30년 정년 15억 원.
그래서 다들 대기업 갈려고 하는 것 아니냐.
돈은 더 많이 받으면서, 더 나은 복리후생제도 혜택을 누리고, 더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려고 하는 것.
job security라고도 한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할 때에도 당연히 돈 더 받고, 월급 끊길 가능성이 대기업이 더 적기 때문에 이자율도 낮고 돈도 더 많이 빌려준다.
안 갚으면 월급 계좌에 차압 걸면 간단하니까.
그리고 그런 일 발생하면 쪽팔려서 회사 못 다닐까 봐 다 열심히, 빨리 갚을 거라는 걸 아니까.
처음 payband라는 말을 접했을 때는 뉘앙스가 좋게 들렸다. pay. 돈을 준다. 월급이라는 마약 (좀 더 와 닿게는 거친 표현으로는 '뽕')을 맞다 보니 긍정적인 이미지가 새겨져 있었나 보다.
하지만, 직장생활의 꿈이라는 임원으로 퇴직한 분이 식사를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월급 모아서는 부자 못 된다."
대기업 생활 30년 하면서 임원까지 된 본인도 이래 저래 쓰고, 집 사고, 자녀 교육시키고 시집 장가보내고 나니 남는 게 별로 없다란다. 여러 모로 고생 많으신 아파트 경비원이나 택시 안 몰아도 되어서 낫다고 한다.
즉, 평생 먹고 살 정도. 그래도 남들보다 좀 더 나은 정도 줄테니까 딴생각하지 말고 회사 열심히 다니면서 회사 잘 다녀란 뜻이지.
어지간한 집에서 사회생활 시작하며, 더 나아가서 결혼생활 시작하며 서울에서 비싼 집 마련해서 살기도 힘들고 집을 사던, 전세를 들어가던 대출받아서 원리금 갚으려고 하면 빠듯할 거 아니야.
이렇게들 말한다.
payband라는 돈의 양 안에 묶어 있는 꼴이지. 그래도 좋은 말인가? ㅎㅎ 그리고 대출 상환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지옥 같은 독촉에, 압류에 경매에. 그 꼴 안 당하려면 열심히 시키는 대로 잘하세요.라는 말로 들린다.
아니, 이렇게 대놓고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긴다. 저 대출 갚고 애들 키우려면 회사 더 다녀야 합니다.
위대한 상무님이 직장인의 비애와 어려움을 이렇게 또 친절히 말씀해주신다. 외벌이로 살면서 죽어라 일해도 마이너스 통장으로 겨우 버티는 거지. 해외 주재원으로 나와서 가족과 생이별하거나 타지 생활하면서 겨우 해외수당 받아서 마이너스 메꾸고 말이야. 임원 되니까 좀 더 나아진 거지 머.
대학 시절 과외할 때 말 안 듣고 공부 못하는 녀석을 쥐어박아가며 공부시키는데 하루는 이 녀석이 이런 말을 한다. "이렇게 죽어라고 공부해봤자 좋은 대학 겨우 들어가서, 또 죽어라 취업 준비해서 대기업 들어가서는 평생 눈칫밥 먹고 시키는 일 하면서 남들보다 조금 더 나은 생활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생각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공부 안 하면 그것도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내 말이 썩 맞는
말인지 모르겠고, 저 녀석 말에 자신 있게 반박할 수 없었던 그때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