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시험 전날 더 재밌다

노래 영화 스포츠(sports)

by 이상

희한하게 그렇다.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회사 다닐 때라고 다르지 않다. 중요한 회의나 발표를 앞두고 있는 날마저 그럴 때가 있다.


시험 전날 준비하다 잠깐 머리 식히려고 TV를 켰는데 프로야구 준플에이오프 마지막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평상시 야구를 보다 보면 지루해하다가 잠들어 버리기도 하는데 그날따라 왜 이렇게 재밌나.


두 게임씩 나눠 가진 상태에서 마지막 게임 총력전을 펼치면서 양 팀 에이스 투수가 선발 출전.


오늘 지면 내일이 없고, 이기면 플레이오프로 진출하니 타자들도 평소보다 눈에 불을 켜고 타석에 임하니 에이스 투수가 홈런 맞고 강판당하기도 한다.

큰 경기라서 긴장했는지 평생 야구만 하던 친구들이 평소 안 하던 실책을 범해서 어이없이 점수를 내주기도 한다.


대타로 나온 친구가 적시타를 때려 내는가 하면, 20대 초반 젊은 투수가 마무리로 나와서 리그 최고의 타자를 땅볼로 아웃시키고, 메이저리그 출신 딱 봐도 힘 꽤나 써 보이는 외국인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다.


이렇게 보다 보면 2-3 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린다. 윽, 안돼 정신 차려. 이미 시간은 밤 10시. 슬슬 졸려온다. 커피를 마시든, 세수를 하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중해본다.


다행히 한두 시간 집중했더니 정리도 되고 머리에도 남고 잘 되어간다. 허리가 아파서 잠시 일어나 스트레칭도 해보고 유튜브나 짧은 것 하나 볼까 하고 켰다.


5분짜리 영상을 보고 아쉬워서 추천 목록을 보니 지난번 재미있게 본 영화를 흥미롭게 리뷰해주는 친구가 다룬 영상이 보였다.

그 영화를 처음 볼 땐 재밌고 스트리 전개가 빨라서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었는데 지금 리뷰와 함께 보니, 아 그때 그래서 그 대사를 친 거구나. 하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이 찾아왔다.


제대로 눈치 채지 못했던 복선도 이제 눈에 들어오고, 반전이나 몰입하게 하는 요소가 이제 헐리웃 영화보다 한국 영화가 낫네하며 더 들여다보았다. 이 배우는 진짜 연기 잘하네.


“잘 될 거야. 하나님의 은혜가 강물처럼 흐르니까.”

표정도 압권이고 자연스러우면서 대사가 어떻게 이렇게 귀에 꽂힐까. 어떤 강사 분은 하루 종일 얘기해도 끝나고 나면 이상할 정도로 머릿속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중간 광고가 날 살렸다. 15초의 지루한 광고를 갑자기 보고 있자니 어 뭐지 싶었고 유튜브를 닫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 또 순삭이었다.


아, 더 일찍 미리 준비할껄. 벌써 새벽이어서 집중도 안되는데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더 볼까. 그렇게 고민하다 시간은 흐르고 알람을 새벽 5시에 맞추고 잠들었다. 한 번씩 있던 불면증은 어디로 갔을까.


알람 소리를 듣고도 뒤척이다 7시가 넘어서 정신이 번쩍 들며 일어났다. 악 x 됐다. 그때부터 시작된 벼락치기. 아, 언제쯤 이러지 않을까.


그래도 시험이든 발표든 끝나고 나면 속은 후련하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 치맥하며 영화나 축구를 보면 왜 어제만큼 재미없을까.


“아이고, 10년 넘게 했더니 힘들고 푹 좀 쉬면서 영화나 보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놀고 싶네요.”


“회사 다니면서 짬 내서 하니깐 좋지. 매일 그렇게 살면 재미없을걸.”


무슨 소리하나 싶은 선배의 이야기였지만, 오늘 다시 생각해보니 왠지 그런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