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대중교통인가, 대중 고통인가

오늘도 버스와 지하철은 내 친구

by 이상

"bmw"


독일 명차로 꿈의 차인가?

bus, metro, walk. 뚜벅이 족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줄임말인가?


지방에 살 때는 "오늘은 버스에 탈 때 사람이 조금 많네." 정도의 생각이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처음엔 학교 앞 하숙집에서 시작해서 "지옥철"이라는 걸 몰랐다.


종로에 영어학원을 다니겠다고 중심가로 갔더니 사람이 많아서 뒤엉켜 걸어야 하면서 여긴 사람이 꽤나 많구나 싶었다.

신촌에 진출해서 술 마시고 취해 새벽 두 시에 슬슬 집에 갈까 하고 나왔을 때 길거리에 쏟아져 나와 걷던 사람들을 보며 술이 확 깼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아, 여기가 서울이구나."


불 꺼지지 않는 동네. 좁은 곳에 천만명이 모여 살고 구 하나가 지방의 소도시보다 인구가 더 많은 곳.

경기도까지 펼치면 이 좁은 반도에서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모여 산다는 곳.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 서울로! 서울로!"


하지만, 이제 서울을 조금 알 것 같다던 풋내기에게 진짜 서울이 어떤 곳인지 새삼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부천에 산다는 대학 친구가 자기 집 근처로 놀러 와서 근처에서 밥 먹고 술도 마시고 놀다가 다음 날 수업 듣자고 했다. 그땐 그런 정과 의욕이 있었지. 흔쾌히 그러자고 하고 그 녀석 집에 놀러 가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오래간만에 집밥도 실컷 먹고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삶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부천역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1호선을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북적북적 사람이 많았다. 여기도 역시나 사람 많구나. 지하철이 와서 타려고 했는데 탈 수가 없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들 밀고 들어가서 꾸깃꾸깃 타고 가는데 난 그렇게 서울까지 갈 자신이 없었다. 다음 것 타지 뭐. 그다음도 마찬가지였다. 그다음도. 뭐지 이건. 이제 시간이 임박해서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차 타면 조금 낫겠지 하는 생각은 이곳 서울에선 순진한 착각이었다. 9시 출근 시간에 맞춰갈수록 사람은 더 많아지는 법. 그땐 몰랐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왜 사람들이 9시가 출근 시간인데 8시에 출근하는지를.


결국 지하철을 탄 나는 "서울의 쓴맛"을 제대로 한번 맛봤다. 어제 친구가 농담조로 건넨 말.


"내일 아침엔 한 발로 서서 지하철 타야 할 거야.

그것도 계속하다 보면 할 만 해. 적응은 안되지만 ㅋㅋ."


진짜였다. 발을 디딜 수도 마음대로 내릴 수도 없는.

어제 마신 술로 속은 안 좋아지고.


그야말로 "지옥철"을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참으며 떠밀리고 그래도 조용히 지하철을 타고 가는 게 신기했다. 가끔 단말마와 언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반쯤 떡이 된 상태로 목적지 역에 내려 급히 화장실을 갔지만 "만원". 절망감에,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 다른 곳을 겨우 찾았지만 또 "만원". 결국 참고 참고 또 참아 학교에 들어서 첫 건물에 다행히 한 칸이 남아 있었다.


왜 "해우소"라는 표현이 있는지 새삼 느끼고 수업하는 교실로 지각해서 들어갔다. 집중이 되겠나. 몽롱한 상태로 쉬는 시간을 맞이하고 밖에서 잠시 바람을 쐬며 벤치에 앉아 생각에 잠기었다.


"이것은 대중교통인가. 대중 고통인가." 많은 사람들이 왜 저렇게 살지. 굳이 저렇게 같은 시간에 우르르 다 몰려나와 "rush hour", "traffic jam"을 만들어야 하나. 이게 맞는 삶인가. 사회 구조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망상 일지 모르는 생각을 접고 수업에 다시 들어가야 했다. 나에게 허락된 짧은 쉬는 시간이 끝나가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