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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05. 2023

도봉산 양고기

양꼬치엔 칭따오 - 건대 양꼬치 거리

사실 난 양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당연히 소고기가 제일 맛있고, 돼지고기 그 다음 닭고기와 오리고기 순이었다.


양고기는 왠지 일반적이지 않게 느껴졌고 (개고기 마냥) 먹을 것 많은데 저 하얀 순둥이들까지 먹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늑대도 아니고.

나이를 더 먹으면 비건이 될 것 같다.)


유행어가 된 양꼬치엔 칭따오를 들었을 때도 하도 난리니까 좋아하는 친구들이 가자고 해서 작은 불판이 움직이며 구워주는 양꼬치를 먹긴 했는데, 그냥 삼겹살이 낫지 않나 하는 생각 뿐이었다.




터키에서 주재원 생활을 했을 때는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이슬람 국가여서. 그래도 몰래몰래 어떻게 구해서 먹긴 하는데 자주 먹기 힘들다.


(그래서 대구던가요? 주택가에 이슬람 사원을 지으려고 하자 반발하는 주민 분들이 사원 앞에서 돼지 머리 걸어 놓고 보쌈에 상추 싸드시고 하셨죠.)


소고기도 쉽게 찾을 수 없어, 닭 요리를 많이 먹게 된다. 그래서 터키 주재원 생활을 오래 하고 온 사람들은 한국에 오면 한동안 닭고기를 잘 못 먹는다.


개인적으로 터키에서 수개월동안 거의 1일 1닭 해본 사람으로, ‘1일 1닭’ 하는 사람은 실제로 소수일 거고, 광고 카피인데 많이 과장된 거라 생각한다. 물려서 못 먹는다.


그래서 양고기를 먹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정갈하게 나온 양고기를 처음 먹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자꾸 법카로 먹으니까 먹는 거지 내 돈 주고 이렇게까지 지불하고 먹진 않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카이세리 공항 (카파도키아 - 풍선 날아다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가는 공항)에서 현지 출장 차 움직이다 유명한 양고기 집이라고, 나보다 더 오래 주재원 생활 하신 분이 저기서 양고기 실컷 먹고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 가는 한적한 도로변에 주유소가 있고, 그 옆에서 나름 크게 지어 놓은 식당이라고 상상하시면 되겠다.


‘저런 집이 과연 맛있을까?

양고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고급 레스토랑에서 먹어도 별로였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맛있는 것 싸게 잘 먹는다고 신나 있는 선배에게 다른 데 가면 안 되냐고 하기 그래서 그냥 대충 먹고 한 끼 때우자는 마음으로 갔다.


평일 낮 시간이라 손님도 거의 없어 음식이 나왔는데, 큰 통에 구운 양고기를 대충 담아, 구운 야채까지 같이 얹어서 내왔다. 그냥 양푼에 고기 구워서 담아왔다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되게 성의 없네.’


그리고, 우리끼리는 걸레빵이라고 부르던 그냥 하얀 밀가루 빵 (인도 음식 ‘난’보다 더 두껍고 크다고 생각하시면 된다.) 을 소쿠리 같은 곳에 겹쳐서 또 대충 가져왔다.


술을 못 마시니 콜라까지.


한두 개 먹고 말려고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서 이걸 어쩐다 하며 한입 베어 물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우와,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요.

비린 내도 안 나고 신선하고 소고기 뺨치네. “


“거봐, 내가 여기 맛있다고 했지.”


연예인과 부자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던가.


이 터키 국도에 있는 양고기 집 고기 맛은, 양고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마저 사로잡아 버렸다. 나중에 들어보니 근처에 양을 키우고 있어서, 거의 잡자마자 먹어서 신선하고 최소한 냉장 보관이라 이렇게 맛있다고 한다.


재료가 좋으니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조리도 워낙 많이 해서 잘하는 것 같았다.


결국 배 터지게 먹고 일도 잘 보았었다.

그 후로도 기회가 되어서 여러 번 일부러 찾아갔었다.


(참고로, 저는 카파도키아 열기구 열 번 넘게 타 본 사람입니다 ^^;; 현지로 출장 오시는 분들이 가자고 하면 계속 갔었죠. 카파도키아에 한식당이 있는데 한 때는 너무 자주 가서 얼굴을 아실 정도였습니다 ㅎㅎ)


사진 : 요니님 블로그




한국에 복귀해서 양고기가 생각나서 잘한다는 가게들에 가보았는데, 그닥 맛있지 않았다.


건대 근처에 양꼬치 집 거리가 있다고 가봤는데,

우와 이 쪽에 이렇게 양꼬치 중국집 거리가 크게 조성되어 있었나 싶었다.


(건대 입구역에서 내려서 건대 맞은 편의 메인 거리는 많이들 아실 겁니다. 오래되었고 젊은 친구들이 많이 놀고, 특히 헌팅 많이 하는 곳으로 유명하니까요.

그런데 건대에서 대각선 방향에서 대로변 쪽이 아니라 꽤나 걸어 들어갔던 곳에 그런 곳이 펼쳐져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사람 많이 오는 특색 있는 거리 방문을 원하시면 추천합니다.)


그중 꽤나 크고 유명하다는 집에 가서 양꼬치를 먹으며, 칭따오 만큼이나 유명한 ‘하얼빈 맥주’ 한병 주시오 하고 범죄도시의 장첸 (윤계상) 흉내를 내며 먹었다. 그냥 그랬고, 되려 같이 시킨 가지튀김이 이렇게 맛있었나 하며 새로운 발견을 했다.


(혹시 건대 양꼬치 거리에 맛집 있으면 추천해 주십시오 ^^)




그러다, 한참 후 산악회에서 도봉산을 가자고 해서 산을 탔다.


역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기 마시며 정상에 올라가 막걸리 한잔 마시며 목 축이고, 풍경을 내려다보면 기가 막히다.


땀 흘린 후 하산하고 함께 먹는 음식도 꿀맛이다.

닭도리탕도 좋고, 파전에 막걸리 그리고 잔치국수도 좋다. 때로 삼겹살에 소주와 맥주를 말아먹기도 한다. 생맥주도 꿀꺽꿀꺽 잘 들어간다.


보통 먹는 그런 음식을 기대했는데, 산악회장님이 여기 오면 도봉산 양고기 집을 가봐야 한다고 해서 갔다.


도봉산 지하철부터 산행 코스까지 가는 메인 거리에서 한쪽으로 걸어 내려가야 있는 외진 곳이었다.


‘오면서 보니까 편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 많던데, 왜 굳이 여기까지 내려와서, 양고기?’


의문은 야외 자리에서 숯불에 구운 양고기 한 점을 베어 물었을 때 사라졌다.


터키 국도의 그 아무렇게나 담아왔지만 너무 맛있었던 그 양고기가 생각났다.


우와, 비린내도 안 나고 쫄깃하고. 모두들 어찌나 잘 드시던지.


아, 마지막으로 한 가지 팁.


다 맛있는데 비싼 것부터 드시지 말고,

갈비살부터 올라가시길.


삼각갈비부터 먹고 부족하면 밑의 등급 먹으라고 하면 이상하게 맛없다. 배 부를 때 더 싼 것 먹는 것은 그냥 단순히 배 채우기일 뿐.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본주의의 돈값과 맛의 차이는 너무도 정직하다. ^^;



도봉산양고기


서울 도봉구 도봉로 191길 99-6

02-3492-3324


https://naver.me/FIOshP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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