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경험을 했다.
지난 번 식판 관련된 글을 하나 올렸는데, 조회수가 아르헨티나 월드컵 우승 글을 비롯한 다른 글보다 훨씬 많이 기록되었다.
역시 축구, 운동, 취미보단 밥인가?
그러고 보니 내가 쓴 간장게장 글도 인기글이었는데, 브런치 인기 글에 음식 이야기가 많은 걸 보면 그런 것도 같다.
사실 식판 글은 이런 글을 브런치에 올려도 되나 싶어 망설이다 올렸는데, 이런 글이 소위 말하는 ‘떡상’하고, 진정성 있게 쓴 글은 조회수가 낮은 걸 보면 세상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진정성 있는 글도 인정을 받아 문인 등단에 도움을 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솔직히 글을 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식판 글이 주위에서도 제목도 좋고, 내용도 재미있었다. 시사하는 바도 있었고라고 좋은 평을 해주셨다.
그러고 나서 최근에, 소주 6000원 물가 폭탄 이야기를 얼마 전에 다뤘는데, 이번엔 점심 물가 폭등으로 기본 만원, 보통 그 이상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래서, 구내식당과 편의점이 인기라고 하니, 참 살기가 점점 더 험난해진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이 먹을 땐 맛있을 수 있는데, 조리해서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려먹는 음식이 과연 건강에 좋을까 솔직히 조금 의심스럽기도 하다.
구내식당 마니아로서 이번 기회에 사는 재미라도 좀 더 드리고자 식판 이야기를 좀 더 이어나가 볼까 한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77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사원증을 태그 하는 건 같은데,
첫 번째는, 회사에서 점심 값을 준다. 보통 월 30만 원을 월급에 포함해서 준다. 그리고 구내식당에서 태그 한 것을 쌓아서 월급에서 빼는 방식이다. 식대가 얼마인지를 비교해 보시면 회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직원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다.
즉, 구내식당을 많이 이용하지 않으면, 돈 차감이 월급에서 적게 된다. 남은 돈으론 자유롭게 밖에서 사 먹는다.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선호할만한 방식이다.
두 번째는, 회사에서 돈을 주지 않고 밥을 준다. 즉, 구내식당에 와서 그냥 태그하고 밥 먹으면 된다. 그래서 돈 아끼려는 사람들은 기를 쓰고 구내식당 밥을 먹으려 하고, 보통 이런 시스템의 회사 구내식당에는 줄이 더 길다.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많이 하게 되면, 첫 번째 회사는 밥값 받은 걸로 배민 (배달의 민족 배달 음식) 시켜 먹거나, 재료를 사서 밥을 해 먹는다. 두 번째 회사는 예외적으로 돈을 주기도 한다. 물론, 주지 않는 회사도 있다. 밥값 달라 하지 말고 밥 먹으려면 사무실 나오라는.
A 회사는 두 번째처럼 돈을 주지 않고, 구내식당에서 사원증을 태그하고 밥을 먹으라는 시스템이었다.
예전에는 아침 일찍 나오고, 저녁에 야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삼시 세 끼를 회사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심지어 본인 것만 찍고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먹을 수 있게 해 줬다. 심지어, 주말에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어 점심을 줬는데, 어떤 분들은 가족이 모두 와서 점심을 먹고 (외식이라면 외식) 근처에서 휴일을 같이 보내기도 했다.
어찌 보면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지만, 또 달리 보면 뭔가 정 있어 보이기도 했다. 아빠가 일하는 회사에 온 가족이 와 보고, 평상시 먹는 구내식당에서 같이 밥도 먹어보고.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엔 구내식당도 감염의 위험이 있다며 운영을 줄이면서, 이전처럼 다른 사람들까지 찍어주고 먹는 것은 어렵게 되었다.
직원들이 반찬통을 가져와서 맛있는 반찬을 가져가는 걸 보면, 어이쿠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은 귀엽고 정겨운 모습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 모습도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
정이 많이 없어진 것 같기도 하다.
전에 한번 브런치 글에서 언급한 선배가 있다.
좋아하는 회사 여직원이 과자가 먹고 싶다고 말했을 때,
큰 종합과자선물세트를 사무실로 배달시켜서,
그 여직원 분 자리에 뒀다 보기 좋게 까인 바보.
그 선배는 구내식당에서 나온 디저트 빵을 좋아해서 꼭 냅킨에 몇 개를 싸와서 오후에 자리에서 먹곤 했다.
설탕가루를 입에 가득 묻히고,
“와? 뭘 보노?
사람 빵 먹는 거 첨 보나? 빵 맛있네!”
를 외치던 경상도 싸나이!
지금도 덩치와 상남자 스타일에 안 맞게, 아낀다며 경차 타고 다니며 혼자 살고 있는데, 언제 구내식당 밥이나 같이 한번 먹어야겠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222
바깥 식당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다 보니, 구내식당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이 나온다.
감당 안되게 비싼 외식 물가에 비해, 공짜로 주기도 하고, 밥값에서 차감을 해도 그래도 조금 싼 편이고,
그나마 샐러드 바도 보통 있어서, 확실히 조금 더 낫긴 하다.
비교되는 곳이 이름은 거론하면 좀 그래서 직접 말은 못 하지만, 여러 군데 많이 있는 음식점이다. 회사 근처에들 많이 있어 달고 먹으라고 하는데, 거기서 몇 년 밥 먹다가 위장병 걸렸다고 호소하는 친구들이 꽤 있다.
아무래도 구내식당에서는 장에 탈 나면 다들 일 못하고 말이 많아지니까, 재료 신선도나 조리 관리 등을 철저히 한다. 조리사, 영양사 분들이 붙어서 챙기니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그런데, 구내식당이 정말 직원들만을 위한 최고의 복지일까?
진정 직원들을 위한 곳일까?
조심스럽지만, 꼭 그렇지 않다 정도만 이야기하려 한다.
자세히 말하기는 좀 그렇고, 함바집이 왜 그렇게 이권 사업으로 통해서 문제가 되기도 하는지,
국가기관에서 모 기업의 구내식당을 왜 주시하고 털었는지를 관련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참고로, 함바집은 건설 현장 식당을 말한다.
즉, 광고나 그런 것 안 해도 일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밥 먹으러 오는 고정 고객이 정해진 곳.
장사가 안 될 리 없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사내 자판기마저,
높으신 분 친인척이나 친분 있는 사람 아니면 하기 힘들었다는 말이 기억난다.
쉽게 말해 가만 놔두고 가끔 가서 관리만 해주면 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래서 벌떼같이 죽자 살자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한 때 내 꿈이 함바집 사장이었다.
아니면 회사를 차리고 그 건물에 식당을 차려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좋은 건 다들 달려드니 당연히 피 터지는 소위 레드 오션 (red ocean)이다. 회사를 차린다는 것도 상당한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니, 나약한 직장인이 덤벼들기 쉽지 않다.
내가 그렇게 될리는 애초에 없을 것 같고, 속 상하니 회사 친구와 한잔 하러 갔다.
술 마시고 나서, 먹태에 생맥 한잔씩 간단히 마시고 지하철 타고 집에 가면 참 좋았을 텐데,
어렸을 땐 술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어디 바 같은 데 가서 개폼 잡고 양주 같은 걸 마시고 온 다음 날,
같이 간 친구와 후회했다. 마실 땐 좋다고 마셔놓고.
"호구냐?
술 퍼마시고 정신 나가서,
양주 퍼마시면서 처음 본 여자에게 돈 퍼주고.
구내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한 끼에 만원씩 모아서,
어제 그 친구가 살살 웃으며 이야기 들어주고 하니까, 좋다고 그대로 다 바쳤구나."
통렬한 자기 반성을,
마치 자기 소개하듯 하는 친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다음부터 그러지 말자.
이제 그만 자책하고 좋게 생각하자.
우리가 이 지역 경제를 먹여 살리고 있는 거야. 저 친구들이 돈 벌어서 어디다 쓰겠니. 다 미용실 가고, 밥 사 먹고, 옷 사 입고, 화장품 사고 그런 것 아니겠어. 크게 보면, 국가 경제의 선순환에 기여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비록 우리가 불우이웃일지는 몰라도.
그런데, 미안하지만, 한 가지는 꼭 얘기해 주고 싶다,
친구야.
사실 최고의 복지는 고연봉이란다.
그렇게 평생 식판에 밥 타 먹지 말고, 열심히 살아서 보란듯이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