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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16. 2023

밤 편지

아이유

날이 많이 추워졌네요.

이런 날 따뜻한 노래 한곡 추천 드립니다.


어느 작가님이 밤 산책에 대해 다루셨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브런치를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강원도에서 온 그 친구는 복잡한 서울생활이 많이 힘들다고 이야기 하곤 했었어요.


그나마 조금 한적한 밤 시간에 나가면 사람이 적은데, 차도에, 뭔가 위험해 보여서 좀 그렇다고 말하곤 했었습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같이 집 근처 안양천으로 가서 차 소리도 안 나고 인적도 드물어 조용한 밤 산책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 참 좋아했었죠.


특히, 봄 가을 저녁의 그 온도와 습도, 분위기는 잊혀지지 않네요. 벤치에 앉아 잠깐 쉴 때면 꼭 이 노래를 함께 듣자고 했습니다.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보낼게요

음 사랑한다는 말이에요


참 서정적인 가사죠.

첫 소절이 아름다운 도입부인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이던가, 밤 중에 이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 차를 몰고 그 친구 집 앞에 간 기억이 납니다.


창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을 보고 다행히 깨어있구나 하고 바라보는데, 내가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생각나며 못난 놈 하며 스스로에게 잘하라고 말했죠. 너무나도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던 순간이었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아직 안 잤냐며 밝은 얼굴로 저를 맞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아 이런 게 사랑이란 건가 싶더군요.


이 밤 그날의 반딧불을

당신의 창 가까이 띄울게요

음 좋은 꿈 이길 바라요


그리고 밤 산책을 나간 곳엔,

반딧불인 듯,

가로등인 듯,

환상적인 분위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안양천에 있는 다리를 건너다 중간 즈음에서 바라본 풍경이 참 멋있었죠.


그렇게 함께 손 잡고 한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안고 있다 피곤한지 새록새록 먼저 잠든 그 친구의 편안한 얼굴이 생각납니다.


좋은 꿈이길 바랬던.

나쁜 꿈을 꿀 땐 옆에서 다독여줄 수 있었던.

그 밤이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https://youtu.be/BzYnNdJhZQw


ps. 박정현 님의 ‘편지할게요’도 함께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대 없이도 그대와 밤새워 얘기해


라는 가사처럼, 지금 하긴 어렵지만,

한때 그랬던 시절을 떠올려 봅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밥 한 끼를 먹고, 포근한 이불속에서 하루를 잘 마무리 하시고, 좋은 꿈이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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