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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04. 2023

갈등의 서막

Love story in 강남 (7)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37


한동안 잠잠하게 잘 진행되던 연애는 내가 강남에 가기 힘들어지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넌 나이 먹으면 어디에 살꺼야?"

내가 물었다.


"강남에 살아야지."


"도심 속 답답하지 않아?"


"안 답답해."


으이그, 답답아.

그냥 니가 답답하다 ㅎ


"난 나이 먹고 은퇴하면 시골 가서 살꺼야."


"박진영이야?"


"앙?"


"아니, 오빠는 박진영 닮은 데다가,

박진영처럼 시골에서 산다고 하니깐 그러지 ㅋㅋㅋ"


'죽을래'

라는 말이 목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곱게 자란 외동따님께 그런 말을 할 순 없지. 하아


"아니, 차도 안 막히고, 사람도 적고 좋잖아."


"안 좋아"


"뭐가 안 좋은데?"


"냄새 나.

벌레도 많고.


강남 얼마나 좋아.

백화점도 있고, 맛집 다 있고, 병원도 있고."


'그래, 돈 많은 너는 좋겠다.

하긴 돈 많으면 강남은 천국이지.

밤새 식당들 열어 놓지. 다 배달해주지.

하고 싶은 것 다 할 수 있지.

서비스 좋지.

좋겠다. 아주 그냥.'


"무슨 생각해?"


그럴 땐 귀신같이 알아채는 그녀였다.


"너 예쁘다고"


"아닌 거 같은데에.

얼른 말해봐."


말했다간 맞아 죽을 일 있니 ㅎㅎㅎ


역시 말은 줄이는 게 맞고,

하고 싶은 말도 다 하지 않는 게,

안 싸우고 오래오래 사이좋게 잘 사는 길이다.




"차 완전 막혀."


그녀가 처음으로 우리 동네에 왔을 때 한 말이다.


그녀는 고상했지만, 짜증이 나면 본 모습이 튀어나왔다.

고상함으로 가릴 수 없는, 뒷모습과 같다고 할까.

등을 화장할 순 없으니까.

(시술은 받나? ㅎㅎ)


"오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 알겠지?"


"뭔 소리야?"


"난 매번 그 교통 체증을 뚫고,

우리 이쁜 B 님 보러 가는 거 아니겠어? 안 그래?"


"어이구, 그러셨어요?

네, 네, 아주 황송해서 죽을 지경이네요.


나 배 고파, 우리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오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족발집에 데려갔다.


"오늘 콜라겐 폭탄으로 우리 자기 피부 완전히 물광 나게 만들어보자!"


"이거 왕창 먹는 것보다 그냥 바르고, 약 먹는 게 낫거든요?

근데, 맛있긴 하네."


'당연하지, 여기가 그래도 우리 동네에서 족발 제일 맛있다고 하는 집이거든.'


밥만 먹으면 일단 화장실을 다녀오는 이 친구 표정이 또 좋지 않다.


"오빠 여기 다신 오지 말자."


"왜?"


"여기 화장실 완전 별로야."


'아니, 화장실 잠깐 가서 볼 일만 보고 오면 되지.

몇 번을 가는 거야?

음식만 맛있으면 됐지, 웬 화장실 타령.‘


라고 던졌다간, 본전도 못 건질 걸 아니까,


"알았어"

하고 말았다.


하지만, 여자 말 잘 듣는 나는,

여자와 만날 때는 화장실은 무조건 깨끗한 곳으로 가야 한다는 걸 그날 새삼 깨달았다.


그때 내 연애 레벨이 2 정도는 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최종 레벨이 100 이라는 게 함정.

지금은 한... ㅋ


깔끔한 인테리어.

신선한 재료와 맛있는 음식.

사진 찍기 좋은, 인기 있는 핫플.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깨끗한 화장실.


남자들끼리 갈 땐 그런 건 크게 상관없는데 말이다.

밥집이 밥만 맛있고 먹고 탈만 안 나면 됐지 머.


암튼 평생 혼자 살지 않으려면 배워야 할 게 많았다.




그러고 나서도 자꾸 사소한 걸로 짜증을 부리길래,


여자들이 싫어하는 금기어를 내뱉을 뻔 했는데,

겨우 참았다.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이건 이래서 맘에 안 들고,

저건 저래서 맘에 안 들고.


표정도 별로고 해서,

그냥 던졌다.


"그냥 집에 갈래?"


"응?"


"아니, 보니깐 너 컨디션이 별로인 것 같아서."


"아니야, 커피 마시러 가자."


커피 집도 근처 아무 데나 가려고 했지만,

또 화장실 어쩌고 할까 봐,

백화점에 있는 스타벅스로 모시고 갔다.


그제서야 표정이 조금 풀렸다.


"역시 백화점이 쾌적해, 그지?"


그지 같네 진짜.

그럼 맨날 백화점만 다닐 거냐.

그렇게 좋으면 그냥 백화점에 살아라 살아.


"그래, 백화점이 좋지. 화장실도 깨끗하고."


"근데, 난 Z 백화점 별로야.

좀 구려.

역시 백화점은 강남 Y 백화점이지.

연예인들하고 잘 사는 애들이 많이 가는 이유가 있어."


또 부정적인 소리에,

내가 처음으로 싫은 소리를 던졌다.


"너 오늘 진짜 왜 그래?

지금 우리 동네 한번 왔다고 이러는 거야?"



아래는 다음 회입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43



아래가 첫 회입니다.

‘생각의 바다’ 매거진에서 쭉 보실 수 있습니다.


호응이 좋아, ‘내 사랑 강남 싸가지’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감상해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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