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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r 03. 2023

그녀는 예뻤다

Love story in 강남 (6)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26


그녀는 너무 예뻤어.


하늘에서 온 천사였어.


내가 박진영 닮았다고 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오빠 닮은 연예인 있지 않아?”


“장혁?”


푸훕


“반응 뭐야!“


“오빠, 나 웃기려고 일부러 그런 거지 지금?”


“참 내, 너 나 잘 생겨서 사귀자고 매달린 거 아니었어?”


“매달려? 내가?”


“응. You가”


“Of course, not”


그녀는 어린 시절 영어 조기 교육의 부작용으로, 영어를 자주 섞어 쓰곤 했다.

그래서 나도 토익 고득점 맞은 실력으로 맞춰주면 좋아했다.


“오빠 솔직히 박진영 느낌 좀 있잖아.”


“내가?”


“응. You”


“하, 나. 날 떠나지 마 한번 춰줄까? 말 나온 김에”


“한번 춰봐. 얼마나 잘 추나 보자.”


그리고 이어진 나의 되지도 않는 춤에,

꺄르륵 웃어주던 그녀는 예뻤다.


그냥 진짜로 웃겨서 웃은 건가?

암튼




그녀를 데리러 가면,

그녀는 화장으로 중무장을 단단히 하고 나왔다.


옷도 지저분하고 허접한 옷을 입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 흔한 올 나간 스타킹조차 신은 적이 없었다.


처음 봤을 때처럼 여전히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한 번은 갑자기 보고 싶어서,

불쑥 집 앞에 찾아갔다.


감동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욕만 한 바가지 먹었다.


왜 미리 연락도 없이 왔냐며,

여자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얼마나 부리나케 준비하고 나왔는지 아냐며,

딱 봐도 티 나는 ‘꾸안꾸‘로 나왔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열심히 꾸미는데, 짐짓 안 꾸민 것처럼 자연스럽게 보이려는 요상한 짓.

그래서 시간이 더 걸리는 거 아닌가 ㅋ)


내 경우 샤워하고 머리에 물기 털고 나가면 끝이라,

10분이면 준비 완료였는데.


그녀는 아니었다.


주말에 만날 때도 그랬다.


“몇 시까지 갈까?”


“5시에 와용”


“엉? 지금 2신데 3시쯤 보면 안 돼?

빨리 보고 시푼데에~

지금 출발하면 그때쯤 도착할 거 같아.“


“안돼”


“왜?”


“나 아직 머리도 안 감았단 말야.

어떻게 한 시간 만에 준비해!”


‘그럼 준비를 3시간 동안 한단 말이야?’

하고 물으려다 말았다.


잘은 몰랐지만, 우리 어머니가 목욕탕에 가시면 3시간 걸리는 것과 비슷한 건가 하고 말았다.


후에 9시 출근을 위해, 내가 7시에 일어나면,

그녀는 6시 이전에 일어난다는 걸 알고 이해가 갔다.

왜 그렇게 빨리 일어나고도 아침에 시간이 없다고 하는지.


보통 같이 나갈 때 보면, ‘이제 준비 다 됐어 나가자’ 말하고 나서부터 본격 시작. 한 시간 후에 나갔다.


“알았어, 그럼 5시까지 갈게.”


“웅, 이따 방”

자기 말을 들어주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그녀였다.




3시간을 준비해서 그런가,

그녀가 차에 타면 향기부터 좋았다. 그냥 다 좋았다.


차 막히는 강남 가는 길을 뚫고 날아간 보람이 있었다.


같이 다니며 뭔가 잘해주고 싶은 맛이 났다.

어딜 가도 꽤나 빛이 났다.


나중에 이 친구와 같이 걸어가는 걸 본 회사 여자 동기인 동생이 한 말이 기억난다.


“오빠가 말한 그 여친이야? 부잣집 딸?”


“엉”


“오빠 얼굴 회사에서 볼 때 하고 완전 다르더라. 좋아 죽던데 아주 그냥 ㅋㅋㅋ“


“그랬어? ㅎㅎㅎ”


안 그러겠냐.

회사에선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간이 안 가는,

무늬만 여자인 반 남자들만 있는데.


회사 사장님이 미모가 출중한 여직원이 있으면, 남자 직원들이 일은 안하고, 하루 종일 같이 노가리만 까는 게 꼴 보기 싫어하셨다고 한다.


직접 사장님께 물어보고 듣진 못했지만, 그래서 당신께서는 외모가 너무 준수한 여성 분은 채용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소문이 있었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상이었지만, 일에 집중하기엔 좋은 환경이었다.


“근데, 여친 장난 아니더라.

화장실에서 거의 살겠던데 그 정도면.“


“앙? 그게 뭔 소리야.

깔끔하기만 하구만.

무슨 지저분한 화장실에 살아?“


자기 여자라고 격분하는 나였다.


“응, 오빤 여잘 몰라.

그 정도 꾸미고 다니려면, 그렇게 할 거야.

화장실 자주 가지?“


“헉”

와인 바에서 화장실 갔다 왔던 그녀가 생각났다.

화장실이 아니라 마치 샵을 다녀온 것 같았던.

(4화 참조)


그러고 보면 화장실을 자주 가긴 했다.

그냥 볼 일 보러 자주 간다고만 생각했다.

아님 방광염이라도 있나. 병원 가보라고 해야 하나.

그게 내 생각의 수준이었다.


“우리 회사에 C 알지?“


“엉”


“걔는 화장실 갈 때마다 거기 있어.

계속 거울 보고 있지. 화장 고치고 ㅋㅋㅋ


자기 자리 와서는 거울보고 미스트 뿌리고 ㅎㅎ“


설마 그럴까 싶으면서도,

그러고 보면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오늘은 한강 가서 산책하고 돗자리 펴 놓고 치맥 먹게 편하게 입고 나오라고 해도, 풀 장착이었다.


청바지도 퍼진 스타일은 절대 입지 않았고,

슬리퍼나 쪼리 같은 것도 신지 않았다.


여름에 샌들정도는 신었다.


나중에 나에게도 커플로 신고 다니자고 하나 사줘서 신고 다녔다.


친구가 그걸 보더니, 그거 얼마짜린데 니 돈 주고 샀냐고 물어봤다.


여친이 사줬다고 말은 했는데, 샌들이 진짜 그렇게 비쌀 수 있나 했다.


내가 신는 슬리퍼라고 해봐야 짜가 삼선 아디다스 5천원짜리였다가, 그나마 사장님 슬리퍼 만 몇천원 정도가 사치품이었다.


그런데 이건 정말로 생각했던 가격에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 있어 놀랐다.


그렇게 치장하고 신경을 쓰니 아름다워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가끔씩 기분 좋으면,


“이 가게에서 니가 젤 예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알아, 나도”

하며, 네 가지 없이 말을 해도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그런 말이 있나? 내 사랑 싸가지.


나중에 그렇게까지 꾸미고 다니려면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그녀의 말이 재미있었다.


“이 정도는 해줘야지 대우를 받죵.

이 바부팅 오빠야“


이런 걸 보면 뭘 좀 아는 것 같기도 한데.

흐음.


어쨌든 그렇게 우리의 연애는 예상과 달리 비교적 순탄해 보였다.

한동안은.



아래는 다음 회입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40


아래가 첫회입니다.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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