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in 강남 (8)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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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갑자기 왜 급발진이야?"
"아니, 좀 그렇잖아.
같이 좋게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가면 되지.
오늘따라 왜케 까칠해?"
그녀도 순종의 아이콘인 내가 쎄게 나가자,
적잖이 당황했는지,
"오빠... 왜 그래..."
하며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겨우 한번 온 걸 가지고,
이렇게까지 하면 앞으로 어떻게 만나?
내가 매번 가다가,
이제 한번 와서,
이러면 너무 한 거 아니야?“
“미안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을 보니,
갑자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
주말에 같이 기분 좋게 데이트하고 쉬려고 만나는 건데, 되려 더 힘들고 피곤해지잖아.“
“아니야, 우리 얘기 좀 더해.”
이때 헤어지진 않았지만,
자라 온 가정 환경과 가치관 뿐만 아니라,
다투고 화해하는 방식마저 이 친구와 나는 달랐다.
이 친구는 갈등이 있으면, 그날 바로 다 풀고,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고,
난 감정이 격해져서 마음의 소리가 자칫 잘못 나와서 상처를 줄까 봐, 시간을 조금 갖고 감정을 내리고 생각을 정리한 후 차근차근 풀어가는 스타일이었다.
어떤 스타일이 맞다고 할 수 없지만,
중간점을 찾아야 하더라도, 결국 둘 중 한 명 누군가는 맞춰줘야 했다.
그날따라 말없이, 그녀를 배웅하며 본,
하얀색 고급 벤츠가 더 낯설어 보였다.
밤마다 오랜 시간 전화를 하던 그녀와,
며칠 동안 전화를 하지 않았다.
나도 그녀와 밤에 전화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하루 스트레스가 풀리는 걸 느꼈는데,
이 친구는 밤에 나와 통화하는 걸 무척 좋아했다.
“오빤 목소리가 장혁이야.”
‘장혁이 목소리가 좋나?
이게 욕이야, 칭찬이야.
흐름상 칭찬이겠지?'
외국 친구들과 영어로 협상을 하다,
잘 못 알아듣는 게 나와도,
분위기 보고 눈치껏 알아보고, 확인하던 스킬을 발휘했다.
“나도 자기랑 통화하면 좋아.”
“그것만 좋아?”
이런 걸 보고 shit test라고 한다던가?
나중에 알았지만, 남자도 여자가 날 사랑하는지 확인하려고 하지만,
여자는 이 남자를 사랑해도 되는지, 계속 만나도 되는지, 자신을 진심으로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확인하려는 성향이 더 강했다.
보통 보면 내가 그 친구에게 ’나 사랑해?‘ 라고 묻는 일은 거의 없었다.
다투고 헤어지는 상황 비슷하게 갈 때나 나오는 말이었는데,
이 친구는 수시로 물어봤다.
자기를 사랑하는지, 왜 사랑하는지.
처음엔,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거지, 뭘 자꾸 묻나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여성은 자신이 사랑받는다는 걸 느끼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고,
그걸 남자가 표현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무뚝뚝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고,
남중 남고에서 공부만 한 내가,
그런 걸 잘 알리도 없고, 오글거려서 표현을 잘 못하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자꾸 당하다 보니,
(아니, 연습을 시킨 건가.
어떨 때 보면 여자가 남자를 조련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ㅎ)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예쁘고 착하잖아.”
라는 단순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답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이야기해 줬다.
혼자 안 늙으려고,
나도 용 쓴다 진짜.
거기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 서로 궁금한 점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방 가서,
12시가 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아쉬움에 끊고, 내일 또 얘기하자,
잘 자요 하고 굿밤을 빌어주는 달달함.
계속 그렇게 전화를 하다,
안 하니까 피곤하지 않아서 좋긴 한데,
나도 뭔가 좀 그랬다.
하지만, 어색해져서 밤에 전화를 해도,
별로 오래 대화할 기분이 아니어서 금방 끊게 되고,
전화를 하지 않는 날도 며칠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그녀가 다시 우리 동네로 오겠다고 했다.
“내가 강남으로 갈게.”
“아니야, 내가 갈게.
그동안 너무 오빠만 오라고 그랬어.
내가 너무 철 없었지?“
알긴 아네.
“아니, 자기 오느라 힘드니깐
그렇게 오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잖아.
우리 기분 좋게 만나자.“
“알았어 그럼
오빠가 와“
괜히 간다고 그랬나 ㅎㅎ
온다고 할 때 그냥 오라고 할걸.
처음엔 몰랐는데,
차 막히는 강남으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도 그런 만남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어서
그렇게 뾰루퉁해진 걸 수도 있었다.
“오빠 기분 많이 상했지?
미안해.
내가 그날 좀 그랬나 봐.
학교에서도 그 주에 좀 힘들고.“
“아니야, 내가 미안해.“
감정이 상한 것에 대해 냉정하게 같이 얘기해 보고, 재발 방지 대책(?)도 논의해 보려 했는데,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보니,
그냥
‘내가 좀 오버했나.’
라는 생각만 들었다.
더군다나, 저 자존심 강한 아가씨가,
먼저, 미안하다고까지 하니 마음이 스르륵 풀렸다.
마음이 움직여서 그런지,
더 예뻐 보였다. 이런 게 미운 정인가?
이래서 정말 꼴도 보기 싫어서, 같이 밥도 못 먹겠는 것 아니면,
감정을 정돈하고 얼굴 보고 대화를 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다.
각방 쓰지 말고, 싸워도 한 이불 덮고 자란 말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고.
한쪽이 정말 명확하고도 큰 잘못을 한 것이 아니라,
흔한 남녀 간의 사랑 싸움이라면, 남자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는 게 맞는데,
못~ 난 놈.
뭔가 더 미안해지면서,
화해를 하고 나니,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나?
건조했던 감정에 비가 내려,
촉촉하게 차 안에서 진한 키스를 나눴다.
이래서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는지도.
하지만, 그렇게 해결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래가 다음 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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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첫 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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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네이버 Hello 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