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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May 29. 2023

계속되는 잔혹 동화

아니, 잔혹 실화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73


제발 잔혹동화가 그만 진행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소설화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상상을 훨씬 뛰어 넘고 있었다.


2023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회사에서 직장인들이 엎드려 뻗쳐하고 몽둥이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영화 베테랑에서 지금은 마약 관련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이, 재벌가 아들로 등장해서, 불합리한 일을 따지러 온 트럭 운전 기사를 때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도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긴 했다.


지난 번 글에서 묘사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때리는 상황을 넣을까 말까 사실 고민을 했다.


왜냐하면, 내가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사무실에서 소위 쪼인트 까이고 하는 일이 있었고, 그걸 직접 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법이 있을 정도로 시대도 바뀌었고 사내 징계도 강해져서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이 없어졌다.


그래서, 극적인 효과는 있을지라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모습일 것 같아 쓰지 않았다.


결국, 이런 내 생각이 오산이었음을 뉴스에서 영상과 사진으로 목도하고 말았다.




이렇게 엎드려 뻗쳐서 빠따 맞는 건,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미 민방위에서도 불러주지 않을 정도로 국가의 부름조차 더 이상 없는 내가,


“이등병의 편지”를 찍고 있을 때인, 어찌 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야만적인 (?) 군대에서나 있었던 일이었다.


당시 군대에 간 또래 친구들은 다 단체로 기합 받고, 얻어 터진 경험담을 이야기 했다.


나중에 군대를 다녀 온 남자들끼리 모이면 회사에서든 어디든 군대를 어디서 다녀왔고, 무슨 일이 있었고 하면서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군대에서 공 찬 이야기를 했다.


그 때에도 이등병, 일병 때 혹은 그 이상 때에 맞았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맞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요즘은 복무 기간도 줄고, 병영 문화도 개선되어 그런 일이 많이 줄었다고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군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죽은 이 땅의 청년들이 있으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고위 장교까지 군복을 벗거나 재판을 받는 일들이 있으면서 조심하게 되면서인 것 같다.


자정 노력? 글쎄.


당연히 그런 노력을 진심으로든 면피 행위로든 하긴 했을 것이지만, 그렇게 큰 효과는 적었을 거고, 못 버티다가 자살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그때마다 난리가 나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죽어야 사회적 관심을 받고, 언론에서 난리가 나야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이에게는 협박 정도로 들려서,


‘하려면 해보라지. 내가 겁낼 줄 알고, 개돼지 XXX

지들 마음대로 하라고 해.

그리고 너 죽지, 나 죽냐.‘


이라고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그런 나쁜 사람은 없겠지요?)


오랫동안 세상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 나로서는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절규다.


국가 간 전쟁이 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의 총탄에 맞아 죽어,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 줘야 하는 순국선열 국가 보훈자가 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나라를 지키기 위해 유사시를 대비하여 병역이라는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 간 이 땅의 청년들이, 갈굼 당하고 괴롭힘 당하고 맞다가 죽는 현실이라니. 안타깝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과거 야만적인 군대에서나 있었던 일이, 사회에서도, 신성한 (?) 직장이라는 곳에서도, 어떤 곳에선 ‘태움’ 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렸을 땐 입시, 경쟁, 왕따, 학폭에서, 나이 들어선 군대 그리고 회사에선 직장 내 괴롭힘. N포 세대가 헬조선에서 살고 있으면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고, 자살율이 높은 사회라는 걸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해외에서 지진이나 쿠데타를 경험하며 안 죽고 살아 온 나인데, 군대에서도 죽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해야 하나.


여담으로, 비행기를 여러 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탔는데 최근의 국내 비행에서 비상구를 연 사고는 처음이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비행기 안에서 답답해서 그런 짓을 했다는 친구가 10대도 아니고 30대 어른이라는 사실이 더 놀랍다.


해외 이야기를 꺼내니, 하나 더 생각나는 것이,

사회 생활 초년 시절, 사무실에서 임원에게 쪼인트 까이던 그 분을, 해외 출장을 가서 만났다.


본사에서 무시 당하고 맞고 하다, 그만둘 수는 없으니 어떻게 기회를 만들었는지, 때마침 운이 좋았는지 해외 근무를 할 수 있게 되셨나 보다.


어떤 의미에선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무실에서 맞는 것도 아프겠지만, 다 큰 차장, 부장이 사무실에서 다들 보는 앞에서 맞으면 쪽 팔리고, 마음이 더 아팠을 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분이 현지 채용한 친구에게 욕설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때렸다간 자칫 해외에서 잡혀 들어갈 수 있으니 그러시진 못 했던 것 같고, 욕을 했는데 왜 그러시냐고 그랬더니 답이 가관이다.


“이 XX들은 욕을 안 하면 말을 안 들어.”


속으로 생각했다.


’부장님 본사 와서 좀 더 맞으셔야겠다.

감을 잃어 버리셔서, 혹은 그때의 복수로 이런 짓 하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당해봐야 옛날 생각나서 같은 처지로 이해하고 이런 짓 안 할 것 같다.‘


내리 사랑까진 좋은데, 꼭 이렇게 나쁜 짓을 당하고 배워서 쓰는 사람이 있다. 자신도 고통 받았으면서.


진짜 그 직원이 업무를 못하거나 게을리하면,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그에 걸맞는 공정한 평가를 하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규정된 합리적인 조치를 하면 누가 뭐라고 할 것인가.


그런데,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그러면 안 되는데) 일단 맘에 안 들고 당장 화나니까 분에 못 이겨 때리고 욕하는 것 아닐까. 솔직히 그런 곳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등 인사 정책이 적용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 창업자도 군대에서, 어디에서 많이 맞았으려나.

뉴스를 보며, 솔직히 이 분도 자신이 때린 친구들에게 거꾸로 본인이 엎드려 뻗쳐해서 욕 먹고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고 그런 짓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해봤다. 나이 먹고 당하면 더 와 닿으리라. 물론 좋은 생각은 아니다. 이런 짓들이 근절되지 않으니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들겠나.


실제로, 그 부장님 해외에서 그 짓 하다가 현지 경찰서에 구금되어 엉덩이까지 매를 맞았다. 조선시대도 아니라 그런 게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후진국엔 아직 그런 것이 있는 나라가 있다.


그 다음부턴 욕은 커녕, 너무 조용해서 사무실에서 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고 한다. 남들 때릴 때는 화가 나서 흠씬 두들겨 패지만, 정작 본인이 맞으면 온갖 엄살 부리면서 싹싹 비는 허약한 분들이 이런 분들이다.


나쁜 짓은 배우면 안 되고, 문제있는 행동을 하는 때리려는 사람에게 그러지 말라고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게 답이다. 그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정당하지 못한 세상을 바꾸는 길이라 생각한다.


내가 군대에서 살아서 만기 제대한 이유는,

앞서 말한, 군대에서 맞지 않은 드문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인력파견업체 사장이 말한,


‘어떤 전공자는 뽑지 말아야 한다.’


라고 말한 그 전공들 중 하나를 나는 대학에서 전공했다.


사실 이 글을 쓴 계기도 열심히 공부해서 좋다는 전공 선택한 성실히 살아 온 사람에게까지, 뒤에서 저렇게 까고 차별하고 있었다는 게 괘씸해서 이기도 하니 양해 부탁드린다.


또한, 너무 사회 문제만 focusing 하면, 계속 무거워만 지고 있어, point를 조금 비껴가서 나와 관련된 이야기까지 함께 두세 편 정도의 글로 풀어 보려고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 일이 자꾸 나와 관련이 있어진다. 안타깝지만 그런 세상 일과 나의 삶 그리고 경험에 비추어 보면 더 와 닿는다.


군대 시절 내 전공 때문인지 군 선임들이 뭔가 나를 때리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는 것이 보였다. 이래서 사람은 뭘 알고,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나.


단체 얼차려를 받은 적은 있어도 돌아가면서 때린 일을 내 눈 앞에서는 한 적이 없었다.


동기들도,


“너 덕분에 단체로 맞을 일은 없어 좋다.”

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동기들이 개별적으로 안 맞은 건 아니지만.


180 키에, 덩치도 있고, 눈빛도 인상 쓰면 날카로워 보이는 나지만, 군대에서는 더 한 운동한 친구들도 두들겨 맞았다. 그런 외모보다는 내 전공 때문에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괜히 주먹 한번 잘못 날렸다가 영창 가고 호적에 빨간 줄 가기는 싫었을 거니깐. 실제로 군에서 내가 한 일도 영창 보내는 일이었다. 전공을 살려서.

내가 전입오기 전에 이미 내 보직은 그 일을 하도록 점 찍어져 있었다.


아마 이 창업자 고문도, 이 전공을 싫어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었을 거라 추측해 본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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