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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05. 2023

그녀와 여행 (5)

내 사랑 강남 싸가지 (24)


아래 글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28


그녀와 격정적인 잠자리는 늘 아름다웠다.


서로 미워 죽겠다 가도 잠자리를 하고 나면,


‘죽어도 좋아.’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면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와 닿았다.


그녀도 좋았는지, 한 몸이 된 우리의 모습이 비친 거울을 보며,


“우리 지금 너무 섹시하지 않아?”

라는 말을 하곤 했다.


그렇게 그녀는 요조 숙녀에서 요녀가 되곤 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정사 (情事) 라는 일이 끝나면 (이것도 일인가? 발사 아닌가? 암튼)

우리는 바로 씻지 않고 서로 안고 쓰다듬으며 후희 (後戱) 라고 이름 붙여진 ‘놀이’를 하곤 했다.


손발이 찼던 그녀는 잠자리가 끝나고 더 따뜻해진 내 손을 좋아했다. 따뜻한 손으로 그녀의 발을 마사지해 주면 더 좋아했다.


따뜻하고 시원하다

라고 하는데, 모순적인 반대말 같으면서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일하고 노는 거라 그런지, 내 따뜻한 손이 그녀의 등과 어깨를 어루만지면 그녀는 곧잘 눈을 감고 날 더 깊숙이 안았다.


그리고 이를 갈았다.


내가 싫어서 이를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코 고는 것처럼, 이를 갈았다.

특히, 피곤할 때 심했던 것 같다. 처음엔 입을 들썩들썩 이며 시동을 걸고 본격적으로 이를 갈곤 했다.


처음 우리가 소개팅 한 그 어여쁘고 고급 진, 와인 빠의 그녀가 이렇게 이를 갈 줄이야.

역시 남녀는 사계절은 만나 봐야 하고, 다 벗고 안아 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밥 먹고 차 마시는 그런 사이는 아니라고 했나 보다.


자기도 이를 가는 걸 아는지 신나게 이를 갈다가 흠칫 놀라서 깨곤 했다.


“어머, 나 이 갈았지?”

라고는 절대 하지 않았다.


“어머, 나 깊이 잠 들었지? 오빠 품에 있음 넘 편해서 이렇게 푹 자넹. 미워 잉”


잘 잤으면서 뭐가 미운지.

반어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사랑의 언어에는 묘한 뉘앙스와 뜻이 있다.


밉다고 진짜 미운 걸로 받아 들이면 안 될 때가 있다.

그런데, 진짜 미워서 밉다고 할 때도 있다.

이래서 연애는 어렵다.


그래서 어른들이 어릴 때 많이 만나보고 경험해 보라고 했나 보다.

다른 많은 것들과 마찬가지로 연애도 해봐야 는다.


그런데, 별로 해보지도 않은 내가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 ㅎㅎㅎ

원래 서울 사람보다, 서울 여행 한번 해본 지방 사람이 서울을 더 잘 안다.


서울 토박이인데 63 빌딩 전망대 안 가본 사람이

많다. 지방 출신이 서울에 자리 잡아 살며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한 가락으로, 돌아다니지 않은 서울 토박이 서울 구경 시켜주고 설명까지 곁들이기도 한다.


대학 때 ‘성의 이해’ 라는 인기 교양 강좌가 있었고, 난 연애수필 작가답게 A+ 을 받았다. 정작 전공 과목은 잘 못 받고 ㅎ

즉, 이론만 빠삭하다. 그래서 이러고 살고 있는지도 흐


연애는 정말 case by case인 경우가 많으니 내 사랑 강남 싸가지 연애담은 재미로만 봐주시고, 참조만 해주셨으면 한다.


내 글을 읽고 그렇게 했다가 싸대기 맞고 댓글에 이상한 말 쓰지는 않는 걸로 흐




사랑하는 여자와 잠자리는 남자를 현자로 만든다.


욕정에 불타는 동물에서, 당분간 그런 음탕한 생각은 안 하고, 당장이라도 예수님이 될 것 같은 성인이 되기도 하고,


내가 품은 여자를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착한 남자로 만들기도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착한 남자와 나쁜 남자는 여기서 갈리는 것 같다.


나쁜 남자는 번식이 끝나면 또 다른 번식을 위해 도망가는 포유류 수컷의 본능을 버리지 못하고, 골치 아프고 힘든 책임을 지느니 나는 떠나겠어요 하며 가 버린다.


착한 남자는,

“이 여자가 내 여자다. 내가 지켜주고 늘 함께 할게.

(니가 귀찮아서 날 발로 찬다고 해도, 붙어 있을 거야.)


누구보다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

(평생 손에 물 안 묻히겠다는 거짓말은 못하겠다. 대신 너보다 내가 더 많이 묻힐게.)”

라고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안고 있다가 그녀의 꼬르륵 뱃고동 소리에 일어났다. 도도하고 고상해도 배고픔은 어쩔 수가 없다.


“배 고프지?”


“응”


배가 안 고픈 게 이상하지.

아침부터 빌런 아주머니와 한 판하고,

나하고 사랑의 한 판 했으니.


그러고 보니 여행 와서 제대로 된 음식 하나 못 먹었다.


“뭐 먹을까?”


“배 마니 고프당 오빠얌

우리 고기 먹장~ 제주도 흑돼지!”


“그래 가자규~ 고고씽~”


일정대로 갈 수는 없게 되었지만,

프린트 된 제주도 지도엔 갈 식당들과 디저트 집들이 널려 있었다.


우리에겐 시간도 널려 있고,

그저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내일 회사 갈 걱정도, 일할 걱정도, 다른 걱정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휴가!


꽤 유명한 집이라 그런지 규모가 컸다.


“히야, 제주도 사람 여기 다 모여있나 보다. 사람 진짜 많네.”


“여긴 제주도 토박이 분들은 되려 잘 안 오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집이야.”


“그래? 그런 건 어떻게 알았옹? 울 이쁜 공주님~”


“이 가게 주인하고 알아.”


“고깃집 사장님? 그래서 여기 온 거야?”


“아니, 사장님은 이 가게에 세 들어서 장사하시는 거고.

내가 아는 언니가 이 가게 주인이야.

매달 월세 받을 필요도 없어서, 연 세를 받는 댔어.

연말에 6000 정도 받는다던가.”


헐헐헐

한 달에 500인 것도 놀라운데,

이걸 매달 받을 필요도 없이 돈이 많아서, 연말에 원빵으로 그렇게 큰 돈을 받는다는 건가.

웬만한 사람 연봉보다 많잖아.


“몰라, 그 언니 부모님이 제주도 유지신데, 건물을 물려 주셨대.

증여세하고 세금 더 올라가기 전에 절세 하려고 어릴 때 주셨다고 했던 것 같아.”


그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딴 세상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먹고 보자.


잠자리하고 배 고플 때 먹는 고기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허겁지겁 먹으면서도 쌈을 싸서 그녀의 입에도 넣어 주었다.

같이 붙어 있으면 참 이것 저것 많이 넣어준다.

고기 쌈도, 과자도 그리고 다른 것도.


무식하게 맛 있으라고 이것 저것 다 넣지 않고, 그녀가 좋아하는 한 두 가지만 먹기 좋게 싸서 넣어 주는 센스. 넣어주는 것도 상대방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방식으로 해줘야 한다. 마음만 앞서는 건 금물.


내가 먹여주면 다음엔 그녀가 먹여주고.

아주 난리가 났다.


그렇게 둘이서 6인분을 때려 넣었다. 밥과 후식까지.


“후아~ 잘 먹었다.

근데, 우리 넘 마니 먹은 거 아니양? 얼마 나왔징?”


계산을 하려는데 그녀가 사장님을 찾더니 뭐라 뭐라고 했다.


“아, 그러세요?

네, 말씀 들었어요. 맛있게 드셨죠? 미리 말씀 주시지. 서비스 좀 더 드렸을 텐데.”


“아니예요. 너무 잘 먹었어요.

다음에 또 올게요. 고맙습니다.

오빠 가장~”


“웅웅”


전공 때문에, 밥 먹고 돈 안 내고 나오는 건,

“무전취식”

죄라고 정확히 알고 있는 나라서 엉거주춤 하고 있으니,


“그 언니가 지인들 오면 달아 놓고 자기가 계산한다고 했어.”


“어휴, 잘 먹었는데 그냥 돈 내면 되지. 뭘 이런 것까지 챙겨주낭 ㅎㅎㅎ”


2-3만 원짜리 밥 얻어 먹는 것도 아니고, 고기에 뭐에 이것 저것 많이 먹어서 꽤 나왔을 텐데 배 불리 먹고 돈을 내지 않았더니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하지만, 있는 집 사람들끼리는 이렇게 자기가 챙겨줄 수 있는 건,

기회가 되면, 때가 되면 서로 챙겨준다는 걸 그때 여실히 알았다.


나같이 못 사는 집 우리 동네에선 김장을 하면, 이웃과 김치를 나눠 먹던지,

생선이 들어오면 몇 마리 이웃에 가져다 주는 인심과 비슷한 것이었는데,

부잣집 사람들은 스케일이 달랐다.


자기가 하는 레스토랑에 초대해서 호텔 뷔페보다 더 맛있는 음식으로만 특별 서비스로 대접한다던지,

소유한 호텔의 방이 비면 와서 자라고 해 주거나 스위트 룸으로 업그레이드를 해준다던지,

운영하는 골프장에 예약이 덜한 날이 있으면 초대해서 같이 골프를 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밥을 먹는 그런 식이었다.


“오빠 괜찮아?”


“웅웅”


“잘 먹었지?

우리 이제 디저트 먹으러 가장~”


“배 안 불러?”


“디저트 배는 따로 있지롱~”


따로 있긴 무슨.

배가 저렇게 뽈록 나와서도 입가심 하겠다고 핑계도 참 재밌게 댄다.


그렇게 끌려간 마음샌드 가게에서 줄을 서 있으니 배가 슬슬 꺼지기 시작했다.


포장만 잘 된 몇 만 원짜리 마음샌드를 받아서, 맛있게 먹는 그녀.


마트에 파는 크라운샌드와 별 차이 없게 느껴졌고,

이걸 왜 이렇게 뙤약볕 밑에서 오래 줄 서서 비싼 돈 내고 먹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싫은 티를 내면 안 되었다.


그러면 좋은 날에 바로 전쟁 돌입이기 때문이다. 핫플 좋아하는 여친을 두면 사람 많은 곳에서 웨이팅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거다. 나처럼 끌려 온 남자 녀석들과 함께.


기대했던 선물을 받은 것 마냥 좋다고 웃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우와~ 이거 진짜 맛있당~

왜케 맛있엉~”


“그지? 맛있찡?

내일은 돌카롱 먹으러 가장 큐큐“


오랜만이다.

그지같다 진짜. 하~아~

먹고 살기 힘들다 흐



아래가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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