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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10. 2023

친한 선배의 여자 친구

내 사랑 강남싸가지 번외 편 D-1


간만에 연재 중인 내 사랑 강남 싸가지의 번외 편입니다.


본 편 다음 화를 쓰던 중,

한 친구의 연애 고민을 듣고,

예전 일이 생각나서 써보았습니다.

이전처럼 몇 편으로 나누어 upload 하려 합니다.

오늘은 첫 화 프롤로그이구요.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서 비슷한 일들이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편하게 읽어주세요.

제 글 읽어주셔서 늘 고맙습니다.




"J야, 이번 주말에 시간 되냐?“


“어, 왜, 형”


“결혼할 여자친구 소개시켜줄께. 같이 밥이나 먹자.”


“오~ 형 결혼해?

축하해~

얼마나 만났는데요?“


“6개월”


그러게.

이 형이 여친 있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고,

전에 여친 소개 시켜달라고 했던 기억이 나서 갑자기 결혼 어쩌고 한다길래 조금 놀랐다.


대학 같은 과 선배였고,

공부도 그렇고 이런 저런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마운 마음이 컸다.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어서 좋은 정보도 많이 알려주고, 일단 만나면 마음이 편해서 한번씩 보는 친한 선배였다.


이것 저것 물어보려다,

내가 모시고 살 여자도 아니고,

남자끼리 통화는 max 5 분 cut 이 rule이라 약속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끊었다.


’만나서 얘기해보면 되지 머‘


며칠 후,


식당에 들어서니 형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형의 여친으로 보이는 분도 같이 있었다.


솔직히 너무 예쁘고 어려 보여서 놀랐다.


이 형이 착하고 집도 부자이긴 한데,

못 생기고 키가 작아서 연애가 잘 되지 않았다.


남자는 경제력, 성격이라고 하는데,

분명 여자도 남자 얼굴도 보고, 몸도 본다는 걸 여기서 알았다.


말은 성격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는데 본능이란 건 어쩔 수 없으니깐. 자신을 지켜주는 피지컬과 힘 그리고 정력도 있어야 하니까. 키스할 상상이 되기는 커녕, 쳐다 보기도 싫고 옆에만 있어도 싫은 사람과 무슨 대화를 하고 밥을 먹겠나.


잘 생겨서 다른 것 안해도 쳐다 보고만 있어도 좋고, 화 나다가도 꽃미남 얼굴 보면 저절로 누그러 진다는 말이 괜히 있겠나.


이 형은 기껏 연애해서 호구 되어서,

명품백만 갖다 바치다 헤어진 경우도 몇 번 있었다.


소탈하고 사치를 잘 모르고 순수해서 그런지,

자기 것은 비싼 걸 잘 안 사는데, 여친에겐 이것 저것 잘 사주고, 특히, 사달라고 하면 더 잘 사줬다.


그리고 찌질하게 헤어지고 선물한 것 다시 돌려달라 그런 말도 하지 않고, 나와 소주 한잔 하며 털며 잊어 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가까이서 보니 더 미인이었고, 생글생글 성격도 좋고 참하면서 애교도 있어 보였다.


“네, 반갑습니다 ^^”


대화도 어색함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맛있는 음식,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


아는 것도 많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맞춰주는 걸 아는 분이었다.


카랑카랑하게 텐션 올린다고 시끄럽게 혼자 떠들지

않았고, 반대로 너무 말이 없어 정적에 자주 빠지거나 그러지도 않았다.


잘 들어주며 reaction 좋고,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가 잘 되는 기분이 들었다.


“힘드셨겠어요.”


“뵙고 말씀 들어보니 좋은 분 같아요.”


공감과 칭찬을 들으며 기분 나쁜 사람은 없을테니까. 작정하고 사기치려는 줄 뻔히 보이면 모르겠지만.


그런데, 내 마음 속엔 한가지 의문이 솟아 올랐다.


‘아니, 이렇게 예쁘고 착하고 어린데, 왜 나이 차이 나는 못 생기고 키 작은 이 형을 만날까?’


우리 형 어떤 점이 좋아서 만나요?


보통 이렇게 물어보는데,


‘굳이’


라는 생각에 그냥 이런 저런 이야기만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그룹 다른 계열사에 다니는 분이었다.


학교는 어디 나왔는지, 전공은 뭘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느 팀에서 무슨 일하는지, 집은 어디인지 마구 호구 조사를 들어가고 싶었지만 접었다. 어차피 둘은 서로 알고 있을 것이어서 불필요할 것 같아서.


꽤 오랜 시간 같이 앉아 있었는데도 말도 어찌나 조근조근 이쁘게 하는지 편했고 점점 빠져 들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시의적절한 질문으로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졌다.


형이 왜 빠져들었고 결혼을 이렇게 서두르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다.


보통의 선배 여친과의 대화와는 많이 달랐다.


어색한 침묵, 불편함 그런 것들이 있기 마련인데, 정말 이상할 정도로 그러지 않았다.


그렇게 편안한 식사를 마치고, 헤어졌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오늘 즐거웠습니다 ^^“


“네~ 들어가세요.”


“들어가~ 담에 연락할께.”


“차우”

(스페인어로 bye.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잘 써먹는 편이다.)


헤어지며 적극적으로 선배에게 팔짱을 끼고 있는 그녀를 보는데, 안타깝게도,


어울리는 한 쌍은 아니었다.


왠지 하자있는 부잣집 노총각에게 시집가는 가난한 집 어린 딸


혹은


잘 사는 남자를 꼬신 술집 여자


그런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


당연히 입 밖에 내뱉진 않았다.

말은 줄이는 것이 좋다.


잘 되겠지.


다음날 그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래 글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561



아래는 본편 1화부터 보실 수 있는 매거진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loveingang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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