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LG와 KT의 한국 시리즈가 시작됩니다.
7전 4선승제의 올해 가을 야구 피날레지요.
사실 저는 NC가 KT를 꺾고 한국 시리즈에 올라가서 LG를 이기고 정상을 차지하길 내심 바랬습니다.
NC 팬은 아니지만,
와일드 카드 전부터 상대를 차례로 꺾고 한국 시리즈에서, 아주 오랜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LG 마저 누르는 드라마를 기대했던 것이지요.
제 기억에 아주 오래 전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시작해서 한국 시리즈까지 올라가서 결국 우승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아마 윤학길 선수가 활약했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아저씨인 게 탄로 나는군요 쿠쿠)
롯데가 이번에도 7위에 그쳐 가을 야구 축제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오래 된 팬 분들은 그날을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진정한 부산 갈매기라면.
우승 경험의 새 감독님이 부임하셨으니, 내년엔 가을 야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올해 가을야구는 아래 순위표에서 보시다시피, 야구 팬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LG, KT, SSG, NC, 두산이 참가했습니다.
롯데만큼 팬이 많은 기아도 막판에 힘을 냈지만, 아쉽게 1 경기차로, 이번 시즌 감독으로 데뷔한 홈런 타자 이승엽 감독에게 마지막 자리를 내줬습니다.
키움 구장이 고척으로 가기 전 목동에 있을 때, 집과 가까워서 쉬는 날 슬리퍼에 츄리닝 바람으로 캔맥주와 치킨을 사들고 야구를 보러 종종 갔었는데요. 기아와 경기를 할 때 키움 홈인데도, 기아 팬들이 더 많고 더 큰 소리로 응원해서 여기가 기아 홈 구장인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삼성이나 두산 팬도 많은데, 그 팀들이 왔을 땐 그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내년엔 기아를 가을 야구에서 볼 수 있는 날 또한 기대해 봅니다. 선동열 감독이 최고 투수 시절엔 전신인 해태가 단골 한국 시리즈 우승 팀이었고,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선수 시절에도 한국 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던 팀이었는데 그때의 영광을 되찾을 날이 언젠가는 있을 거라 봅니다.
극적으로 5위로 가을 야구에 참여한 이승엽 감독의 두산은 와일드 카드 전에서 2승을 해야 했습니다. 한 번만 지면 그대로 끝이었기에, 반대로 한 번만 이기면 되는 NC를 상대로 초반부터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해, 3회까지 매회 1점씩 내며 기세를 올렸지요.
두산 선발로 나온 곽빈 투수도 NC 타선을 3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희망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4회 NC 서호철이 만루 홈런을 때리고, 김형준이 홈런을 또 치며 두산은 쉽지 않은 상황으로 가기 시작했지요.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전설의 홈런 타자 두산 이승엽 감독은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저라면 당장 방망이 들고 대타로 나가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 두산 선수들은 감독의 마음을 아는지 굴하지 않고 난타전을 벌였고, 이승엽 감독은 오늘 지면 끝이라 불펜 투수를 대거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잘한다는 이영하도 무너지고 패전 투수가 되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NC 타자들은 손아섭, 박민우, 박건우보다,
서호철, 김형준의 활약이 돋보였지요.
서호철 1 홈런 3 안타
포수 김형준 2 홈런 2 안타
매 경기마다 출루만 해도, 몇 경기 연속 출루.
멀티 히트라고 해서 두 번만 안타를 쳐도 잘했다고 하는데, 이 친구들의 이 날 활약은 가히 미친 수준이라 할 수 있었지요. NC 감독은 이 친구들이 얼마나 예뻤을까요.
삼성이 1위를 독식하다, 선수들이 퍼져서 도박하다 흔들릴 때가 있었지요. 그 뒤를 이어 2위를 많이 하다, 1위를 꿰찼던 두산.
처음 함께 한 초보 감독과 가을 야구 한 게임이라도 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이제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작년 wire to wire 우승의 주인공인 SSG와 만난 NC.
추신수와 김광현
그리고 최정과 김강민 등 역전의 용사들이 있는 정규 리그 시즌 3위 SSG를 만난 NC는,
첫 경기를 투수전 끝에 4-3으로 가까스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때 류현진과 한국 야구 양대 투수로 불리고, 메이저 리그 경험까지 갖춘 김광현을 2차전에서 무너 뜨립니다. SSG 한유섬 선수의 2 홈런이 빛났지만, 1회부터 3점을 뽑은 NC 타선의 집중력이 한수 위였던 경기였지요. 8회 김형준의 홈런과 손아섭의 안타가 기억납니다. (7-3 NC 승리)
김광현은 참 좋은 선수인데, 올해 월드 베이스 볼 클래식 (WBC) 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는 와중, NC 이용찬, 두산 정철원과 음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잘 안 풀려서 속상한 건 알겠지만, 국민들의 응원을 받는 대표 선수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었는데, 대회 기간 중 술 퍼마셔 버려서 비난을 받았지요. KT 강백호의 껌 씹는 모습이 그나마 더 나은 건가요? 둘 다 별로입니다.
전에는 NC 박석민 세트 사건으로 호텔에서 외부인과 술 퍼마시다가 코로나에 걸려 프로야구 중단 사태까지 만들었던,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 선수.
최근 우승 경력까지 있던 NC를 나락으로 보냈던 일도 생각나는데요. 프로야구의 부정적인 뒷모습을 보여주고 인기를 식게 만들었지요.
아~ 이 이야기 떠올리니 갑자기 NC의 한국 시리즈 진출과 우승을 바랬던 마음마저 확 식네요.
그런 일이 앞으로 없길 바라는 마음에, 야구 팬의 한 사람 으로써 적어두고 갑니다.
그리고 이어진 준플레이오프 3차전 SSG 입장에서는 목숨 걸고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번에 지면 끝이었으니까요.
2회 홈런맨 최정의 4점 홈런을 비롯 난타전을 만들었지만, 이미 기세를 타고 이번에 끝내려고 마음을 먹은 NC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NC는 1회 3점, 2회엔 마틴의 3점 홈런을 비롯 4점을 내며 기선을 제압했지요. SSG가 4회 1점을 추가했지만,
승리 투수가 된 이재학.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계투진
김영규, 류진욱, 임정호에 이어,
이용찬의 세이브까지.
SSG는 3 연패하고, NC는 체력 소모를 줄이고 조금이나마 쉰 다음 플레이오프로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감독이 경질당한 SSG.
내년엔 물의, 사건 사고 같은 것 없이, 지난 시즌의 영광을 재현해 보길 기대합니다.
NC가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상대는 KT.
2021년 우승 경험의 팀.
그러고 보니 공교롭게 9 번째 구단과,
10 번째 구단이 붙었던 서사도 있었네요.
KT는 2015년 1군에 합류하고 내리 3년 꼴찌를 하면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었지요. 그랬던 그 팀이 창단 8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하고, 이번에 다시 왕좌에 도전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두 팀 다 최근에 우승 경력이 있구요.
NC가 2020년 우승 팀이었지요. 당시 양의지 대단했지요.
PO 첫 경기에서는 체력을 비축하고 상대를 분석한 KT가 이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경기도) 오산 이었지요. (죄송합니다 흐)
하지만, NC에는 현재 리그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페디가 있었지요. 6이닝을 던지면서 불과 1점만 허용했습니다.
8-1로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심판의 판정이 잘못 되었다며 불같이 화내고 들이대서, NC 덕아웃에서 말리고 심판을 다독이는 장면이 있었지요.
크게 이기고 있는데 저렇게 작은 것 갖고 뭘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용병은 실적이 안 나오면 바로 방출되는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 있지요. 승부욕을 갖춘 최고 수준의 실력자의 비정한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방심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크게 이기고 있어도 전혀 봐줄 생각도, 살살할 마음도 없어 보였습니다. 완벽을 추구하고 따질 건 확실하게 따지는. 보통 생각엔 승자의 여유를 떠올릴 수 있지만, 한편으론 인상적이기도 했습니다.
KT 배정대가 9회 홈런을 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경기는 9-5라는 격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2차전에서도 1회 NC 박건우가, KT 선발 벤자민을 상대로 2점 홈런을 선물하며 앞서 나갔습니다. 승리투수가 된 신민혁은 6회를 무실점으로 막아서며 호투했지요.
그리고 중간계투 류진욱, 임정호
세이브 이용찬까지 나서며, 8회 2점을 허용했지만 잘 막고 NC는 3-2로 2차전을 승리했습니다.
KT도 SSG 처럼 맥없이 무너지나 하는 3차전부터 저력의 마법이 빛을 발하지요.
현역 한국인 투수 중 top class의 KT 고영표가 선발
투수로 나서 6이닝 동안 파죽의 NC 타자를 꽁꽁 무실점으로 묶으며 반격의 의지를 보여줬습니다. 역시 Ace는 위기에서 역할을 하고 빛나지요.
(참고로, 고영표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투수입니다.)
홈런 사나이 배정대가 2회 2점 홈런을 날리고, 문상철이 7회 홈런을 날리며 점수를 냈습니다.
KT의 중간 계투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의 세이브는,
마치 NC 투수진의 흐름을 보는 듯 했지요.
손동현도 대단하지만, 포스트 오승환이라 불리는 박영현은 여전히 돌부처다운 모습을 보여줘서 앞으로가 기대되게 만들었습니다.
NC의 3-0 영패의 충격은 컸습니다. 여기서 플레이오프를 끝냈어야 했는데, 4차전부터는 솔직히 NC 선수들의 피로감이 눈에 띄게 보였지요.
1차전에서 NC 페디와 맞대결에서 완패하고, NC 타자들에게 공략 당한 KT 쿠에바스는 4차전에선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우리 쿠에바스가 달라졌어요!
그의 공이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런 게 마구인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춤을 추는데, 전성기 임창용의 공 뺨치는 공이었지요. 저건 때려내는 것이 아니라, 맞추기가 힘들겠다 싶을 정도로 공이 좋았습니다. 결국 6회까지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틀어 막았지요.
KT 계투진은 주권이 약간 헤맸지만,
손동혁, 이상동, 엄상백이 잘 막았습니다.
주권의 2 실점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이 큰 무대 경험을 주고, 주력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려다 그리된 것 정도로 보였지요.
반대로, NC 투수들은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습니다.
패전 투수가 된 송명기는 겨우 1회 정도를 소화했고, 이재학은 KT 황재균, 장성우에게 홈런을 두방 맞았지요. 저렇게 당하고 강판 당하면 밤에 분해서 잠이 안 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용준도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KT의 알포드에게 홈런을 허용했습니다.
결과는 11-2 NC 완패.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5차전.
초반에는 NC 선수들의 지친 피로 속에서도 악바리 같은 근성이 잘 보였습니다.
NC 선발 손동혁은 4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선보였고, NC 타자들은 KT 선발 벤자민을 공략하고 선취점을 내며 앞서 나갔지요.
하지만, NC는 5회 2점을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고, KT가 6회에서 승리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론, NC도 잘했지만, 결과적으로 KT 계투진의 승리였지요.
승리투수가 된 손동현.
우리의 박영현.
그리고 세이브를 기록한 김재윤까지.
해태 시절 선동열을 필두로,
조계현 등과 함께 최강 투수진을 구성했던 이강철 감독의 투수진이 승리한 거라 봅니다.
정규리그에서 마법처럼 꼴찌에서 2위까지 올라와,
플레이오프에서 두번 먼저 지고, 세번 내리 이기며,
파죽의 NC를 플레이오프에서 막아 선 KT.
29년 만에 한국 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정규리그 1위 LG 트윈스.
서사의 두 팀 중 누가 이번 시즌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지 곧 시작될 한국 시리즈의 귀추가 주목됩니다 ^^
PS. PO 5차전까지 하고 온 KT보다,
막판에 퍼진 LG가 질 것 같다고 말하면 LG 팬들에게 맞아 죽겠지요? ㅎㅎ
LG는 성적은 좋지 못했는데 팬이 많은 걸로 유명합니다. 거리의 LG 유광 잠바 보시면 아실겁니다 ^^
두 팀 모두 응원합니다. 멋진 경기 기대합니다~
(대문사진 : 네이버 블로그 Hello 야아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