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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Feb 04. 2024

Law & Business


먼저, law & business 라는 상호를 가진 회사와 이 글은 전혀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법과 사업이 어떻게 잘못 엮일 수 있는지가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이 돈 세상에서 말이지요.




어렸을 때 법은 정의라고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면서도 꼭 지켜야 것. 나쁜 짓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처벌을 하는, 그런 아주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합목적성 (목적에 부합하는) 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법적 안정성이라는 것도 질서 유지가 필요하기도 하고, 소멸 시효 같은 관련 용어를 배울 때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정의처럼 확 와 닿지는 않았다.


회사에 취직을 한다고 하니, 한 친한 교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왜 회사 다니려고 하냐? 졸업 후 바로 돈 벌어야 할 정도로 집 사정이 넉넉하지 않냐?”


“네”


(솔직히 공부도 오래 하기 싫고, 회사 다니면서 월급 받고, 그 돈으로 투자해서 돈 벌 생각이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니 국가 고시 보는 것보다 공부를 더 시킬 줄이야! 그냥 시험 공부할걸.


그땐 그냥 월급 주고 밥 먹여주고 때 되면 법카로 회식 시켜주면서 이렇게 공부 시켜주네. 하고 고맙게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ㅎㅎ 세상에 공짜는 없었다. 주는 것의 3배 이상, 많게는 10배 이상 빼먹어야 하는 것이 회사의 생리라는 건 회사를 오래 다닌 후에야 깨달았다. 바보. 이래서 남들 앞에서 잘난 척을 하거나,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낄만한 말과 행동은 안 하려고 조심한다.)


“그래, 한마디만 해주겠다.”


“네”

(성실하게 회사 잘 다니고, 월급 차곡차곡 모아서 집도 사고, 가정도 잘 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라. 인가? 뻔한 말씀 들을 준비해야겠구만.)


“회사 들어가서 돈 받고 일하는 건 좋은데,

자본주의의 개는 되지 말아라.“


허이구.

좋은 대학교 나오셔서 사시 패스하고 변호사 하시면서, 이제 교수까지 하는 양반이,


개가 뭡니까 개가

상스럽게 ㅎㅎㅎ


회사에서 월급 받고 시키는 일 해도, 서류 정리나 하고 계약서 검토 같은 일반 사무직 일을 하는 거지 무슨 개가 됩니까.


(군대에서도 행정병으로 2년 동안 굴러서 이미 사무직이 무슨 일 하는지는 감을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 근현대사가 군인들 위주로 흘러가서 행정이나 사무의 기본이 그쪽에서 정립한 방식인 경우도 많다. 물론, 그 기원은 일본인들이 사용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불필요하고 불편하게 아옹다옹 말 길어지는 걸 싫어서 그냥 ‘예’ 하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민주 노총 자문 변호사도 같이 하고 계신 분이었다.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데,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뭔가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싶은 일을 위에서 시키셨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너 회사에 정의 실현하려고 왔냐? 그런 거라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여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돈 버는 데야. 넌 그러면서 문제 생기면 잘 막으라고 월급 받고 회사 다니는 거고. “


뭔 개소리야.


돈을 벌어도 법은 지키고, 남들 피해는 주면 안 되지. 양심껏 하라는 말이 괜히 있남.


선배와 싸우기 싫어, 대충 하고 말았다.

다음부턴 그런 일로부터는 가능하면 거리를 뒀다.


그 선배는 고액 연봉을 받고 이직을 했는데, 그곳에 가서 잘 다니다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건에 휘말려 증거 조작으로 감옥에 갔다.


10억 주면 감옥 가겠느냐


라는 웃지 못할 질문이 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씁쓸했다.


유명한 로펌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오래 일하신 변호사님과 정부 과제를 같이 한 적이 있어 친분이 쌓인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 때, 고민 상담을 했다.


“돈 받고 일하는 건 좋은데, 자괴감이 생기더라구요.“


“자네 위안부 (일제 강점기 때 성적 피해 등을 입으신 분들) 할머니들과 노역으로 끌려간 할아버지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불쌍한 분들이지요. 우리 정부도 적극 보살펴 드려야 하고, 일본 정부는 정식으로 사죄하고, 피해 보상을 조속히 확실히 해야 하구요.“


“그럼 어떤 유명 로펌이 위안부 할머니나 강제 노역 할아버지의 반대편에 있는 일본 기업 등을 변호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나?“


‘나쁜 놈들이지요.

배운 것 많고 똑똑한 사람들이 돈 벌겠다고 그따위 짓을 합니까?‘


이렇게 나가려다, 당연한 말인데도 이런 말 했다가 좋지 않은 일이 있던 적이 있어,


“국선 변호사가 있는 것처럼, 방어권 차원에서 변호를 하고, 상대방이 너무 억지스러운 주장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잘 정리해서 재판이 이루어지도록 돕기 위한 건가요? “


하는 정도로 말씀 드리고, 답변을 기다렸다.


“아니지. 적극적으로 이기기 위해서 하는 거지. 그래서, 일본 회사 같은 곳도 제일 잘하는 로펌에 일을 주는 거고, 돈을 많이 주는 걸세. 자괴감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걸린 돈이 큰 만큼 그 자괴감을 덮어버릴 만큼의 돈을 준다네.


어떤 분은 감방에 안 가고, 관련 소송에서 이기기 우위해, 최고 로펌에 하루에 몇억씩 준다네. 뻔한 짓을 한 건데도 막으라는 거지. “


그래서, 돈 많은 사람에게는 변호사들이 뺨 맞고도 고소도 안 한 건가? 일반인들이 그랬다간 무조건 깜빵 보내서 콩밥 먹게 하겠다고 난리를 쳤겠지.




이런 식으로, 소위 법으로 돈을 버는 최고봉은 많이 알려진 ’전관예우‘ 라는 듣기엔 그럴싸한 말이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라는 절규가 쏟아지는 걸 알면 얼마나 나쁜 것인지 알 수 있다.


판사로서, 검사로서 현직에서 있다가 나와서 변호사 사무실을 차리거나 로펌에 들어가서 일을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재판이, 선임된 변호인이 전관이라는 이유로 불공정한 판결이 나올 때가 문제다.


이것은 ‘전에 내가 모시던 분’ 이라는 차원도 있지만, 나도 나중에 나가면 선배들이 저렇게 한몫 챙겼던 것처럼 후배들도 날 챙겨줘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잘못된 관행이다.


그래서 당연히 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마땅한 벌을 받지 않고, 되려 피해자를 무고죄나 명예훼손 등을 역고소까지 하는 일도 벌어진다.


‘전관 시장’ 이라는 용어가 더 합당할 정도로, 판사고 검사고 현직에 있을 때는 공무원이라 벌이가 많지 않으니, 퇴직하고 변호사가 되었을 때 노후를 위해서라도 한 몫 챙기라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그들에겐 일견 그런가 보다 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왜곡된 재판 결과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나쁜 관행이라 볼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보통 1-2년 동안 몇십억을 번다고 하니, 직장 생활 30년 해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대기업의 경우 30억, 중소기업 15억을 벌 수 있다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암담하다.


그런데, 이 몇십억를 버는데도, 돈 욕심이 너무 커서, 탈 안 나는 정도를 지키지 않고, 너무 공격적으로 일해서 몇백억 원을 번 사람도 있다고 한다. 뉴스에도 많이 나왔는데 결국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일까지 해서 감옥에 갔다 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벤츠 여검사 사건 같은 일도 있고, 법조 비리, 법조 브로커 라는 말들이 수시로 언론에 오르 내린다. 다른 글에서 언급한 50억 클럽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기록하는 작가의 역할로 이렇게 적고는 있지만, 나와 읽는 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한 가지만 더 말씀 드리고 이 글을 마무리 하려 한다.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이런 일까지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고위직 출신 변호사를 찾아갔더니 메뉴판을 내놓더란다. 식당인 줄.


죄를 지은 건 알겠고, 막아드릴께.


징역 - 얼마

집행유예 - 얼마

벌금형 - 얼마


자본주의 세상에서도 회사가 법을 잘 지키고 (compliance), 돈을 버는 과정에서 법을 잘 따르고, 문제가 있어 소송으로 갔을 때 적법한 결론이 날 수 있도록 회사를 보호하는 건 문제가 없다. 그런 law & business 라는 건 사회에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면, 회사법을 전공한 변호사가 공부한 법률지식을 잘 활용해서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법대로, 절차면에서 문제가 없도록 운영되게 돕는 것 같이 말이다.


하지만, 돈을 써서 비싼 전관 변호사를 쓰면, 죄가 없어지거나 감형 받게 하는 그런 돈벌이 법은 없어졌으면 좋겠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법을 어겨서라도 돈을 많이 벌어. 그럼 그 돈으로 전관 변호사 써서 막으면 아무 문제 없거든.“


이게 범죄를 권하는 사회가 아니면 무엇인가.

그러니 사기 쳐서라도 큰 돈 벌겠다고 난리 아닐까.

정말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돈벌이나 자리 차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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