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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Jan 28. 2024

한신과 프리고진

안녕하세요^^

편안한 일요일입니다~

잘 쉬고 계신지요?


지난 번 역사 이야기에서,

초한지의 장량과 한신에 대해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37


세조 수양대군이 한명회를 한신이 아닌 장자방이라 칭하고,

태조 이성계의 정도전이 자신이 조선의 한신이라 말하지 않고, 조선의 장자방이라 말하는 이유는,

박수 칠 때 떠날지 알고, 자신이 현재 갖고 있는 힘이 누군가가 내려 준 힘인지, 진정한 자신의 힘인지를 알아서 일 것입니다.


잘 나갈 때 스스로의 처지와 미래를 잘 생각해 보고 행동해야 할 것이고, 이는 춘추전국 시대와 같은 혼란기에는 죽임을 당할 수도 있을 정도로 위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던지고 유방의 공으로 미룬 다음 훌훌 털고 은둔자가 되어, 황제의 선생님이 된 신선 장량과,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의 표본이 되어 버린, 전쟁의 신 한신의 말로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뉴스에서 이와 유사한 사건을 본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 푸틴의 요리사로 알려진 프리고진 이야기지요.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그는 용병부대 와그너 그룹을 이끌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궂은 일을 맡아하며, 장기화되는 전쟁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불만을 참지 못하고 푸틴을 향해 돌진했고,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와 지금 멈추면 지금까지의 행동은 불문에 부치겠다는 크렘린의 말을 믿고 행동을 멈췄습니다.


자신을 무시하고 마구 부려 먹으면서, 장기화되고 있는 전쟁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며, 푸틴 옆에서 아부하는 러시아 군부를 마음껏 성토했습니다. 군수품 조달도 늦어지고 홀대받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리더쉽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푸틴의 독재와 장기화되는 전쟁에서 러시아 인들이 많이 죽고 있어, 러시아 사람들로부터 갈채를 받기도 했습니다.


마치 자신이 전쟁 영웅이라도 되는 양, SNS를 통해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국내외 여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거침없이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었습니다.

자신의 측근들과 말이지요.


공교롭게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그에게 먹는 음식을 조심하라고 공개 경고한 이후였습니다.

KGB 출신의 푸틴이 정적과 배신자들을 음식물 독살 등을 통해 제거하거나 겁을 주며 권력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지요.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과 같이 상트페테부르크 출신입니다. 구 레닌그라드로 러시아의 제 2 도시라 불리는 유명한 곳이지요.

그는 절도와 강도, 사기 등 혐의로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강도, 폭행 등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9년을 복역하기도 했습니다.


출소 후 핫도그 장사를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되면서 돈도 벌고 식당을 차렸는데, 이때 푸틴이 그의 식당을 자주 찾으며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후 푸틴 대통령의 만찬과 크렘린 궁 연회를 책임졌고, 그가 학교 급식 공장 설립을 할 때 푸틴이 물심양면 도와줬다고 합니다.


먹고 마시는 인간의 기본 욕구.

동물도 자신의 밥을 챙겨주는 사람을 따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알아서 챙겨주는 사람을 권력자는 좋아합니다.

(비단 음식만 그런 건 아니지요. ^^;)


제 후배도 군대 있을 때 간부 식당 급식병을 했다고 하더군요. 높은 분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눈여겨 보아 두었다가 챙겨드려서 포상휴가 많이 나왔다는 자랑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식사라는 본능적인 욕구 해결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 안 해도 다른 사람이 챙겨줬을 때의 기쁨이 겹친 결과겠지요.


프리고진은 식당이 잘되면서 큰 돈을 벌고, 급식 공장이 잘되면서 더 큰 돈을 벌게 되지요.


권력을 등에 업은 그는 푸틴과 그의 측근들로부터 부탁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2014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을 설립합니다.


이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아프리카 등 국가 내전에 개입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잔인한 고문을 비롯해 여러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지요.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예외는 아니었고, 많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그들의 만행을 폭로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는 전직 러시아군 스페츠나츠 대원 및 러시아 공수군 등의 러시아 군 예비역들을 고용해서, 러시아의 이익이 걸린 전쟁에 투입시키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참전해서는 죄수들까지 징병해서 썼다고 합니다. 바그너 그룹의 용병 숫자는 수만 명에 달했다고 하니 이들을 이끌었던 프리고진은 한신과 같은 기분 이상을 가지기 충분했을 것입니다.


힘이 있으니 무장 반란을 일으켜 전쟁 중에 모스크바로 진격했겠지요. 전쟁 중 내분이 가장 무섭고, 지리멸렬한 러시아 군이 자신을 어쩌지 못할 거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입니다. 푸틴을 잘 아는 주변 측근들이 만류했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현재 가진 힘에 눈이 멀고, 러시아 군에 대한 반발과 함께 자신을 추종하는 부하들을 보며 냉정한 판단력을 잃었을 수도 있지요.


사실, 반기를 든 것에 대해 일단 무장 반란을 멈추면 불문에 부치겠다는 말을 푸틴이 한 것을 보고, 100%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입니다.

러시아 경찰 특수부대가 프리고진의 사업체 사무실과 저택을 급습하는 장면을 보고, 잠시 안심 시켜 놓고 이제 본격적인 토벌 작업을 하는구나 싶었지요.


권력자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자신에게 반발하거나 배신하는 것이지요.

그것은 기분 나쁜 감정적인 이유도 크고 자존심이 상해서이기도 해서일 겁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라는 유명한 영화 대사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지요?


무시 당하는 것이 일상인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도, 못 참고 흉기를 휘두르는 일을 뉴스 등에서 보곤 합니다. 자존감이 높은 권력자는 어떻겠습니까? 무시 당하는 것을 더 못 참고, 벌을 내릴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참을 이유가 없겠지요. 더욱이, 무시 당하는 일을 당하고 가만히 있으면, ‘별 거 없네.’ 라는 또 다른 조롱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인간 존중은 타인을 위함도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이 악감정이 생기지 않게 해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되려 좋은 감정이 생겨 스스로도 존중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분이나 감정적인 이유보다 배신을 싫어하는 더 큰 이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합니다. 특히, 푸틴 같은 독재 정권에서 권력을 잃는다는 것은 골방 할아버지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받기 때문에도 더 그럴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권좌에서 내려왔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면 알 수 있지요.


또한, 권력은 자신에게 도전하고 리더쉽에 상처를 준 자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중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여러 나라의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요. 러시아, 중국과 비슷한 체제를 유지하며 독재 권력을 갖고 있는 북한의 김정은도 자신의 형 뿐만 아니라 친척들에게도 가혹한 면을 보여준 것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권력 그 다음은 돈이겠지요. 이 둘은 늘 함께 가기 쉬우니까요.


프리고진도 푸틴의 신뢰와 사업으로 꽤 많은 재산을 축적했을 것입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만 100,000 BTC 갖고 있을 거라는 말이 있었지요.

1 BTC가 한화로 4천만 원 정도 되니, 4조 원 정도 되는 돈이네요.

측근들도 다 죽었는데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영화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역으로 나오신 분이, 자신을 배신하고 미국으로 가서 미 의회에서 자신을 성토하고, 자서전까지 쓰려고 한 전 중앙정보부장을 처리하기 위해, 현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 역을 하시는 분을 미국에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이런 대사를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 그 친구가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훔쳐간 내 돈 가져오라 그래."


실질적인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이라는 푸틴과 3 연임을 하고 앞으로도 10년을 더 할 것 같은 시진핑은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요?


미국의 장교 양성 과정에서, 손자병법을 본다고 합니다. 영어 제목으로 Art of War 라고 하더군요.

프리고진이 초한지를 읽었다면 어땠을까요? 이래서 책을 읽고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역사 책은 말이지요. 오늘날 우리나라의 높은 분들도 저도 읽은 이 책들을 읽지 않으셨는지 곤란에 빠진 모습을 보면, 프리고진에게는 너무 무리한 요구였을까요?


그래서, 슬프게도,

역사는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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