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저에게 정치판을 보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치인이 장사꾼이라니.
조금 황당했지요.
물건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사람과,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이 되어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이 같다고 하니 그럴 밖에요.
여기까지만 읽어 보셔도,
생각해 보니 장사꾼 같은데.
원래 장사꾼이야
하시는 분도 있으실 겁니다.
아마 이런 분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거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시겠지요.
하지만, 정치인 = 장사꾼 공식이,
그런가?
싶으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제가 대학 때, 한 선생님이 예전부터 내려오던 말인데, 간단히 말하면 이런 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몇 백 벌려면 월급쟁이 하고,
몇 억 벌려면 장사하고,
수백억 벌려면 정치해라.
처음에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고임금 대기업이나 외국계 혹은 금융권 직장인이,
영세 소상공인보다 더 큰 돈을 버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월급쟁이 직장인이,
회사 주인보다 월급을 적게 버는 것이 대다수라
거기까진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돈 벌려고 장사하는 사람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고 집행하고 감시하는 정치인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어린 시절이었지요.
굳이 연봉만 몇 백억 원이고, 배당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재벌 회장님들을 예로 들지 않아도,
사업 크게 하며 월 몇 억씩 버는 사람도 꽤 많습니다.
적게 잡아도 몇 천 버는, 자영업자 분들도 상당하구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 정치하는 분 중 최상위에 있는 대통령 연봉이 2.5 억 정도라서,
직장인 평균 연봉 4000 여 만원 보다는 많이 높아도, 많이 버는 직장인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총 급여액 1억 이상 받는 사람이 130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대기업 고위 임원 중엔 대통령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3억, 5억, 8억 혹은 그 이상 연봉을 받는 분들을 직접 본 적이 있고, 20억, 30억 이상 연봉을 받는 분들을 신문 기사나 DART 같은 곳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DART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전자공시시스템입니다. 회사에서 재무 업무를 하시거나,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이렇듯, 정치인 중에 가장 높고, 연봉도 거의 가장 높게 받을 대통령보다, 뻔히 더 큰 돈을 버는 장사하시는 분도 있고, 월급쟁이도 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있는데도,
왜 큰 돈을 벌려면 정치를 하라고 했을까요?
50억 클럽
가장 최근의 일을 들어보면, 이것이 좋은 사례가 되겠지요.
유명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시원하게 해 먹으려던 김만배 일당이 이렇게 큰 돈을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6명이라고 하는데, 거기서도 가장 핫한 인물이 전 청와대에서 고위직을 하신 분입니다.
직위를 이용해서 압력을 넣었고 그 대가로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을 수령했다고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아들이 김만배 일당이 만든 회사에서 받은 퇴직금은 본인과 상관이 없고,
아들이 중요한 일을 잘 처리해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지요.
김만배 씨는 일을 하다 다쳤다던지, 몸이 아파져서 그렇게 돈을 줬다는 코웃음 나오는 말을 했습니다.
회사를 오래 다녔고, 다른 회사에 다니던 친구들이 퇴직금을 어느 정도 받는지를 계속 보아온 저로써는 참 웃기는 이야기를 한다 싶었습니다.
원래 퇴직금 산정은 최근 3개월 월급의 평균액에다 근속연수를 곱해서 계산하지요. 평균액이 500 만원 이고, 10년을 다녔으면 5000 만원 입니다. 여기서도 세금을 떼고 받지요.
그 아들 되는 친구가 화천대유에서 5년 10개월 (약 6년) 다녔고, 2.1 억 원 보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원래 세금 떼고 이것 저것 다 떼고 계산해야 하는데, 단순히 2.1억 원을 12개월로 나누면 대략 1750 만원 정도 되는데,
1750 만원 X 6 = 대략 1억 원 정도로
계산이 됩니다.
원래 받아야 할 퇴직금보다 50배를 받은 것이지요.
퇴직금을 산정할 때 오래 다니면,
직원의 경우 10년을 다녀도, +1, +2 를 적용해서 10이 아닌, 11이나 12를 곱해서 주기도 합니다.
임원의 경우엔,
X 1.2, X 2 이렇게 해서 퇴직금을 주는 경우도 있지요.
오너 자녀에게 X 5 던가, X 10을 해서 지급해서 사회적 물의가 빚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X 50 이라니요.
정상적인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지요.
참고로, 대기업에 신입으로 들어와 5년 다닌 후배가 퇴직금 2000 정도를 받고 퇴직했습니다. 15년을 다닌 친구가 1억 조금 넘었던 것 같구요.
임원을 오래 하시고, 고위 임원으로 퇴직하신 분을 본 적이 있었는데 10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사례들과 비교해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위 굴지의 대기업에서 최고위급 직을 역임하고 퇴임하신 분들과 퇴직금을 비교해도, 상위 4위에 위치하는 기염을 통한 것이지요. 30대 초반의 나이에 실제라면 정말 대단한 것일 겁니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도,
그 아들이 조기축구회에서 날아다녔다는 증언으로 뭉개졌다는 건 덤입니다.
유력 정치인에게 줄을 대서, 특혜를 받는 일은 너무 많은 판례와 기사가 있어서 굳이 쓸 필요를 못 느낄 정도입니다.
인허가
공기업의 민영화 후 인수
국책 사업에 참여한 민간 기업이 기대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국민 세금으로 그 이익을 불법적으로 메꿔주는 일 (합법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등등
세금이 눈 먼 돈이 되어,
업자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고,
그 돈의 일정 부분이 도움이 된 정치인의 지갑으로 다시 들어오는 구조입니다.
정경유착
정치와 경제 재계가 유착관계를 형성해서
소위 ‘해 먹는다’는 것이지요.
전관예우
와 함께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득권에게는 이만한 꿀이 없지요.
판검사를 하다가 근무지 근처에서 개입하는 등의 관계를 활용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미쳐서 큰 돈을 벌게 해 준다는 말과 함께 망국적인 말이지요. 속설로는 1-2 년 동안 몇십억, 몇 백억까지 해 먹는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유죄
얼마면 집행유예
얼마면 벌금형
얼마면 실형 몇 년
무슨 메뉴판이 있다는 말까지 있으니,
이 공정 시대에는 다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업자 분이 국회의원이 되셔서,
대정부 질문을 하며, 갑자기 자기 회사에서 잘 하는 것을 왜 안 하느냐고 질책을 하는 모습을 보았지요.
물론, 우리 회사 물건 왜 안 써
라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선진 기술을 왜 안 쓰냐고 좋게 에둘러 말했지만, 결국 결론은 자기 회사 제품이나 기술 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이건 뭐. 이상한 땅 사놓고,
그 옆으로 고속도로 빨리 깔아라고 채근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었습니다.
또 말은 번지르르하게 주민 교통 편의라고 하지요.
장사를 잘해서 돈 많은 것으론 만족을 하지 못해서, 권력까지 잡고 싶어서 정치한다는 사람은 보았는데,
돈 벌어서, 권력 잡아서 더 돈 벌려고 하는 걸 보니, 그냥 욕심의 화신으로만 보였지요.
하긴, 정치하는 이유가 개발 계획 같은 정보를 더 빨리 catch 해서 투자하고 돈 벌려고 그러는거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이건 뭐 장사하던 사람이 권력까지 잡아서, 그 권력을 갖고 자기 회사 것을 쓰라고 하니 참 그 장면이 신기했습니다.
이래서 정치가 아무리 더러워 보여도 정치 혐오가 무관심으로 넘어가면 안 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생해서 번 돈에서 칼같이 걷어가는 세금을 자기 멋대로를 넘어서 자기 이익을 위해, 눈 먼 돈처럼 쓰면 안 되니까 말이지요.
언론이나 국민들이 그렇게 지켜보는데도 뻔뻔하게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감시를 하지 않으면 정말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권력 쇼핑
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돈을 먹여서 (뇌물이지요. 향응도 있구요.)
인허가나 특혜 등을 받아서,
준 돈보다 훨씬 큰 이익을 챙기거나,
혹은 불법적으로 돈을 벌거나 나쁜 짓을 해도,
유아무야 되게 만드는,
법 위에 사는 듯한 삶을 생각했는데요.
세상은 참 예상을 앞서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현직 의원 분들이 자신들의 정당이 잘못 가고 있다며 혁신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것이니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려 했습니다.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셨고,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결연한 의지가 보였고, 결국 그 분들 중 몇 분이 탈당하셨습니다.
하지만, 한분이 마지막에 생각을 바꿔 탈당을 하지 않으셨더군요.
알고 보니 그 분 지역구에서 경쟁할 분이 불미스러운 일로 출마를 하기 어려워져서, 자신이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져서 라는 말이 들려왔습니다.
결국 공천을 못 받거나, 경선에서 이길 수 없어서 탈당을 하느니 어쩌니 하면서 혁신은 핑계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어떤 분이 정치인들을 욕하면서,
국민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다시 공천 받아서 한번 더 하거나
더 높은 자리 차지 하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고,
그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습니다.
조금 과한 이야기라 생각했었는데, 꼭 틀린 말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경우보다,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많으시겠지요.
그렇게 믿고 싶고,
그런 분들이 올해 총선과 앞으로 선거에서 잘 뽑혀서 우리나라가 모두가 잘 살면서 동시에 행복한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이상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장사꾼, 나아가 사기꾼이라고 말하지 않고, 존경하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리더라고 부를 날을 기다려 봅니다.